尹 체포 며칠 지나도 집회 흔적들 고스란히
“평소보다 쓰레기 3배 많아…순차 치울 것”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에 집회 참가자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다. 이영기 기자. |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웃한 이유만으로 보름 넘게 큰 불편을 겪은 한남동 주민들, 그들에게 ‘쓰레기’로 후유증이 남았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동네를 들쑤신 집회 참가자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와 불법 적치물, 경찰의 질서유지선 파편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도시 미관은 물론 시민 불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대통령 관저 인근 한남대로 일대는 그야말로 쓰레기장을 방불케했다.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 영장 집행으로 탄핵 찬반 집회가 해산한 지 3일 차에 접어들었지만 온갖 종류의 폐기물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에 경찰의 질서유지선이 산산조각이 난 채 방치되고 있다. 이영기 기자. |
체포 영장 집행 당일의 급박했던 현장을 보여주는 흔적들도 있었다. 길가 화단에는 경찰의 질서유지선(바리케이드)이 산산조각이 난 채 그날의 현장을 보여주고 있었다. 지난 15일 윤 대통령 지지자들과 경찰 기동대 간 몸싸움이 커지며 망가진 질서유지선 조각들이 널브러진 채 방치됐다. 질서유지선은 긴 막대 모양으로 된 금속 재질로 순식간에 흉기로 변할 우려도 크다.
탄핵 찬·반 지지자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들도 여전히 나뒹굴고 있었다. 탄핵과 체포에 반대했던 보수 집회 지지자들의 피켓들도 인근 녹지 공간에 쌓이거나 찢긴 채 버려져 있었다.
방한 용품들도 버려져 있었다. 귀마개, 간이 방석 등부터 차갑게 식어 딱딱해진 핫팩은 그야말로 사방에 널렸다. 도시락, 컵라면, 나무젓가락 등 식사에 사용했던 일회용품도 음식물을 담은 채 치워지지고 않고 있었다.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초등학교 옆에 집회 참가자들이 두고 간 적치물이 방치되고 있다. 이영기 기자. |
집회 참가자들의 불법 적치물들도 있었다.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체포’라고 적힌 탄핵 찬성 지지자들의 피켓 수백장은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방치된 상태. 한남초등학교 인근에 방치된 적치물에는 용산구의 정비 계고장도 붙어있었다.
해당 계고장에는 “공공 도로를 무단점유(도로법 제61조)해 다수 주민의 통행 및 차량 소통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며 “정비 기한까지 자진 정비해주길 바란다”고 쓰여 있었다. 용산구는 계고장을 통해 19일까지 자진 정비할 것을 요청했다.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초등학교 옆에 집회 참가자들이 두고 간 적치물이 방치되고 있다. 이영기 기자. |
대통령 관저 인근을 오가는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인근 직장인 임모(34) 씨는 “다른 건 다 그렇다 쳐도 라면 용기나 도시락 용기 나뒹구는 건 보기도 불쾌하다”며 “빨리 치워졌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집회 기간 내내 고생했던 한남초등학교 학생들도 불평했다. 한남초 5학년과 1학년으로 재학 중인 한 남매는 “며칠 동안 학교를 가는 날도 있고 안 가는 날도 있었다”며 “다 끝났는데 아직 쓰레기가 많아서 다니는데 불편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환경 미화를 하던 용산구 직원은 “평소보다 쓰레기가 3배는 많다”며 “특히 담배꽁초가 정말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체포 당일인 15일에는 환경 미화를 할 수도 없었다”며 “어제부터 큰 쓰레기 처리를 시작해 오늘까지 미화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용산구 관계자는 “오늘까지도 환경 미화를 진행 중이라면서 오늘 안에는 완료될 것”이라며 “다만 집회에 사용되는 피켓 등이 적치된 경우는 함부로 철거할 수가 없어서 현재 검토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