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듣기 어려운 프로그램 발굴해 학생에 제공
지역사회와 협력, 맞춤형·체험형 프로그램 경험
참여 학부모 “무료로 제공되어 사교육비 부담 덜어”
교육부 “많은 지역에 공유학교 모델 공유 노력”
경기공유학교 성남캠퍼스에서 ‘무대 연출 제작 진로체험’을 듣는 초등학생들이 천장 위 조명 색, 모양 등 을 바꾸며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김용재 기자 |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무대 연출 수업을 들으면서 직업으로 삼아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경기공유학교 성남캠퍼스는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실에서 ‘무대 연출 제작 진로체험’을 듣기 위해 자리를 채운 10여명의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경기공유학교란 학교 수업에서 만나기 힘든 프로그램을 교육청이 발굴해 제공하는 ‘학교 밖 학습플랫폼’이다. 지역사회와 협력을 기반으로 학생 맞춤교육과 다양한 학습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목표다. 교육부는 경기도교육청과 함께 사교육 경감 현장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진행됐던 강의에서는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이 무대 조명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다루는 방법을 배웠다. 평소에 관심 없던 분야였음에도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은 ‘처음 하는데 신기하고 재밌다’는 반응을 보이며 수업에 집중했다. 처음 다뤄보는 프로그램에 어색해하던 아이들은 수업이 진행되자 진지하게 몰두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초등생들은 약 16시간 동안 무대에 올려지는 공연이 만들어가는 과정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다.
경기공유학교에서 ‘무대 연출 제작 진로체험’을 듣는 초등학생이 프로그램을 다루며 천장을 쳐다보고 있다. 김용재 기자 |
학부모와 학생 입장에서는 이런 수업을 하는 사교육이나 학원에 비용을 치르지 않고도 안정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게 경기공유학교 정책의 핵심이다.
학부모 안수영(45) 씨는 “뭐 하나 시키려면 돈이 들어 부담스러운데, 교육청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많이 장려해 주니 사교육비가 줄어들고 부담도 준다”라며 “중학교만 올라가도 다양한 체험하기가 어려운데, 방학이고 하니 여러 활동 기회를 주고 싶어서 참여시켰다”라며 웃었다.
판교초등학교를 졸업해 중학교로 진학한다는 김정엽(13)군은 “기존 학교 수업에서는 쉽게 접하지 않는 코딩이나 이런 걸 배울 기회라서 좋았다”라며 “장래 희망과는 연관이 없는 수업이지만, 수업을 듣다 보니 관련 직업을 갖거나 삼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경기공유학교 성남캠퍼스에 존재하는 ‘쉐프 체험 프로그램’ 공간. 김용재 기자 |
강의를 진행한 조영준 SMI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학생들이 이런 수업을 듣고 관객이 되어 공연을 보게 되면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라며 “문화예술 공연에 관심을 갖게 되고, 더 나아가서 좋은 작품을 찾고 주변에 알릴 기회라 생각한다”라고 했다.
이곳에서는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 공간인 ‘꿈꾸는 예술터’도 운영되고 있다. 성남문화재단이 모든 연령대를 대상으로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성남교육지원청과 성남문화재단은 지난해 12월 성남아트리움 대극장에서 미래의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청소년들과 함께 창작 뮤지컬을 선보이기도 했다.
경기공유학교 성남캠퍼스에서 초등학생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용재 기자 |
청소년 맞춤형 예술교육인 ‘2024 성남 청소년 뮤지컬 공유학교’는 지난 4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청소년 17명을 대상으로 약 8개월간 총 35회의 전문교육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뮤지컬 및 융복합 예술 분야 창작활동 기회와 진로 탐색의 장을 제공했다.
이를 포함해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한 해 총 3241개 프로그램을 운영한 결과, 도내 31개 시·군에서 학생 6만778명이 경기공유학교를 이용했다.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반도체 공유학교, 오케스트라 공유학교, 코딩 공유학교, 생활과학 공유학교, 인성 공유학교, 축구 공유학교 등 다양하다. 이 중 4966명을 대상으로 수업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는데 진로준비 및 설계 역량, 학업 열의 등 모든 항목에서 개선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올해 공유학교에 참여한 학생들이 학점이 인정되는 ‘학점인정 공유학교’도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경기공유학교 성남캠퍼스 내 지역 주민을 위한 문화예술 교육 공간인 ‘꿈꾸는 예술터’ |
김진수 경기도교육청 제1부교육감은 “경기공유학교는 사교육비 부담 완화와 교육격차 해소를 진행하는 생생한 교육 현장”이라며 “교육청에서 학생 한명 한명을 위해서 정성을 다하는 이같은 노력들이 다른 지역에도 확산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배동인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경기공유학교 모델을 보고 나니 사교육이 많은 지역에서 사교육을 대체하고, 사교육이 없는 지역에서는 격차를 해소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단 생각이 들었다”라며 “정부에서 많은 부분을 배우고, 모델을 잘 공유해서 많은 지역에 공유학교가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