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공수처에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2차 조사 및 체포적부심 심문에 불출석한 16일 오후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정문 앞에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지지자들 앞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19일 이에 반발하는 지지자들이 구속 영장을 발부한 서울서부지법을 습격해 경찰에 연행된 가운데,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곧 석방될 것”이라는 말로 지지자들의 극적인 행동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월담 시위대는 ‘훈방’될 것으로 믿고 더 대담해졌으며, 그 근거는 윤상현”이라고 지적했다.
노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번 서부지법 습격의 전조는 어제 저녁 월담”이었다며 “경찰이 월담자 17명을 체포했지만 극우 시위대는 ‘훈방’될 것으로 믿고 더 대담해진 듯하다. ‘훈방’ 기대의 근거는 윤상현”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윤 의원이 전날 밤 서부지법 앞 현장에 나가 윤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말하고 있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에서 윤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하고 바로 30분전에 이 현장에 왔다”며 “우리 17명의 젊은이들이 담장을 넘다 유치장에 있다 해서 관계자와 이야기했고 훈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애국시민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이 내용은 다른 경로로도 급속히 시위대 사이에 공유됐고 이후 습격, 폭동의 도화선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대놓고 ‘몽둥이가 답’이라 했던 윤상현이 법원이 침탈 위협을 받고 있는데도 침탈자들이 훈방된다고 안심시켰으니 이것이 습격 명령과 무엇이 다를까”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18일 밤 서울서부지방법원 앞에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극렬한 항의가 이어졌다. 이들은 법원의 담을 넘거나 유리창을 깨고 이를 저지하는 경찰들을 향해 소화기를 분사하는 등 폭력을 휘둘렀다.
이후 지지자들이 연행되자 이를 본 이들은 윤 의원에게 문자메시지로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상에 공개된 문자메시지를 보면, 한 지지자가 지난 18일 오후 9시쯤 “오동운 죽일 놈의 좌수처장 차량 막았다고 경찰이 학생들 3명 잡아갔다. 학생들도 좀 알아봐 주실 수 있냐”고 도움을 요청했고, 윤 의원은 “조사 후 곧 석방할 거예요”라고 답했다.
또 다른 지지자들은 “여학생 2명, 남학생 1명이 경찰에 납치됐는데 의원님이 목소리를 내주길 요청한다”, “의원님 오늘 월담한 17인 훈방 조치 됐나요”라며 문자를 보냈고, 윤 의원은 “조사 후에 곧 석방될 거예요”라는 답을 마찬가지로 보냈다.
심지어 서부지법의 담을 넘은 뒤 체포돼 강남경찰서로 이송됐다는 한 지지자는 온라인상에 “윤상현 의원님이 서장이랑 통화했다고 조사받고 내보내 줄 거라고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경찰은 18일 서부지법 앞에서 공무집행방해와 담치기 행위, 공수처 차량 방해 등 혐의로 연행된 40명은 서울 내 11개서 수사과에서 전담 수사하고 있다. 또 19일 새벽부터 서부지법에 집단으로 침입해 기물을 파손하는 등 혐의로 연행한 46명에 대해서는 7개서 형사과에서 전담 수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