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 의무 없고, 주주 구성 불투명” 장막 뒤 사모펀드

<글싣는 순서>

① 사모펀드 ‘기업사냥’에 멍드는 기업들

② 장막 뒤 그들, 지배구조·의사결정 모두 베일 속

③‘사모 천국’ 美도 전략산업은 보호 기조 뚜렷

지배구조·의사결정 구조 베일 속
투자활동 영역도 제약 없다시피
견제수단 없고 은막·밀실 평가


최근 산업계를 중심으로 국내 사모투자전문회사(PEF, 이하 사모펀드) 업계의 건전한 사업 영위를 위한 ‘제재수단’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운영 상 공시 의무가 없어 주주 구성 확인이 불가능하고, 투자활동 영역에 대한 제약도 없다는 것이 근거였다. 사모펀드의 투명성에 대한 우려는 글로벌 시장 전반에서의 주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20일 산업계에 따르면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3년 사모펀드의 이해충돌을 방지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규제안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규제안은 사모펀드가 분기마다 펀드 성과와 수수료, 비용, 보수 등에 관한 내용을 투자자에게 제공하고 매년 감사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간 사모펀드가 공모펀드와 비교해 금융당국의 감시를 느슨하게 받아왔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이후 전국사모펀드매니저연합, 대체투자연합, 전국벤처캐피털연합 등 사모펀드업계를 대변하는 금융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법원은 “권한을 넘어서는 결정”이라고 판단했다. 미국 사모펀드 업계의 총자산 규모가 약 27조달러(약 3경7000조원)까지 불어날 정도로 시장이 불어난 상황에서 국가가 제한을 거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국내 사모펀드 시장의 규모가 136조4000억원(펀드수 1126개)에 달하는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 사모펀드 시장에 대한 빠른 제동이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사모펀드의 투명성은 우리 업계에서도 꾸준히 부정적인 지적을 받아왔다. 우리 법은 기본적으로 금융지주회사법 및 은행법을 통해 ‘금산분리’ 원칙을 적용하고, 산업 경영 과정에서는 투명성을 요구해 왔는데 여기서 예외대상인 사모펀드는 경영 투명성에 대한 제약이 있다는 것이다.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구조가 베일에 가려질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시민사회단체인 참여연대도 기자회견을 통해 “정관 자체가 공개의 대상이 아니므로 정관기재사항중 일부(사원의 출자가액, 유한책임사원의 인적 정보)는 공개에서 누락된 점 등에서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실제 사모펀드가 기업을 경영하는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홈플러스일반노조(이하 노조)의 MBK파트너스 지적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노측은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가 인수후 막대한 이익을 거뒀지만, 지역별 입지가 좋은 점포들을 매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황선영 홈플러스일반노조 조합원은 “언제나 매각 시점에는 직원이 없었다”면서 “회사가 경영 효율화 과정에서 지점을 매각하고 직원을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도 결정 과정을 공개하질 않는다”고 비판했다.

사모펀드는 투자활동에 대한 제약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막대한 자본을 동원해 공격적인 기업 인수에 나설 수 있게 되는 셈이다. 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 경영진은 최근 사모펀드의 자금 규모 탓에 경영권 방어 과정에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명예교수는 한 토론회에서 “한국 자본시장은 경영권 공격수단이 가득하지만 방어수단은 자기주식 취득 뿐인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라면서 “다양한 추가 제도를 도입해서 경영권 방어를 도울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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