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날 강력 행정명령 쏟아내
백악관 ‘6대 우선정책’ 의제 선포
보편관세…무역정책 재검토 지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 열린 취임 퍼레이드 중 이제 막 서명한 행정명령 서류를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 뒤로 JD 밴스 부통령이 서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바이든 행정부 시기의 행정명령과 각서 등 총 78건을 취소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또 자신의 2020년 대선 패배 후 대선 결과 인증 회의가 열릴 예정이던 연방 의회에 지지자들이 난입한 2021년 1·6 사태로 처벌받은 인사들의 사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AFP] |
“김정은은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세력)다. 우리는 잘 지냈다. 그가 내가 돌아온 것을 반기리라 생각한다.”
“미국의 황금기(golden age)는 지금부터 시작된다. 임기 중 하루도 빠짐없이(every single day) 미국을 최우선에 둘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20일(현지시간) 본격 막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중앙 원형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오늘부터 미국은 다시 전 세계로부터 존경받게 될 것이다. 미국의 황금시대는 막 시작됐다”면서 “미국은 곧 더 위대하고 강하며 이전보다 훨씬 더 탁월한(exceptional) 국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78개의 행정명령을 서명하면서 북한에 대해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세력)라고 언급했다.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는 “난 김정은과 매우 우호적이었고 그는 나를 좋아했다. 나는 그를 좋아했고 매우 잘 지냈다”고 자신과 김 위원장의 관계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그게(북한이) 엄청난 위협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그는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핵보유세력)다. 우리는 잘 지냈다. 그가 내가 돌아온 것을 반기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 우선주의’로 채워진 취임사…불법 이민 단속 천명=이날 30여분 분량의 취임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American First)를 재선포했다.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 단속을 국정의 우선순위 중 하나로 천명하면서 남부 국경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새 임기 동안 이 문제에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선거운동 기간에 공약으로 앞세운 불법 이민 단속 정책을 즉각 실행에 옮기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는 “모든 불법 입국은 즉시 중단될 것이며 우리는 수백만 명의 외국 범죄자들을 그들이 왔던 곳으로 돌려보내는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면서 “1798년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Alien Enemies Act)을 발동해, 모든 외국 갱단과 범죄 네트워크를 제거하기 위해 연방과 법 집행 기관의 전폭적이고 막대한 권한을 사용하도록 지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에너지 규제 완화·전기차 의무화 폐지=경제정책 기조에 대해선 그동안 공언해온 대로 에너지 규제를 풀고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해 제조업을 되살리고 미국을 부강하게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지구온난화 등에 대응하기 위한 파리 기후변화 협정에서 탈퇴하는 한편, 화석연료 생산을 확대할 것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물가를 낮추고, 전략비축유를 다시 가득 채우며, 에너지를 전 세계로 수출할 것”이라며 “우리는 다시 부유한 국가가 될 것이며, 우리 발밑의 이 ‘액체 금’(석유)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미국은 다시 한번 제조업 강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을 종료함에 따라 배출가스 규제 및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는 미국 노동자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통상 시스템 점검을 시작하고 우리 국민을 부유하게 하기 위해 외국에 관세와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관세 등을 징수하기 위한 대외수입청을 설립할 것이며 외국의 막대한 돈이 미국 국고로 쏟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멕시코만’→‘미국만’으로…파나마 운하 되찾을 것=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에서도 영토확장에 대한 야욕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는 “미국은 부(富)를 늘리고 영토를 확장하고 도시를 건설하고 새롭고 아름다운 지평선으로 성조기를 들 것”이며 “화성에 성조기를 꽂기 위해 미국인 우주비행사를 보내는 등 별을 향해 우리의 ‘매니페스트 데스티니(manifest destiny·명백한 운명을 의미하는 미국의 영토확장 관련 표현)’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멕시코만(Gulf of Mexico)’을 ‘미국만(Gulf of America)’으로 바꾸는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알래스카주의 앵커리지 북쪽에 있는 북미 최고봉 데날리(6194m)산의 이름을 2015년까지 불렀던 매킨리산으로 다시 바꿀 것을 예고했다.
그는 이어 파나마가 운하 운영에서 중립을 요구하는 조약 협정을 위반했고, 운하가 중국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를 되찾겠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제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며 “미국이 중국이 아니라 파나마의 운하를 넘겨줬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빼앗겼다. 이제 미국이 파나마 운하를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정부효율부(DOGE) 설립 ▷군(軍)내 급진적 정치이론 등 금지 ▷남성과 여성 두 개의 성(性)만 연방 정부의 정책으로 인정 ▷피부색이 아닌 능력 기반 사회 건설 등의 방침도 재차 확인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은 남녀 2개의 성별만 있게 될 것”이라며 과거 민주당 정부 때 강화된 성소수자 권익 증진 정책을 대대적으로 폐기할 것임을 시사했다. 김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