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이진숙 방통위원장 탄핵 기각…4대4로 갈렸다 [세상&]

이진숙 탄핵소추안 가결 175일만
헌재 “2인으로도 심의·의결 가능”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사건 선고기일에 출석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취임 3일 차에 국회의 탄핵안 의결로 직무가 정지됐다. 야당은 5인 위원회의 합의제인 방통위가 2인만으로 구성된 상태에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 등 주요 안건을 의결한 것을 두고 방통위법 위반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헌법재판소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탄핵 소추안을 기각했다. 8명 헌법재판관의 의견은 4대 4로 갈렸다. 이 위원장은 즉각 업무에 복귀한다.

헌재는 23일 이 위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기각의견은 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헌법재판관, 인용의견은 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이었다. 탄핵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6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이 위원장은 탄핵 소추안이 통과된 지 175일 만에 직무에 복귀하게 됐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7월 31일 방통위원장에 취임했고 당일 KBS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추천·선임안을 의결했다. 당시 방통위는 이 위원장과 김규태 상임위원 2명뿐이었다. 국회 추천 몫 상임위원 3명 자리가 공석이었다.

쟁점은 방통위 심의·의결에 필요한 정족수였다. 방통위법에 따르면 방통위는 위원장 1인, 부위원장 1인을 포함한 5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된다. 의사·의결에 대해서는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되어있다. 재적위원을 5명으로 해석할지, 임명된 위원의 수를 기준으로 할지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기각의견은 방통위법상 의결에 3인 이상의 재적위원이 필요하다는 별도의 규정이 없기 때문에 ‘2인’ 체제에서도 심의·의결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기각의견을 밝힌 김형두 재판관은 “5인 위원이 심의·의결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2인 간에도 서로 다른 의견의 교환이 가능하다. 재적위원 2인으로만 개최되는 회의에서 다수결의 원리가 작동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심의·의결을 할 수 없다고 볼 경우 방통위가 마비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형두 재판관은 “공영방송 보궐이사 임명, 지상파 방송사업자 재허가, 특별재난지역 수신료 면제 등 시급한 현안을 장기간 방치했다면 헌법 및 국가공무원법에 규정된 공무원의 성실의무에 위반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인용의견은 ‘재적위원 과반수’는 5인 체제를 전제로 한 것이라 판단했다. 정정미 재판관은 “2인의 위원만 재적한 상태에서는 방통위가 독임제 기관처럼 운영될 수 있어 합의제 기관으로 설치한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 의한 방송 통제와 탄압 등 역사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 탄핵 소추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유 중 하나였다. 지난해 이 위원장을 시작으로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줄줄이 탄핵 소추됐다. 윤 대통령은 “야당의 탄핵 소추권 남발로 국정이 마비됐다”는 이유를 댔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 심판 증인으로 이 위원장을 신청하기도 했다.

다만 이 위원장 탄핵 소추안 기각이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야당의 고위공무원 탄핵 부당성이 일부 인정됐다 해도 12·3 비상계엄이 모두 정당성을 얻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선포 이후 발표된 포고령의 적법성, 군·경 병력의 국회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투입 등에 대한 판단에 따라 윤 대통령 탄핵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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