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명부 확인·위임장 집계 늦어져
노조원도 현장서 “고려아연 지켜내자” 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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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열릴 예정인 서울 중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연맹 고려아연 노동조합원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MBK·영풍 간 경영권 행방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 23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 현장(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은 오전부터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치는 가운데 개최가 무기한 지연되고 있다.
주총 의장을 맡을 최 회장 측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이날 예상됐던 오전 8시 30분께보다 늦게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의결권 위임장 집계가 늦어지면서 주총 개최 자체도 예정됐던 오전 9시를 넘어서 추가로 연기됐다.
이어 오전 10시께 주최측에서 “A주주님이 계시면 업무적인 처리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현장에 계시면 알려달라”고 공지가 나왔다.
주주명부 확인 등으로 임시주총 개최가 계속 지연될 경우, 이날 주총은 끝내 결론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MBK와 영풍 측은 박 의장의 교체를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주총 자체가 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의장 교체 안건 자체를 상정할 수가 없게 된다.
또한 주총장 앞 로비에는 금속노조 소속 고려아연노동조합 소속 노조원들이 근무복에 빨간색 머리띠를 두르고 와 피켓시위에 돌입했다. 현장을 찾은 노조원 숫자는 수십여 명으로, 이들은 MBK·영풍을 규탄하는 피켓을 든 채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 지켜내자”고 연호했다.
노조원들이 들고 온 피켓에는 ‘돈만 생각하는 투기자본 MBK’ ‘무능한 경영진 적자기업 영풍’ ‘환경오염 최대주범 영풍이 웬말이냐’ ‘적대적 M&A 당장 철회해야’ 등의 문구가 담겼다.
앞서 최 회장 측이 승부수로 던졌던 ‘집중투표제 카드’가 법원의 가처분 신청 부분 인용으로 무산된 가운데 22일 최 회장 측은 최씨 일가와 고려아연 주주 중 하나인 영풍정밀 법인이 갖고 있던 영풍 지분 약 19만226주(10.33%)를 고려아연의 100%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장외매도 방식으로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호주에 위치한 SMC는 고려아연의 손자회사인 만큼 이번 거래를 통해 고려아연 지배 구조에 순환출자 구조가 생기게 된다. 고려아연은 호주 중간지주사 역할을 하는 선메탈홀딩스를 통해 SMC를 100% 지배하고 있는데, SMC가 다시 영풍 지분 10.33%를 확보하면서 고려아연 지분 25.42%를 보유하고 있는 영풍에 대한 지배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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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23일 오전 서울 중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고려아연 주주들이 주주총회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줄 서 있다. 임세준 기자 |
이 경우 우리 상법(제369조 제3항)상 상호주 제한 규정에 따라서 영풍이 가지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은 의결권을 상실하게 된다. 해당 법이두 회사가 서로의 지분을 10%(발행주식 총수의 10분의 1)를 초과해 갖고 있을 경우, 각 회사가 상대방 기업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업계는 양측 간 지분 격차가 4~5% 수준인 것으로 관측하고 있는데, 영풍 측 지분이 표 대결에서 이탈할 경우에는 최 회장 측이 유리한 고지를 다시 점하게 된다.
이에 MBK와 영풍 측은 즉각 반발했다. 영풍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자료를 통해서 “상법 적용 대상은 국내기업, 그리고 주식회사이어야 하는데 SMC는 주식회사가 아닌 상황이라 상법 적용대상이 아니고, 상호주 제한 적용 대상도 아니게 된다”고 반박했다.
이어 “최 회장 측이 SMC를 국내회사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SMC가 국내회사라면 최 회장은 공정거래법상 위반되는 순환출자구조를 만든 것이어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오는 24일 오후 2시께 경영진이 참석하는 기자회견을 예고한 상태다. MBK·영풍 측도 “23일 임시주총이 끝나는 대로 주총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맞불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