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 몸값 에쿼티 투자로 매력 낮아
1대주주 측 장악한 이사회 승인도 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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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구지은 아워홈 전 부회장이 경영권 확보 의지를 접지 않고 있다. 한화그룹에서 아워홈 경영권 인수에 속도를 높이고 있어서 구 전 부회장의 시간은 촉박해졌다. 한화의 인수를 막을 유일한 방법은 우선매수권 행사로 좁혀졌지만 자금 조달과 법적 리스크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한화비전은 아워홈 지분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앞두고 있다. 확정된 거래 대상은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회장이 소유한 아워홈 지분 57.84%다. 차녀인 구명진 씨와 삼녀 구지은 전 부회장이 소유 중인 40.27%도 인수하길 원하지만 아직 불확실한 상태다.
우선 한화 측은 100% 인수를 가정하고 재무적투자자(FI)로 사모대출펀드(PDF) 운용사 IMM크레딧솔루션(ICS)을 확보했다. 한화가 하방 리스크를 막아주고 투자금 상환을 보장해주는 크레딧 투자 특성상 ICS는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기대되고 있다.
물론 구지은 전 부회장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한 점이 최대 변수다. 작년까지 아워홈 경영을 책임졌던 만큼 매각에 우호적인 상황은 아니다. 사이가 틀어진 최대주주이자 오빠인 구본성 전 부회장 주도로 진행되는 경영권 매각에도 부정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의 관심은 구지은 전 부회장의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에 쏠려 있다. 아워홈 정관에는 주식을 외부에 양도할 때 기존 주주에 우선적으로 매수권을 줘야 한다는 조항이 담겨 있다. 상법상 우선매수권 조항의 법적 효력이 없을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한화 측은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구 전 부회장에게 권리 행사 여부를 여러 차례 문의한 상태다. 다만 구 전 부회장이 구체적인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
만약 구 전 부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한다면 FI 확보가 필수다. 권리는 한화 측이 제시한 가격과 동일한 수준에서 행사할 수 있다. 현재 한화는 아워홈 전체 지분가치를 1조5000억원으로 책정한 상태다. 구 전 부회장이 1대주주 측 지분을 매수하려면 8600억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구 전 부회장은 ‘경영권’을 희망하고 있어 FI에 어떤 투자 조건을 제시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개인 자금 없이 100% 외부 자금으로 8600억원을 조달하고 경영권까지 가져오기란 쉽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 관계자는 “한화 FI인 ICS가 엑시트가 보장된 딜을 들고 자금 조달에 나설 텐데 출자자들 입장에서는 안정성 높은 한화 측에 자금을 댈 유인이 크다”라며 “크레딧 대비 손실 위험이 높은 에쿼티 투자로 바라보면 아워홈의 밸류가 높은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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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은 전 부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자금을 마련한다고 해도 ‘아워홈 이사회’라는 관문을 넘어서야 한다. 정관에 따르면 주주는 주식 양도 시 이사회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현재 이사회는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회장 측 인사가 장악하고 있다.
만약 이사회에서 주식 양도 승인을 거부하면 양도주주는 상법에 따라 회사에 다른 인수자를 지정해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회사가 ‘한화’를 양도 상대방으로 지정하면 한화 측이 인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된다.
구지은 전 부회장의 입지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한화 측에 동반 매도를 선택할지가 관건이다. 만약 우선매수권 행사를 희망한다면 FI 물색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법원에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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