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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쿰브 멜라 축제에서 참가자들이 강물에 몸을 씻고 있다.[인스타그램 갈무리]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발도 못 담그겠는데”
얼핏 보면 그저 더러운 물에 뛰어드는 사람들. 하지만 인도 힌두교 신자들에게는 죄를 씻어내 주는 ‘성스러운 물’이다.
이곳은 최대 4억5000명이 찾는 세계 최대 종교 행사. 하루 단위로 따지면 최대 2000만명의 사람이 특정 강가를 찾아 같이 몸을 씻는다.
사람들이 떠나고 남는 건 더러운 물이다. 축제가 휩쓸고 지나가면 강물은 순식간에 분변 등 오염물질로 가득 찬다.
더러워진 물의 양이 많아, 모두 하수로 처리되기도 힘들다. 대부분이 다른 강이나 토양으로 흘러 들어간다. 그리고 식수 등을 통해 다시 주민들에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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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쿰브 멜라 축제에서 참가자들이 강물에 몸을 씻고 있다.[인스타그램 갈무리] |
인도의 최대 종교 행사인 힌두 축제 ‘쿰브 멜라(Kumbh Mela)가 지난 13일 인도에서 시작됐다. 축제는 다음 달 26일까지 45일간 진행된다.
쿰브 멜라는 인도의 성지 4곳에서 12년을 주기로 번갈아 개최된다. 특히 올해 행사는 4곳 중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몰리는 ’프리야그라지‘에서 열려 주목받고 있다.
행사의 최대 이벤트는 강가에서 몸을 씻는 것. 목욕하기 위해 축제에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힌두교 신자들은 목욕을 통해 그간의 죄가 씻겨나간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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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쿰브 멜라 축제에서 참가자들이 강물에 몸을 씻고 있다.[인스타그램 갈무리] |
인도 당국에서 추산하고 있는 참여자는 약 4억5000만명. 무려 세계 인구의 5%가 넘는 대규모 인구가 하나의 강에서 몸을 씻는 셈이다.
주목할 점은 대규모 목욕으로 더러워진 물이 초래하는 부작용이다. 하루에 수천만명이 목욕한 물은 분변성 대장균, 각질 등 각종 오염물질로 더러워진다.
그렇지 않아도 인도는 각종 강물 오염 문제를 겪고 있다. 흔히 알려진 것처럼 강물에서 몸을 씻고 시체를 떠내려 보내는 등 종교·문화적인 풍토가 이어지며, 수질 개선 인식이 크게 확산하지 않은 영향이다.
인도 중앙오염관리기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쿰브 멜라 축제가 시작되며 단 나흘 만에 강물의 생화학적 산소 요구량(물 오염 수치)가 4.4mg에서 7.4mg으로 상승했다. 정상 수치는 2mg 안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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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인도 쿰브 멜라 축제 참여자들 모습.[AP] |
많은 인원이 모이며 지상에서 발생하는 ‘하수’도 문제다. 주방이나 화장실 등에서 사용하는 물의 양이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축제 기간 하루에 발생하는 하수는 처리 가능한 용량을 뛰어넘는다. 인도 정부에 따르면 프라야그라지시의 하루 하수 발생량은 4억7200만리터 수준이다. 하지만 하수 처리 가능 용량은 3억4000만리터에 불과하다.
이번 축제가 열린 프라야그라지에서 발생한 하수는 정화 과정을 거쳐 인도의 줄기인 갠지스강으로 흘러간다. 미처 처리되지 못한 하수는 그대로 강에 버려진다.
이 경우 인도 인구 40%의 식수원으로 쓰이고 있는 갠지스강의 오염도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대규모 목욕으로 더러워진 물에, 분변 등이 처리되지 않은 하수까지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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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쿰브 멜라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AFP] |
심지어 최근 인도는 최악의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서 수자원 오염이 더 가속화될 경우, 물 부족으로 인한 피해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인도 중앙수자원위원회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수자원 가용량은 2001년부터 2025년까지 30% 이상 감소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제기관 차원에서의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관련 보고서를 통해 “쿰브 멜라로 인해 인구 밀도가 증가할 경우, 환경오염 물질 노출 증가로 인한 전염병 전파 등 부작용 유발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행사 규모와 중요성을 고려할 때, 적절한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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