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배달이면 다 이건데” ‘검정 그릇’, 아무도 몰랐다…정말 나쁜 쓰레기 [지구, 뭐래?]

검은색 배달 음식 용기.[X(구 트위터) 갈무리]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흔히 짜장면 그릇으로 알려진 이 검은색 플라스틱 용기. 실제로도 중국음식 배달엔 꼭 들어가는 일회용 플라스틱이다.

이물질이 묻어도 쉽게 티나지 않는 데다, 가격도 저렴해 배달 음식 전용 그릇으로 널리 사용된다.

문제는 이 검은색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는 것. 바로 재활용이 유독 어렵다는 데에 있다.

같은 플라스틱이지만 이 제품이 특히 어려운 까닭은 바로 ‘검은색 염료’ 떄문이다. 빛을 이용한 자동화 쓰레기 선별 과정에서 빛을 흡수하는 ‘검은색’은 재질 파악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별되지 않고 그대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다.

아직 별다른 규제도 없어 배달시장 성장세에 따라 점차 그 사용량도 급증세다. 다른 제품보다 더 가격도 저렴하니, 더 널리 쓰인다. 이에 플라스틱 용기를 표준화하고, 색깔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검은색도 플라스틱인데…재활용 왜 안 돼?


검정 플라스틱 용기.[WRAP 홈페이지 갈무리]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온라인 음식 배달 거래액은 26조4326억원으로 5년 전인 2018년과 비교해 5배가량 늘었다. 지난해도 3분기까지만 21조원이 넘어서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쏟아지는 배달 용기 쓰레기.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1인당 연간 평균 1381개(2022년 기준)의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재활용 공정을 거치는 플라스틱 용기는 전체 4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한 원인 중 하나는 하나로 섞일 수 없는 여러 재질과 색깔이 사용되는 것. 특히 주로 음식 포장 및 배달을 목적으로 사용되는 검정 플라스틱은 재활용 과정이 까다로운 대표적인 용기로 분류된다.

국내 한 재활용 선별업장의 광학선별기 모습.[인스타그램 갈무리]


검정 플라스틱은 자동화 선별업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광학선별기(플라스틱 분류기)를 통해 분류할 수 없다. 플라스틱 소재에 검은색을 내기 위해 사용된 ‘카본 블랙’ 염료 때문이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재활용 선별시설에 광학선별기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에 국내 다수 작업장에서 광학선별기를 사용한다. 빛을 쏘고 반사 파장을 이용해 재질을 분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검은색 ‘카본 블랙’ 염료는 빛을 흡수해, 파장을 발생시키지 못한다.

자동화 시스템으로 분류되지 않은 검정 플라스틱은 수작업을 통해 따로 수집해야 한다. 문제는 검정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재활용 원료 가격이 투명 플라스틱 등에 비해 저렴하다는 것이다.

버려진 플라스틱 용기들.[녹색연합 제공]


수작업 과정을 거치기 위해서는 충분한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굳이 더 저렴하게 팔리는 검정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기 위해 인건비를 투입하기란 쉽지 않다. 심지어 수작업은 기계에 비해 분류 정확성도 떨어진다. 이에 많은 검정 플라스틱이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

한 민간 재활용 선별업체 관계자는 “자동화 분류를 거친 다음에 수작업으로 검정 플라스틱을 따로 분류하기는 한다”면서도 “따로 분류하면 재활용이 가능하기는 하지만, 상품성이 떨어지고 비교적 쓰임이 많지 않아 대부분 버려진다”고 말했다.

검은색 선호 계속…규제 요구도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포장용기. 검은색 포장용기가 백색 포장용기에 비해 10%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포장용기 업체 홈페이지


검정 플라스틱은 재활용은 물론, 제작 과정에서도 비용이 적게 든다. 각종 혼합물이 섞인 재활용 원료에 색소만 투입해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판매가 저렴하기 책정되기 때문에, 이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음식점 입장에서는 이익이다.

온라인 상에서 음식 포장 용기를 대용량으로 판매하는 3개 온라인 업체의 상품 가격을 비교한 결과, 검은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상품의 가격은 같은 규격의 투명 플라스틱에 비해 10~20%가량 싸게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검정 플라스틱에 대한 음식점의 선호 자체도 적지 않다. 배달 특성상 음식이 흔들리며 용기가 더러워지는 경우가 많은데, 검은색 용기의 경우 얼룩이 크게 티나지 않기 때문이다.

검정 플라스틱에 담긴 짜장면.[쿠팡이츠 배달 페이지 갈무리]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술 개발로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지속된다. 핀란드의 한 초분광 이미지 회사는 최근 검정 플라스틱을 구별할 수 있는 광학선별기 제작에 성공했다. 근적외선(NIR) 방식 대신 중적외선(MWIR) 방식을 택해 구별을 가능하게끔 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10월에 개발된 탓에, 아직 관련 기술이나 제품이 널리 보급되지 않고 있다. 이에 제도적으로 검정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고, 용기의 색깔이나 재질 등을 표준화해 재활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버려진 검정 플라스틱.[인스타그램 갈무리]


홍수열 자연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검정 플라스틱은 선별도 어려운 데다, 재활용 원료로서도 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별도 비용이 소요되는 대안을 따로 마련하는 것보다는 제작 및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이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한편 해외에서도 재활용이 어려운 검정 플라스틱 사용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 환경단체 WRAP은 ‘검정 플라스틱 포장의 재활용성’ 보고서를 통해 “검정 플라스틱은 통상 폐기물로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있다”면서 “식품 포장에서 투명 플라스틱을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