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두산 캐시카우…원전·AI가 더 중요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 [비즈360]

두산밥캣 지난해 영업익 37.3% ↓
전방사업 침체로 올해 반등 어려울 전망
캐시카우 부진에 두산도 비상
원전 경쟁력 강화 통해 위기 극복 계획
전력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원전 수요↑
CCL 앞세워 AI 시장에도 대응


박정원(왼쪽 첫번째)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해 5월 체코 두산스코다파워를 방문해 증기터빈 생산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두산 제공]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두산 핵심 캐시카우(수익창출원)인 두산밥캣이 전방 사업 악화로 부진에 빠진 가운데 두산은 원자력 발전(이하 원전)과 인공지능(AI)을 앞세워 위기를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원전과 AI 모두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두산은 관련 사업 경쟁력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26일 두산밥캣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 8714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37.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2.4% 줄어든 8조5512억원에 머물렀다. 소형 건설기계 사업을 하는 두산밥캣은 2022년부터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전방 사업 악화에 따른 제품 수요 감소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두산밥캣의 실적 하락은 올해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인프라 투자가 예년 대비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두산밥캣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인프라 투자가 다시 활발해질 수도 있지만, 미국 건설기계 시장이 정점을 찍었던 2022년 수준까지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두산밥캣 백호로더 모습. [두산밥캣 제공]


두산밥캣의 실적 하락은 두산그룹에 치명타이다. 그룹 전체 매출에서 두산밥캣이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달하기 때문이다. 두산밥캣 부진이 길어지면 그룹 전체 실적도 하락세를 탈 수 있다. 실제 두산그룹 지주사인 ㈜두산은 지난해 매출 17조7986억원을 기록, 전년 대비 6.9% 감소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23.2% 줄어든 1조1030억원에 머물 것으로 관측된다.

두산은 두산밥캣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전 사업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발주될 원전 프로젝트에서 최대한 많은 일감을 확보해 그룹 전체 실적 악화를 막는 것이다.

원전은 AI 성장에 힘입어 주목받고 있다. AI 산업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으면서도 화석연료 대비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에너지원으로 꼽히고 있다. 이같은 흐름에 한때 탈원전을 외쳤던 국가들도 최근 원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세계 최초 탈원전 국가인 이탈리아는 지난해 35년 만에 원전 부활을 공식화했다.

두산은 시장 주도권을 차지하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원전 사업을 맡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의 현지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체코 증시에서 민간 발전 기자재 업체가 상장을 시도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체코 두산스코다파워 생산라인 전경. [두산에너빌리티 제공]


두산스코다파워는 체코를 비롯한 유럽에서 원전용 증기터빈 등 현재까지 540기 이상의 증기터빈을 공급한 바 있다. 두산스코다파워의 IPO는 유럽 원전 수요에 대응함과 동시에 현지 생산능력 확대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미래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 키우기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SMR은 기존 원전 대비 크기가 10분의 1에 불과하고 사고 위험이 적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SMR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해 창원 공장에 SMR 전용 생산시설을 일찌감치 구축했다.

두산 동박적층판(CCL) 이미지. [두산 제공]


AI 사업도 적극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두산그룹 핵심 수뇌부인 김도원 ㈜두산 지주부문 최고전략책임자(CSO) 사장은 7~10일(현지시간)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 2025에 방문해 글로벌 AI 산업 흐름을 점검하기도 했다.

두산의 핵심 AI 사업은 동박적층판(CCL)이다. ㈜두산 전자BG(비즈니스그룹)에서 생산하고 있는 CCL은 구리를 얇게 편 동박을 여러 장 겹친 것으로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데이터센터 성능을 끌어 올리는 AI 반도체에 반드시 필요한 제품이다. 두산 CCL은 글로벌 1위 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에 공급되고 있다. ㈜두산 전자BG는 고부가가치 CCL를 양산해 엔비디아와의 관계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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