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1000만원을 어디서 구해…등록금 인상 들불처럼 번진다 [세상&]

대교협 참여 국·공립, 사립대 총장 84명 설문 결과
69% 대학 총장, 내년도 등록금 인상·인상검토 답변
장기간 동결에 대학 측 ‘더 이상의 동결은 어렵다’
교육부 “올해까진 동결 부탁, 내년도 정책 내놓겠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소속학생들이 22일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장 앞에서 등록금 인상 반대 손팻말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교육부의 ‘등록금 동결’ 요청에도 올해 전국적인 ‘등록금 인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 약 70%의 대학이 2026년에도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부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에서는 학생들도 인상을 찬성하고 있어 장기간의 동결에 학교도, 학생도 지쳤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26일 교육부 기자단이 131개의 전국 대학이 참여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진행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84명의 대학 총장 가운데 58개 대학(69%)이 등록금을 인상하거나 인상에 무게를 두고 검토하고 있다는 답을 내놓았다. 동결에 무게를 두고 검토하는 대학은 16개(19%), 인상계획이 없는 곳은 8개(9.5%)다. 이번 설문에 참여한 대학은 수도권 32개, 비수도권 52개 대학이다. 이 가운데 국·공립대학은 23개, 사립대는 61개다.

설문에 참여한 57개(67.9%)의 대학은 올해 등심위에 ‘등록금 인상’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동결을 제안한 대학은 26개(31.0%)다. 이들이 등심위에 제안한 인상 폭은 물가 인상에 따른 최대치인 5.0~5.49%가 29개(50.9%)로 가장 많다. 이어 21개(36.8%)의 대학이 4.0~4.9%를 제안했고, 7개(12.3%) 대학만이 2.0~3.9% 인상안을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등록금 인상이 대거 이뤄질 경우 곳곳에서 등록금이 1000만원을 넘어서는 학교들이 대거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 총장들은 등록금 논란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고등교육 재정지원 대폭 확대’(39개, 46.4%), ‘등록금 인상률 법정 한도 해제’(35개, 41.7%)를 꼽았다.

올해 약 30개 이상의 대학이 이미 등록금 인상을 확정했고, 현재 100개가 넘는 대학에서 등록금 인상을 논의 중이다. 2009년부터 계속된 교육부의 ‘등록금 동결’ 압박은 올해부터 사실상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3년 새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은 2022년 6곳, 2023년 17곳, 2024년 26곳이었다.

게다가 국공립, 교원대학 역시 등록금 인상을 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대학(26곳)이 모두 사립대였던 것과 다른 상황이다. 또 올해는 경인교대, 대구교대, 부산교대, 광주교대, 진주교대가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바 있다.

22일 오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 심종혁 서강대 총장(왼쪽 세번째) 등이 참석해 있다. 최근 서강대, 국민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은 3.1~5.1%가량 등록금 인상을 의결했다. [연합]


올해 등심위에서는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인상 비율을 제안한 것도 눈길을 끈다. 수도권 대학 중 성신여대와 함께 등록금 인상률이 가장 높은 수원대 등심위에서는 학생위원이 “상한선(5.49%)까지 인상은 과하고, 5% 인상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결국 절충안으로 5.30% 인상안이 통과됐다. 한양대도 학생들이 4.5% 수준 인상안이 좋겠다고 역제안한 끝에 4.90%로 결정되기도 했다.

다만 교육부는 여전히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2일 전국 136개 대학 총장이 참석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에서 역시 등록금과 관련된 논의가 이어졌으나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학 등록금 규제 완화는 올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성근 성신여대 총장은 당시 현장에서 이 부총리를 향해 “국가장학금과 등록금 문제를 연동하는 것에 대해 재고해 주셨으면 한다”면서 “국가장학금 Ⅱ유형은 국가가 학생들에게 주는 보편적 복지 중 하나인데, 대학의 등록금 인상과 연동시키는 것은 학생들의 부담을 늘리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총장은 “등록금을 동결한 대학에만 지원한다고 하는 것은 청천벽력”이라면서 “동결되는 대학에만 혜택을 준다고 하니 아쉬움이 있다”라고 했다.

그러자 이 부총리는 “교육부가 여러 대안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해서 올해는 어렵지만 내년엔 대학 사정을 (반영해) 완화해 드릴 수 있는 그런 기반을 닦자고 해서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대학과 교육부가 어려운 민생 상황 때문에 등록금 동결 부분에 양해를 구하는 것”이라며 “편지도 쓰고, 후속 정책도 대놓고 있으니 폭넓게 이해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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