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부’를 전면에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에서 반도체 등의 수출 통제를 강화할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이에 맞서 중국도 핵심 광물 수출 통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중국와 미국은 우리의 수출 1,2위국으로 양국간의 무역 전쟁 유탄은 큰 우리 경제에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무역안보관리원은 이런 분석과 전망을 담은 ‘2025년 무역안보 아웃룩(Outlook)’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28일 밝혔다.
우선, 트럼프 2기를 맞은 미국이 반도체 분야에서 현재 진행하는 첨단 반도체에 대한 수출 통제를 넘어 범용(레거시) 사양 반도체로까지 수출 통제를 확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이미 자동차, 의료기기, 드론, 로봇, 항공우주, 방위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레거시(낸드·D램) 반도체 관련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세계 시장 점유율이 30%에 달하는 데다 앞으로도 기술 발전과 시장 점유율 확대가 예상된다는 것이 미국 안팎의 기업·연구기관들의 전망이다.
이에 미국은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미국이 범용 반도체 수출 통제에 나설 경우 자율차·서버에 사용되는 2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를 통제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에 따른 기업의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용 반도체(65㎚ 이하)의 수출 통제를 넘어 PC·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용 반도체(130㎚ 이하)까지 통제 범위를 확대하는 경우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신흥 기술 분야에서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어 미국의 통제가 이 분야에 대한 통제도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호주 전략경쟁정책연구소(ASPI) 조사에 따르면 ASPI 선정 64개 핵심기술 가운데 2003∼2007년까지는 미국이 60개 핵심 기술에서 세계 선두를 달렸으나 최근 5년(2019∼2023년)간은 중국이 57개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며 기술 역량 수준이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약진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특히 인공지능(AI), 바이오, 배터리, 에너지, 항공우주 분야에 대한 통제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아울러 최근 첨단 반도체 통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클라우드 서비스로 이를 우회하면 컴퓨팅 파워만을 활용해 AI 등의 훈련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 민감한 대량 개인정보 데이터(Data) 등의 보안을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 대상 수출 통제 시행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기조를 강화하면서 수출 통제를 위한 엔티티(Entity) 리스트 관리를 강화하고 처벌 기준을 강화하는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 경우 중국 역시 핵심 광물 수출통제 범위를 넓히는 방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대비 역시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조언했다.
중국은 망간, 희토류, 코발트, 니켈, 텅스텐 등 현재 수출 허가 대상으로 관리하는 핵심 광물을 이중용도 품목 통제 대상으로 중복 등재하는 방식으로 수출 통제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미국이 대(對)중국 통제 기제를 강력하게 만들기 위해 기존 수출 통제 운영 방식을 변경하고, 수출, 투자, 금융 등 여러 분야에서 통제가 동시에 부과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경제 블록화를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역안보관리원은 “미국과 중국의 수출 통제 법령이 충돌하면서 양자택일을 강요받는 상황이 오며 경제가 블록화되는 현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실효적인 수출 통제 정책을 수립·집행하고 기업들은 공급망 실사에 철저히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