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 핵무장’ 부정적 기류…“동맹 훼손·표적 될 수도”

VOA “美 전문가들 역내 안정 부정적 영향 전망”
여권 내 ‘남북 핵 균형’ 불구…美 ‘확장억제’ 무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작년 9월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기지를 시찰하는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핵 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한 뒤 한국에서 독자 핵무장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미국 내에서는 아직 부정적 기류가 강한 모습이다.

미 전문가들은 한국의 독자 핵무장이 한미동맹과 역내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며 핵을 가진 한국이 중국 등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핵억제·미사일방어 연구원은 한국의 독자 핵무장론에 대해 “한미동맹에 심각한 긴장을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은 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8일 보도했다.

피터스 연구원은 “미국은 1960년대부터 핵 확산에 반대해 왔다”며 “새로운 국가가 핵 보유국이 되는 것을 반대해 왔고 그 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독자적인 핵 무장을 추진한다면 다른 나라들도 같은 길을 걷도록 촉발할 수 있어 동북아 안보 상황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며 “더 넓게는 잠재적으로 서태평양 전역의 안보 상황까지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피터스 연구원은 특히 “북한뿐 아니라 중국도 가만히 앉아서 한국이 핵무장 국가가 되는 것을 지켜보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극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의 독자 핵무장 결정이 일본, 대만 등 주변국들의 ‘핵무장 도미노’로 이어지면서 동북아 안보 불안을 야기할 수 있고,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 강대국으로부터 더 큰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헤럴드DB]


다만 미 전술핵의 한국 재배치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피터스 연구원은 “미국의 비전략 핵무기의 역내 재도입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안보 상황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한국에 미국의 핵무기를 재배치하는 문제는 새 행정부가 반드시 검토해야 할 사안이 될 것”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전술핵 규모를 대폭 줄이기로 해 현재 약 200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100기는 유럽에 있다”며 “미국이 아직 해체하지 않은 전술핵을 현대화하기로 결정하지 않는 한 미국의 전술핵이 한국에 배치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베넷 연구원은 이어 “미국이 전술핵 몇 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할 수도 있다”면서도 “현재 한국에는 핵무기 저장시설도 없다”고 지적했다.

미 전술핵의 한국 재배치와 관련해서는 한국의 현무 계열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재래식 무기체계의 발전으로 과거에 비해 효용성이 떨어진데다 오히려 북한의 표적이 될 뿐이고, 운용과 보관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도 큰 의미가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미국대사 역시 한국의 독자 핵무장과 전술핵 재배치 모두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해리스 전 대사는 한국과 일본의 독자 핵무장이나 미국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적인 자신의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이 모든 것은 확장억제를 논의한 워싱턴선언과 관련 있다”면서 “결국 이는 신뢰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연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브로맨스’를 과시하면서 북미대화 재개 의지를 밝히고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언급한 뒤 한국 내에서는 독자 핵무장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만나 북한 비핵화가 아닌 미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만 제한하는 대신 대북제재 해제와 경제지원 등 ‘스몰딜’에 나설 경우 한국이 ‘패싱’ 당하는 ‘통미봉남’은 물론 북한의 핵을 머리에 이고 살게 되는 시나리오까지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여권 내 유력인사들은 ‘힘의 균형’과 ‘핵 균형’을 내세워 한국의 자체 핵무장 내지 핵 잠재력 보유,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 등 주장을 공공연히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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