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증권사 퇴직연금 운용액 7.85% 증가
은행·보험 신장률 앞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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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3개월 만에 증권사의 퇴직연금 운용금액이 100조원을 돌파했다. 427조원 규모의 연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증권사, 은행, 보험사가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증권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30일 금융감독원 연금포털 연금운용액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 증권사의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액이 103조9412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3분기 96조5328억원보다 7.85% 증가한 수치로 퇴직연금 실물이전이 본격화되면서 급격히 증가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14.782%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은행과 보험사의 성장률을 앞질렀다. 지난해 보험사 퇴직연금 운용액은 증가율은 5.18%, 은행은 11.57%를 기록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는 퇴직연금 가입자로 하여금 보유 중인 계좌를 해지하고 현금화하지 않더라도,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유지한 채 여타 금융사로 갈아탈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증권사의 퇴직연금 운용액 증가는 지난 10월부터 시행된 퇴직연금 실물이전과 맞물려 가속도가 붙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주요 증권사 3사(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의 퇴직연금 실물 이전 금액은 9400억원으로 나타나며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분기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2분기 증권사 퇴직연금 운용액은 전 분기 대비 3.69%, 3분기 2.64% 증가에 그쳤었지만 4분기 들어 7.85% 뛰면 고속 신장했다.
4분기 기준 연금 운용액이 가장 큰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으로 29조2100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증권(17조5151억원), 한국투자증권(15조8148억원), 삼성증권(15조3857억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확정급여형(DB)은 44조8400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개인 IRP는 34조9995억원, 확정기여형은 27조2669억 순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만한 점은 증권사 개인형퇴직연금(IRP)과 확정기여형(DC형) 퇴직연금 운용 금액의 증가세다. 3분기 대비 4분기 증가율로 살펴보면 증권사의 개인 IRP 운용액은 22.05%로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그 다음으로 DC형 8.79%, DB형 22.05% 순서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자신의 퇴직연금을 직접 관리하고 투자하려는 ‘자기 주도형 투자’ 추세가 확산하면서 운용이 자유로운 IRP형으로 자금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의 연금 운용액은 보험사, 증권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3분기 210조2811억원에서 4분기 225조7684억원으로 7.37% 늘었다. 반면, 보험사들은 4분기 4.54% 성장한 97조4975억원을 기록하며 100조원의 장벽을 넘지 못했다.
보험사는 퇴직연금 실물 이전 효과도 가장 적게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운용액이 증권사를 앞섰으나, 2분기부터 역전당했다.
증권사들이 두드러진 실적을 기록한 배경에는 안정적인 투자보다는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해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려는 투자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
증권사는 은행, 보험보다 더 많은 실적배당형 상품을 취급하고 있어 투자자의 선택의 폭이 넓다는 설명이다. ETF의 경우, 증권사에서는 국내 시장에 상장된 800여 개의 ETF를 대부분 취급하고 있어 포트폴리오 선택지를 넓힐 수 있다. 반면 은행에서는 ETF 상품은 실시간 매매가 불가능하다.
증권사의 ETF 거래 수수료가 일반적으로 더 저렴한 점도 은행에서 증권사로의 퇴직연금 머니무브의 이유로 꼽힌다.
보험사의 경우는 주로 원리금보장형 상품을 취급하다 보니 ETF나 다양한 실적배당형 상품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도 개인 투자자들에게 아쉬운 지점이다. 또 보험사가 보유한 퇴직연금 상품 대부분이 보험형 자산관리계약으로, 실물이전 대상에서 제외되어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