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고 어떻게 매달 수백씩 낼 수 있겠어” 도심형 럭셔리 실버타운, 공실에 골머리[부동산360]

건설사들 블루오션 ‘시니어 레지던스’ 뛰어들어
고급화에 분양가·임대료 부담…공실 활용법 고민
호텔·게스트하우스·직계가족 분양 등 다양해


노년층이 늘어나며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이 각광받고있다.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A씨는 지난달 친구들과 연말파티를 위한 장소를 숙박 어플을 통해 알아보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 위치한 ‘더클래식500’을 1박 2일로 예약하게 됐다. 고급 실버타운으로 알고 있던 장소에서 일부 층이 호텔로도 운영되는 사실을 처음 알게됐다. 스위트룸을 예약한 A씨는, 거실·소파도 넓고 레지던스 형태라 취사도 가능해 직접 간단한 음식도 해먹으며 즐거운 연말파티를 즐겼다.

‘더클래식500 펜타즈 호텔’에는 A씨와 같은 수요가 꾸준히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한 숙박 어플에 따르면 설 연휴가 시작되는 25일부터 26일까지 취사가 불가능한 호텔식 객실 타입인 ‘디럭스’와 ‘주니어 스위트’ 상품은 모두 판매 완료된 상태다. 가격은 취사 가능하고 3~4인이 이용할 수 있는 스위트룸은 30만원대이고, 취사가 불가능한 2인용 객실은 20만원대로 고급 호텔의 숙박료와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더클래식500’ 홍보 관계자는 “2009년 입주 당시 본래 500가구의 임대물량을 계획했으나, 입주율이 생각만큼 나오지는 않았다. 초장기에는 공실을 입주자의 자녀나 지인들이 놀러오면 사용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했다”며 “A·B 2개동 중 A동 일부 저층의 84가구만 2012년부터 현재까지 펜타즈 호텔로 운영 중으로 수익다변화를 위해 시작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갈수록 노년 인구는 늘지만 이를 수용할 노인주거복지시설은 제자리 걸음 중이다. 보건복지부의 2024 노인복지시설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주거 기능을 수행하는 노인주거복지시설(양로시설, 노인공동생활가정, 노인복지주택)의 이용 노인 수는 2023년 1만9369명으로 2022년 1만9355명에 비해 증가했으나, 시설 수는 308개소에서 297개소로 오히려 감소했다.

수요 대비 공급이 적은 상황에 시니어 주택 사업의 호황이 예상되지만, 이 중 하이엔드급 주거 환경을 제공하는 민간 임대 방식의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은 비싼 임대료에 수요자들이 여전히 부담을 느끼는 실정이다. 실제 분양가도 인근 시세 대비 비싼 편이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올해 10월 입주 예정인 ‘VL르웨스트’ 전용 51㎡의 분양가는 6억18000만원 수준으로, 인근 ‘마곡엠밸리7단지’ 아파트 전용 58㎡의 초기 분양가가 평균 5억885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전용면적 당 가격에서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니어 주택 사업은 건설사들에게 블루오션과 같다. 다만 최근 생기는 실버 타운은 예전처럼 지방 혹은 외지에 생기지 않고 도심지 역세권에 위치하는 등 프리미엄화가 뚜렷하다”며 “병원도 인접하고, 커뮤니티 서비스 및 혜택도 갈수록 늘어나지만 여전히 성공사례는 적다. 옵션에 따라 다르지만 월세가 대부분 300만원을 넘는데, 이를 감당할 만한 노년층 수요는 아직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위례 심포니아’ 조감도. [한미글로벌디앤아이]


최근 국내 건설사들은 ‘블루오션’인 도심형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에 뛰어들고 있으나, 계약이 순항을 달리는 곳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분양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위치한 ‘위례 심포니아’는 3월 입주를 앞두고 현재 공급이 한창인 가운데, 미계약분을 어떤 방식으로 채울지 논의 중에 있다. 시니어 타운이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계약 완료된 입주 예정자들의 직계가족에게 입주 기회를 주는 방안도 후보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양 관계자는 “계약률은 아직 분양이 마무리 되지 않아 공개는 어렵지만 완판은 어려운 상황이다. 시니어주택의 경우에는 준공 후에 실제로 직접 본 다음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며 “롯데 르웨스트, 대우 푸르지오 의왕의 경우도 준공 후에 계약이 마무리 될때 까지 몇 년이 소요된다. 현재 위례 심포니아는 시공 중인데 준공 되는대로 본격적으로 홍보와 분양 계약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다른 건설사들도 시니어 레지던스 준공·공급을 앞두고, 저마다 좋은 조건으로 ‘입주자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마곡 VL 르웨스트는 입주민에게 의료에 특화한 주택 설계와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고, 위례 심포니아는 계약시 4년간 동결된 보증금과 2개월 생활비 감면 또는 6개월 식비 무료 지원 중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혜택 제공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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