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는 어떻게 ‘다있소’ 왕국이 됐을까

1997년 서울 천호동에 1호점 개점
외환위기 속 ‘불황형 업태’로 주목
상품 개발력·소싱력으로 승승장구
연매출 3조원 넘어 작년 4조 기대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트렌드 속에서 누군가는 생존을 위한 전쟁을 치릅니다.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면 일순간에 외면받기 일쑤입니다. ‘메가 브랜드’를 향해 고군분투하는 유통가의 속사정, [언박싱 프로]를 통해 들려드립니다.

1997년 서울 천호동에 문을 연 ‘아스코이븐프라자(다이소 이전 브랜드) [다이소 제공]


“와, 이런 상품이 어떻게 1000원이지?” <박정부 회장의 ‘천 원을 경영하라’ 중>

다이소의 창업주 박정부 회장은 저서 ‘천 원을 경영하라’에서 “매출이 올라가고 수익이 높아졌다는 말보다 현장에서 고객의 이런 탄성을 듣는 것이 훨씬 더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1000원짜리 지폐와 다이소 상품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을 때, 망설임 없이 후자를 택하도록 하는 것이 회사의 본질이라는데요.

즉 박 회장은 저렴한 가격만이 다이소의 본질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는 건데요. 첫 매장부터 지금까지 ‘가격에 비해 최소한 2배 이상의 가치를 갖는’ 상품을 판매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헤럴드경제는 국민 가게로 불리는 ‘다이소’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모든 것에 대해 다뤄보려고 합니다.

1997년 서울 천호동에 1호점 개점

전국에 1500여개의 매장을 둔 다이소의 시작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바로 내수 유통을 위한 유통전문회사 ‘아성산업’입니다. 아성(亞成)이라는 이름은 창업주인 박 회장의 어머니가 지었습니다. 직역하면 ‘아시아에서 성공하라’는 뜻입니다. 현재 다이소의 사명은 ‘아성다이소’입니다. 그동안 다이소의 사명은 3번 바뀌었지만, ‘아성’이라는 단어는 빠지지 않았습니다.

첫 매장은 회사 설립 후 5년 뒤인 1997년에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회사가 설립된 1990년대 초반에는 균일가 판매점이 익숙한 시기는 아니었습니다.

다이소는 당시 서울 천호동에 13평 남짓한 매장을 열었습니다. 다이소의 시작이자 국내 최초 균일가 소매 1호점 ‘아스코이븐프라자’가 탄생한 것입니다.

처음 매장을 찾은 고객은 1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신기해했습니다. 품질에 대한 확신이 없어 선뜻 지갑을 열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곧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가 좋은 곳으로 입소문을 탔습니다. 그해 가을에는 IMF 외환위기가 닥치며 ‘불황형 업태’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2024년 다이소 이마트 의왕점 모습 [다이소 제공]


다이소 성공 요인 ‘상품 개발력·소싱 능력’

다이소의 성공 요인은 ‘상품 개발력’과 ‘소싱 능력’이라고 합니다. 박 회장은 이를 두고 전 세계를 누비며 발품을 판 덕분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 익힌 유통구조와 상품개발 과정, 스페인에서 본 저가상품의 소비패턴과 다양한 샘플제품들, 중국에서 찾아다닌 생산라인들. 균일가 상품에 대한 고민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당시 1호점이 성공을 거두며 ‘천냥’, ‘천원’ 등 이름을 단 균일가숍이 잇달아 생겨났습니다. 박 회장은 균일가 판매라는 점은 비슷하지만, 본질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이소는 ‘생활용품 균일가숍’이라는 콘셉트에 맞는 상품을 갖추고 있지만, 다른 곳은 주로 부도난 회사들의 이른바 ‘땡처리’ 상품을 판매하는 정도였다는 겁니다.

박 회장은 고객 유인 전략으로 단순히 ‘값이 싼 것’만을 앞세우지 않았다고 합니다. 일부 상품을 미끼상품으로 싸게 파는 것이 아니라, 매장에 들인 모든 물건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는 것을 우선했습니다. ‘놀라운 가치로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것’. 바로 다이소의 경영 이념이기도 합니다.

중국산? 초저가? 다이소가 ‘돈 버는 방법’

다이소는 500원, 1000원, 15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등 6가지 가격으로만 판매하는 ‘균일가’ 가격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현재 다이소의 상품은 1000원, 2000원 상품이 전체의 약 80%를 차지합니다. 이 중 다이소의 정체성인 1000원짜리 상품이 절반을 넘는다고 합니다.

저가 상품이 많다 보니 대부분 ‘중국산’이라는 오해도 많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국내 협력업체의 제품이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업체당 연평균 거래 금액도 늘고 있어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구조입니다. 낮은 구매단가를 보장받는 대신 100% 현금결제, 대량 주문, 장기간 거래 등 신뢰에 기반한 거래를 합니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는 품질경영시스템 국제표준인 ISO 9001 인증을 취득해 유지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토록 저렴한 가격대가 가능했을까요. 과연 1000원짜리가 대다수인 매장에서 물건을 팔아 이윤은 충분히 남기고 있을까요. 대부분의 기업은 제품 원가에 적정 이윤을 붙여 판매가를 결정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다이소는 그 반대입니다.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시장가격보다 낮은 판매가(균일가)를 먼저 결정하고, 각종 비용 절감, 이윤 최소화로 상품을 공급합니다.

비용 절감은 어떻게 했을까요. 먼저 유통단계를 단순화했습니다. 제조업체와 직거래로 중간 수수료를 최소화했습니다. 또 생산량의 증가에 따라 단위당 생산비가 감소하는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있습니다. 전국 1500여개 매장을 바탕으로 협력업체에 상품을 대량으로 발주해 상품생산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입니다.

다이소에는 그 흔한 광고모델도 없습니다. 할인판매, 1+1 판매 등 판촉 행사도 진행하지 않습니다. 많은 유통업체가 광고판촉비로 매년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는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입니다. 상품관리도 일원화해 물류센터 상품 입고 후 직접 상품을 관리합니다. 협력업체에 추가로 관리와 보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구조인 겁니다.

박리다매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다이소 매장에 진열된 제품은 3만여가지에 달합니다. 품목별 가짓수도 다양합니다. 용도별, 모양별, 종류별, 크기별로 특징이 다른 제품들이 가득합니다. 다양한 선택지는 곧 고객을 끌어들이는 요인입니다. 매달 출시하는 600여종 이상의 신상품은 10여단계 이상의 개발단계를 거쳐 출시된 후 테스트 판매를 통해 소비자에게 호응을 얻은 상품들입니다. 무엇보다 박리다매로 규모가 커지면서 원가경쟁력이 생겼습니다. 다이소가 제조사에 좋은 품질을 요구할 수 있게 된 겁니다.


매장· 품목 확대…다이소의 ‘변신’

다이소의 현재 모습은 초창기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우선 공간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좁은 매장에 물건을 하나라도 더 넣기 위해 산더미처럼 짐이 쌓여있었다고 합니다. 마치 창고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진열대를 고객 눈높이에 맞추고, 조명도 환하게 바꿨습니다. 매장 전체가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통로를 중심으로 진열대를 구성했습니다.

또 다른 변화는 바로 매장 규모입니다. 최근 다이소 매장을 보면 대형 매장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에만 홈플러스 상봉점(790여평), 롯데마트 김해점(780여평), 이마트 의왕점(830여평), 평택 고덕 브리티시점(800평대) 등 대규모 매장을 잇따라 열었습니다.

위치를 보면 주로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에 입점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집객 효과를 가져오고 신규 고객을 유입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이소에서도 매장 규모를 키울 수 있고, 주차 등 편의시설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 서로 윈윈하는 구조입니다. 업계에서는 ‘다이소 모시기’에 나서며 입점 필수 업체로 고려할 정도라고 합니다.

커지는 매장 규모는 다양해지는 품목 규모와도 연결됩니다. 다이소는 뷰티와 패션 카테고리를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2021년 화장품 판매를 시작한 다이소는 최근 품목과 브랜드를 급속도로 늘려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기준 뷰티 카테고리는 59개 브랜드, 466종 상품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 신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약 150% 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기초화장품이 약 200%, 색조화장품이 80% 증가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주요 뷰티 대기업까지 다이소 전용 화장품을 내놓았습니다. 다이소가 뷰티 공룡으로 CJ올리브영의 대항마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옵니다.

다이소가 눈독 들이고 있는 또 하나의 품목은 바로 ‘패션’입니다. 여름·겨울 시즌에 맞는 다양한 의류 제품들을 선보여왔습니다. 이번 겨울에도 발열내의부터 기모 맨투맨, 플리스 등 겨울 의류를 5000원에 내놨습니다. 다이소는 의류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맨투맨, 후드티, 플리스, 패딩 조끼 등을 이지웨어 카테고리로 관리를 하고 있는데요. 신상품을 내놓았던 지난해 10월 이지웨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67% 신장했습니다. 본격적으로 겨울옷 수요가 늘어난 10~11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57% 폭증했습니다.

물론 무엇이든 다 있는 다이소에 없는 물품도 있습니다. 바로 ‘담배’와 ‘술’입니다. 박 회장은 “다이소가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건전한 쇼핑 공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다이소는 앞으로도 매장에서 담배와 술을 판매할 계획이 없다고 합니다.

2023년 연매출 3조 돌파…4조 기대감

다이소는 성장을 지속해 왔습니다. 2000년 초 100개 안팎이었던 매장 수는 2005년 500개를 돌파했습니다. 매출도 빠른 속도로 늘었습니다. 2007년 처음 1000억원을 넘겼고, 2014년 드디어 ‘1조원’을 돌파한 기업이 됐습니다. 매장 수도 1000호점을 돌파했죠. 다이소에 1조원의 의미는 큽니다. 주력상품인 1000원짜리 물건을 무려 10억개를 팔아야 나올 수 있는 숫자입니다.

1호점 개점 이후 17년 만에 1조원 클럽에 입성했지만, 그 이후 성장세는 가팔라졌습니다. 2019년 2조원, 2023년 3조원까지 연 매출이 빠르게 늘어난 것입니다. 2024년 연 매출 목표였던 4조원 돌파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습니다.

내실을 다지기 위해 투자도 이어왔는데요. 박 회장은 1000원을 위해 ‘100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고 설명합니다. 바로 물류센터 건립입니다. 수많은 상품을 관리하다 보니 물류에 많은 인력과 비용이 투입됐고, 센터도 과부하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영업이익률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다이소는 당시 약 1200억원을 투자해 경기 용인시 남사읍에 물류허브센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2012년에는 자동화시스템과 정보시스템 기반의 스마트 물류센터인 ‘남사허브센터’를 건립했습니다. 지상 7층, 지하 2층 규모의 남사허브센터에서는 현재 수도권과 강원권에 상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축구장 면적 약 20배에 달하는 규모의 최첨단 자동화 물류센터인 ‘부산허브센터’를 추가로 구축했습니다. 부산허브센터는 중부권과 남부권에 물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당시 박 회장은 2025년까지 물류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부산허브센터 건립을 추진했다고 합니다. 올해가 바로 당시 큰 그림을 그렸던 해인 2025년입니다. 미래를 위한 과감한 투자는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또 2023년 7월부터 경기도 안성시 대덕면에 ‘안성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다이소 공식 온라인쇼핑몰인 ‘다이소몰’의 온라인물류센터로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세종시 스마트그린산업단지 내 ‘세종허브센터’와 ‘세종온라인센터’, 양주시 은남일반산업단지 내 ‘양주허브센터’를 계획 중입니다.

다이소는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에서도 힘을 주고 있습니다. 2023년 12월 기존 오픈마켓 형태로 운영되던 온라인몰을 자사몰로 통합·전환한 ‘다이소몰’을 새롭게 열었습니다. 다이소몰에는 익일배송, 매장 픽업, 정기배송, 대량 주문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매장 재고 조회 기능을 제공해 오프라인 매장과의 연결성도 강화했습니다. 신상품·기획전·베스트 등 다이소몰 전용 메뉴를 신설해 접근성을 높이고, 카테고리·연령대·가격대별로 실시간 인기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큐레이션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전새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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