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24년 성장률 2.8%…2년 연속 한국 추월

1971년후 처음, 2년 연속 미국에 뒤져
국내외 주요 경제연구기관 “추경 필요”



미국과 한국의 경제 상황이 명확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미국과 달리 한국 경제는 수출 약세와 내수 부진으로 성장세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31일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2.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미국이 2023년 2.9% 성장에 이어 2년 연속 탄탄한 성장세를 지속한 것은 인공지능(AI) 시대를 주도하는 혁신 성장, 첨단 제조업의 부활, 이를 통한 일자리 확대와 개인 소비 호조 덕분으로 풀이된다.

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23년 1.4%를 기록했고, 작년엔 겨우 2%에 턱걸이했다. 1971년 이후 2년 연속 미국 성장률이 한국보다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올해 성장률도 1%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까지 50여 년 동안 미국의 연간 성장률이 한국을 앞선 것은 6차례다. 12·12 군사반란 여파와 제2차 석유 파동이 겹친 1980년, IMF 외환 위기 때인 1998년을 제외하면, 2019·2021·2023·2024년 등 최근에 집중되고 있다.

반도체·자동차 등 일부 품목에 기댄 한국의 수출 중심 경제 구조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11월 상경계열 교수 11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6.7%는 한국의 경쟁력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의미의 ‘피크 코리아’에 동의했다.

문제는 한국 성장률이 올해에도 미국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의 성장률을 2.7%로 전망했지만 한국은 2%에 머물 것으로 봤다.

IMF의 전망은 그나마 후한 편이다. 국내외 주요기관들은 계속해서 올해 한국 성장률을 하향조정하면서 현재 1%대 성장이 확실시되는 모습이다. 최근 씨티은행은 전망치를 직전 1.5%에서 1.4%로, JP모건은 1.3%에서 1.2%로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도 1.7%에서 1.5%로 눈높이를 낮췄다.

이 탓에 재정을 풀어 성장률 둔화를 방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외 주요기관들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포함한 정부의 정책 대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추경과 관련해 “15조~20조 정도로, 시기는 가급적 빨랐으면 한다”며 “발표가 늦어지면 경제 심리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제언했다.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경기 회복을 위해 추경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에 예산의 67%를 집행하기로 했지만, 이런 조기 집행만으로는 내수 활성화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모건스탠리는 추경을 집행한다면 성장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모건스탠리는 “정부가 20조원에 달하는 추가 패키지(추경)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소규모 기업과 저소득·고부채 가구를 돕는 것을 목표로 할 가능성이 큰데, 이를 통해 올해 말부터 내년에 걸쳐 성장률을 0.2%포인트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예산 조기 집행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던 정부도 추경 편성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추가 재정 투입에 대해 국회·정부 국정협의회가 조속히 가동되면 함께 논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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