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KB금융·NH금융·신한금투·토스 대상
‘회장 부당대출’ 우리금융 주목…“매운맛” 예고
결과따라 동양·ABL생명 인수 승인 영향 가능성
금융감독원이 4일 금융권 정기검사 결과를 발표한다. 지난해 손태승 전 횡장의 부당대출 사건이 불거진 우리금융에 대한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페어몬트앰배서더호텔에서 열린 외국계 금융회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금융감독원이 4일 우리금융지주를 비롯한 금융권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를 발표한다. 지난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부당대출 사건이 적발된 우리금융지주에 이복현 금감원장이 ‘매운맛’을 예고한 가운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4일 지난해 진행한 금융지주와 은행에 대해 진행했던 정기 검사 중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금융지주를 비롯해 KB금융지주, NH금융지주, 신한금융투자, 토스 등이 대상이다. 검사 결과에는 내부통제 관련 사항을 비롯해 자본 비율과 자산건전성, 리스크관리 관련 사항 등도 포함된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우리금융 검사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 건은 정기검사 전에 따로 검사를 진행했지만, 이번 발표에 관련 내용도 포함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이번에는 정기검사에 대한 중간 결과 발표지만 정기검사에서도 부당대출 관련 내용이 나온 게 있어서 같이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 6월 금감원은 손 전 회장의 부당대출 의혹 조사를 위해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8월에는 재검사도 진행했다. 10월에는 예정된 정기 검사도 이어갔다. 정기검사도 기간을 2주 연장했다. 정기검사 결과 발표는 원래 지난해 12월 예정이었지만 비상계엄 사태에 따른 후폭풍으로 새해 초로 미뤄졌고, 2월 초로 재차 연기됐다. 당시 이복현 금감원장은 “위법 행위를 경미하게 취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매운맛으로 시장과 국민에게 알리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4일 직접 나서서 검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금감원의 이번 검사 결과에 금융권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이번 결과로 우리금융이 야심 차게 준비 중인 동양·ABL생명보험 인수·합병(M&A) 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지난달 15일 우리금융지주는 금융당국에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대한 인수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심사를 위탁받은 상태다. 승인 관련 규정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경영실태평가에서 종합평가 등급 2등급 이상을 받아야 한다. 지난 종합검사에서 우리금융지주는 2등급을 받은 상태다. 하지만 이번 종합검사로 나올 경영실태평가에서 부당대출 관련 부분이 높게 반영되면 등급이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경영실태평가부터 내부통제가 별도 평가 부문으로 분리되고 평가비중이 기존 5.3%에서 15%로 커지기도 했다.
관건은 시간이다. 규정상 금융위는 우리금융지주의 인수 건에 대한 승인 여부를 60일 이내에 정해야 한다. 만약 우리금융에 대한 경영실태평가 결과가 그 이후에 나오면 2등급이 유지되고, 승인 조건도 충족된다.
반면 금감원이 인수 절차를 늦추는 동시에, 경영실태평가 결과를 앞당겨 발표하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규정상 인수 승인 기한에는 자료 보완 요청이 산정되지 않는다. 금감원이 우리금융에 자료 보완을 계속 요구하는 식으로 시간을 끌 여지가 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심사하는 기간이라도 추가 자료를 요청하면 기간이 계속 확보가 된다”며 “언제까지 꼭 해야 한다고 돼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른 당국 관계자는 경영실태평가 발표 시점에 대해 “4일 발표 내용은 중간발표 형태이고, 경영실태평가 등급은 최종결과가 나온 뒤 정해질 것”이라면서도 “최종결과를 언제쯤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이나 개인사업자에 거액 부당대출을 해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지난 21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김수홍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과 업무방해 혐의로 손 전 회장을 불구속기소했다. 손 전 회장은 2021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처남 김모 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23차례에 걸쳐 517억4500만원을 불법 대출해준 혐의를 받는다.
이에 우리금융그룹은 그룹 임원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을 방지하기 위해 ‘임원 친인척 개인(신용) 정보 등록제도’를 본격 시행했다. 은행을 포함한 대출을 취급하는 그룹 계열사에서 임원 친인척이 대출을 신청하면 여신감리부서로 대출 신청 사실이 자동 통지돼 청탁 여부 등을 살펴볼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우리은행은 내부자 신고를 외부 채널을 통해 접수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컴플라이언스(내부통제) 전문업체인 레드휘슬이 제공하는 익명 신고 시스템 ‘헬프라인’을 통해 임직원은 아이피(IP) 주소 추적이나 신원 노출에 대한 걱정 없이 내부 비위 등을 검사본부 소속 담당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 검사본부도 이 채널을 통해 익명의 신고자에게 처리 결과 등을 통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