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9월 이만희 HWPL 대표가 경기 화성시 화성종합경기타운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유관기관인 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이 48억원 상당의 세금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사실상 패소했다. 법원은 HWPL이 신천지 행사를 기록한 DVD를 판매하고, 신천지로부터 수십억원을 증여받고도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나진이)는 HWPL이 서울 서초세무서와 서울 용산구청·강남구청·서초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등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일부 패소 판결했다. 세무당국이 부과한 48억여원의 세금 중 95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세금은 정당하다는 취지다.
HWPL은 2013년 신천지가 세운 비영리법인으로 대표는 신천지 교주인 이만희다. 국세청은 2020년 4월부터 같은 해 10월까지 세무조사를 실시해 탈세 정황을 발견했다. 서울 서초세무서와 용산구청, 강남구청 등 기초자치단체는 HWPL에 법인세 19억 7600만원, 부가가치세 11억 4100만원, 증여세 15억원, 지방소득세 2억원 등 합계 48억 1700만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세무당국이 문제 삼은 부분은 크게 2가지다. 첫 번째 쟁점은 HWPL이 신천지 행사 내용을 기록한 DVD를 판매해 수익을 얻었는지 여부다. HWPL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신천지와 공동으로 주최한 각종 행사 영상을 DVD로 기록해 신천지 신도들에게 주고 금원을 받았다.
세무당국은 비영리법인이 수익사업을 영위하고도 법인세, 부가가치세를 신고하지 않은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HWPL은 신천지 신도인 회원들로부터 행사 개최를 위한 후원금을 받았고 감사의 의미로 DVD를 증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HWPL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원고(HWPL)와 신천지 내부 전산자료 등을 살펴보면 DVD 구입비, DVD 대금과 같은 내역이 존재한다. 신천지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지교회에 DVD 1세트당 일정 금액으로 책정한 보급가 상당의 DVD 대금을 수금하고자 한다는 취지의 문서도 송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HWPL이 신천지와 함께 신도들에게 대가를 받고 DVD를 계속적·반복적으로 판매해 수익을 얻었다”고 했다.
두 번째 쟁점은 HWPL이 송금받은 수십억을 ‘증여’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세무당국은 HWPL이 2013년부터 2019년까지 행사 후원 등 명목으로 신천지, 이만희, 개인 출연자 9명으로부터 30억여원에 달하는 금원을 증여받았다고 판단했다.
HWPL 측은 HWPL이 공익법인 중 하나인 문화단체에 해당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문화단체가 아니라 해도 신천지로부터 받은 금원 중 19억 5100만원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매길 수 없다고도 했다. 신도들이 HWPL 후원금 명목으로 신천지에게 19억 5100만원을 보냈고 신천지는 이를 ‘전달’ 했을 뿐이라고 주장이다. 신도들의 개별 후원금 대부분이 50만원 미만에 해당해 증여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법원은 우선 HWPL이 문화단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HWPL은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설립 허가를 받았다. 종교단체인 신천지와 함께 행사를 주최하는 등 활동 내역을 종합하면 종교적 이념에 바탕을 둔 ‘민간 외교단체’”라며 “일부 문화사업이 이뤄졌다고 해서 문화·예술 단체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신천지가 HWPL에 송금한 27억여원에 대해서도 ‘증여’가 인정된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원고는 신천지가 후원금을 전달한 것뿐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신천지에 후원금을 지급할 당시 신도들이 HWPL에 직접 증여한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후원금 전달을 부탁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객관적 자료가 없다”고 했다.
이어 “오히려 신천지는 종교단체이고 HWPL은 국제 문화교류를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법인이라는 점에서 신도들의 의사는 신천지에 후원금을 증여한다는 것이었을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신천지 신도 5명이 HWPL에 직접 송금한 950만원은 증여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