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P 테스트 |
[헤럴드경제=김보영 기자] “그래서 내가 사는 게 힘들었구나.” “구구절절 다 내 얘기다.”
성격을 16가지 유형으로 나눈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에 이어 매우 민감한 사람들을 구별하는 HSP(Highly Sensitive Person)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HSP는 미국의 심리학자 일레인 아론 박사가 1990년대 중반에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자극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을 뜻하는 심리 용어다.
HSP는 주의, 행동, 감정, 의사결정에 있어 더 활발한 뇌의 활동을 보이며, 외부 자극의 미묘한 차이를 인식하고 쉽게 반응하는 민감한 신경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약 15~20%가 HSP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기질적으로 예민한 특성을 보인다. ‘초감각’이 있어 학습 능력과 정보 처리 능력이 높으며 대체로 명민하다. 타인의 감정과 기분을 쉽게 감지하고 사회적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초감정’을 지닌다. 음악·책·그림 등에 대한 깊은 수준의 감상이 가능한 ‘심미안’을 소유하고 있기도 하다.
외부 자극에 예민하기 때문에 HSP의 사회생활은 쉽지 않다. 슈퍼안테나처럼 사방에서 자극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온갖 자극들에 압도당한 채 기진맥진하며 집에 돌아오기 쉽다. 상대를 편하게 해주기 위해 세심히 배려하고 갈등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러한 기질로 인해 누군가를 만나고 나면 금세 녹초가 되고 항상 기력이 부족하다.
현재 온라인에는 HSP 테스트가 배포돼 있어 자신이 HSP에 해당되는지 간단하게 검사해볼 수 있다. 23개 항목으로 구성된 테스트에는 ‘다른 사람들의 기분에 영향을 받는다’, ‘밝은 빛, 강한 냄새, 사이렌 소리 같은 것에 의해 쉽게 피곤해진다’, ‘깜짝깜짝 놀란다’, ‘경쟁을 해야 한다거나 무슨 일을 할 때 누가 지켜보고 있으면 불안하거나 소심해져서 평소보다 훨씬 못한다’ 등의 항목이 포함돼 있다.
누리꾼은 테스트 검사를 공유하며 “범죄 피해 뉴스들 보면 너무 스트레스 받고 감정이입되고 피해자 쪽에서 생각하게 돼 피곤하다”며 “어릴 때부터 까슬까슬한 니트같은거 진짜 싫어했고 옷 뒤에 택도 무조건 다 떼고 입어야 한다”, “가족이나 애인이랑 있을 때도 편안하지 못한 게 슬프다. 작은 표정 변화 하나에도 날 사랑하지 않을까 봐 두려워진다”며 각자의 고충들을 털어놓았다.
전문가는 HSP로서 잘 살아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신이 예민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심리전문가 최재훈씨는 자신의 저서 ‘나는 왜 남들보다 쉽게 지칠까’에서 불필요한 자극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부정적 감정을 흡수하지 않고 흘려보내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명상, 호흡, 운동 등 반드시 자신만의 감정조절 루틴이 있어야 한다면서 “HSP들에게 잘 안 맞는 사람들은 에너지 날강도나 다를 바 없기에 최대한 빨리 관계를 정리할수록 좋다”고 말했다. 또 “번아웃이 오지 않도록 평소에 자신의 한계치에 대한 선을 명확히 하고 스스로 번아웃의 경계에 가까워졌다고 판단되면 그 즉시 자극에서 물러나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