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만 가져와놓고 다시 보냈다…공수처, 한덕수·이상민 건 경찰이첩 [세상&]

공수처, 이상민 건 검찰에도 이첩예정
소환 시도 못하고 시간만 끈 공수처 비판도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12·3 불법계엄’ 관련 내란 등 혐의를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경찰이 다시 맡기로 했다. 공수처는 일부 언론사에 단전·단수를 시도한 전 장관의 행위가 처벌규정이 없는 ‘직권남용 미수’에 그칠 가능성이 있어, 직권남용을 토대로 내란 혐의를 적용하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했다.

4일 공수처 관계자는 “전날 한덕수 총리와 이 전 장관에 대한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 이 전 장관 사건의 경우 검찰에 이날 오후에 사건을 넘길 예정”이라며 “한 총리는 경찰에서 이미 한 차례 조사했고 지금 수사가 진행 중으로 공수처에도 관련 고발 건이 있지만 중복 수사 방지 차원에서 이첩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전날 이 전 장관이 계엄 선포 직후 허석곤 소방청장에게 전화해 MBC와 한겨레, 경향신문 등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에 협조하라고 지시한 사건을 공수처로부터 넘겨받아 수사하기로 했다. 공수처는 작년 12월 8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사건 이첩을 요구하면서 이 전 장관 사건도 함께 이첩해달라고 요구했는데, 한 달 반 만에 수사권이 다시 경찰로 넘어오게 된 것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시도 기간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에 힘을 실을 여력이 없었지만, 지난달 14일부터 허 청장 등 소방청 관계자를 잇따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속도를 내는 듯 보였다. 다만 이 기간 동안 이 전 장관 대면조사는 시도하지 않았다.

공수처는 당초 고위공직자범죄인 직권남용죄의 ‘관련 범죄’로 이 전 장관의 내란 관련 혐의들을 수사하려 했다. 하지만 계엄 당일 실제 단전·단수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직권남용죄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해 내란죄 직접 수사권이 있는 경찰에 다시 사건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형법상 직권남용죄는 ‘미수범’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검찰의 요청에 따라 이 전 장관의 다른 사건을 이날 오후에 넘기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같은 사건을 경찰과 검찰에 각각 보내는 것에 의구심이 들겠지만 검찰이 공수처로 사건을 넘길 때 혐의가 내란 혐의를 포함해 총 8가지였고, 이 중에는 군형법상 반란도 포함돼 있었다”며 “경찰의 경우는 3가지 혐의를 적시해 넘겼다. 검찰이 보는 혐의점이 더 많다는 것이 참고됐고 군 검사들과 검찰이 같이 수사해 군형법상 반란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해 사건을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의 구속기간 연장을 법원이 불허한 것도 공수처의 재이첩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3일 공수처로부터 윤 대통령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24~25일 서울중앙지법에 구속기간 연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공수처법상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규정돼 있지 않고 검찰청 검사가 공수처가 이첩한 사건수사를 계속할 이유가 있다 보기 어렵다며 불허했다. 결국 검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지 못한 채 지난 26일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이 전 장관을 구속하더라도 기소는 검찰에 맡겨야 하는데, 법원이 검찰로 이첩된 사건의 구속기간 연장을 불허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다만 결과적으로 공수처는 이 전 장관을 한차례도 소환조사하지 못하고 시간만 끌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법리에 대한 충분한 검토없이 이첩요구권을 행사해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 등 주요인물 사건을 가져오는 데에만 급급했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 공소장에는 비상계엄 선포 전후 언론사들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단수를 직접 지시한 정황이 담겼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온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조치사항이 적힌 문건을 보여줬다. 문건에는 ‘24:00경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MBC, JTBC, 여론조사 꽃을 봉쇄하고 소방청을 통해 단전, 단수를 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 전 장관은 이날 국회의 ‘내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2차 청문회에서 1차 때와 마찬가지로 증인선서를 거부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