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1월 6조 순매수 ‘4년來 최대’…딥시크 쇼크·관세戰에도 ‘미장’서 줍줍 [투자360]

올 1월 서학개미 美 주식 40.8억弗 순매수…月 기준 역대 2위
‘딥시크 쇼크’에도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株 투심 뜨거워
2월 美 증시 순매수액도 4.5억弗…2거래일 만에 작년 12월 ‘절반’
“‘정치적 관세’ 단기 리스크 가능성 커”…美 증시 반등
“AI 반도체株 상승 지속 여부, 빅테크 CAPEX 수요 주목”


[게티이미지뱅크, 신동윤 기자 제작]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미국 증시를 향한 서학개미(미 증시 소액 개인 투자자)의 새해 첫 달 투자 열기가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올랐다. 올해 1월에만 미 주식을 6조원 가까이 순매수하며 4년 만에 최대, 역대 두 번째로 강력했던 사자세를 보여주면서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충격으로 엔비디아 등 미 증시 대표 반도체주가 휘청였을 때도 서학개미는 ‘저가 매수’에 몰리면서 반등에 초강력 베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2기 미 행정부의 출범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표 수혜주인 테슬라 등에 대한 순매수세도 두드러졌다.

2월 들어 트럼프 발(發) 글로벌 관세 전쟁이 현실화하며 증시 변동성이 극대화할 것이란 우려 속에서도 서학개미의 미 증시 사랑은 이어진 가운데, 앞으로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딥시크 쇼크’에도 뜨거웠던 AI 반도체株 투심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학개미의 미 증시 순매수액은 40억7840만달러(약 5조9280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21년 1월 기록한 45억3227만달러(약 6조5877억원) 이후 4년 만에 월간 순매수액 기준으론 가장 큰 규모다. 예탁결제원이 관련 수치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11년 1월 이후로 범위를 넓혔을 때도 올해 1월 미 증시 순매수액은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눈여겨 볼 지점은 일명 ‘딥시크 쇼크’로 인해 그동안 미 증시를 비롯해 글로벌 AI 랠리를 이끌었던 미 대표 AI 반도체주가 급락세를 면치 못했던 ‘공포’ 속에서도 해당 종목에 대한 비중을 늘렸다는 것이다.

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액 2위엔 엔비디아(3억9659만달러)가 이름을 올렸고, 엔비디아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그래닛셰어스 2배 롱 엔비디아 데일리(GRANITESHARES 2.0X LONG NVDA DAILY)’ 상장지수펀드(ETF)도 4위(2억3956만달러)를 차지했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대항마’로 떠오른 브로드컴(1억8225만달러)도 바로 위 5위였다.

딥시크 충격이 본격적으로 미 증시에 반영되면서 급락했던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뚜렷하게 나타났던 서학개미의 저가 매수세가 미 증시에 대한 베팅폭 확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기간 순매수액 ‘톱(TOP)3’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스 불 3X(Direxion Semicondor Bull 3X, 4억4450만달러)‘ ETF, 엔비디아(3억5416만달러), ’그래닛셰어스 2배 롱 엔비디아 데일리(2억8570만달러)‘로 구성됐다. 해당 기간 엔비디아와 브로드컴이 각각 20.24%, 13.73%씩 급락한 바 있다.

[로이터]


트럼프 2기 행정부 ‘실세’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대한 서학개미의 베팅도 두드러졌다. 지난달 개인 투자자 해외 주식 순매수액 1·3위를 각각 테슬라(5억7700만달러)와 테슬라 주식을 2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DIREXION DAILY TSLA BULL 2X SHARES, 3억8118만달러)’ ETF가 이름을 올렸다.

2월 美 증시 순매수액, 2거래일 만에 작년 12월 ‘절반’


증시 전문가들 사이에선 2월 들어서도 서학개미들의 미 증시 선호 현상이 꾸준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린다.

당장 캐나다·멕시코를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와 한 달 유예 조치, 유럽연합(EU)을 향한 관세 엄포에 이어 미국과 중국 간의 관세 맞부과로 인한 충돌 등이 현실화한 가운데서도 지난 4일까지 서학개미는 미 증시에 대해 4억5362만달러 규모의 순매수세를 보였다. 결제일 기준으로 불과 이틀이 지난 가운데 기록한 순매수액이 지난해 12월 전체 순매수액(10억4622만달러)의 절반 수준에 달한 셈이다.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분쟁이 미 증시의 단기 변동성을 높일 것이란 분석도 나오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통화 등 협상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있다는 점에서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여전히 미 월가에선 우세하다.

[로이터]


당장 4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34.13포인트(0.30%) 오른 44,556.04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43.31포인트(0.72%) 오른 6,037.8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262.06포인트(1.35%) 오른 19,654.02에 각각 마감했다. S&P 500 지수는 이날 주가 반등으로 지난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예고한 10%의 추가 보편 관세가 4일부로 공식 발효되고 중국이 즉각 보복 조치를 발표했지만, 멕시코와 캐나다에 이어 중국도 대화를 통해 관세 부과가 극적으로 유예될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제이 해트필드 인프라스트럭쳐캐피털어드바이저스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이 관세에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것은 경제적 관세가 아니라 정치적 관세이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며 “결국 대부분의 수입 상품에 5~10%의 관세를 부과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고, 이는 용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주요 인사들을 중심으로 관세전쟁 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가능성으로 인해 추가적인 금리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점은 미 증시 주요 지표와 기술주 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AFP]


증권가에서는 딥시크 쇼크가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 AI 관련주의 궁극적인 방향성을 훼손하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서학개미의 투자 열기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다만, 빅테크(대형 기술주) 기업의 AI 관련 실비투자(CAPEX) 지속 여부를 확인하는 게 필요한 의견이 나온다.

서영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딥시크) 발표가 개선된 모델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며 “향후 추세 상승을 위해서는 기업들이 AI 모델을 발전시킬 효율적인 방법이 나왔음에도 더 강력한 AI 모델을 만들기 위해 CAPEX를 유지한다는 부분이 확인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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