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한달 새 46억달러 ↓…9개월만에 최대 감소

환율방어·분기말 효과 소멸 영향
심리적 마지노선 4000억弗 지켜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이 한달 사이 46억달러 가량 증발했다. 9개월만에 최대 폭 감소다. 원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대거 투입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4000억달러 수준의 외환보유액은 지켰지만 지금의 고환율 기조가 가라앉지 않는다면 외환보유액을 지속 투입할 수밖에 없어, 4000억달러 선도 위태로울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에 따르면 1월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10억1000만달러로 전월 대비 45억9000만달러 감소했다. 지난해 4월 59억9000만달러 감소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대해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조치 등에 기인했다”고 설명했다. 원화 가치가 급격하게 낮아지자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대거 투입했단 의미다. 분기말 효과 소멸로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 감소와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왑 확대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환율 수준은 1월 크게 뛰었다. 한은에 따르면 1월 평균 원/달러 환율(매매기준율)은 1455.79원에 달했다. 비상계엄 선언이 있었던 지난해 12월(1434.42원)보다도 20원 이상 높아졌다. 지난해 11월(1393.38원)과 비교하면 60원 이상 뛰었다.

달러 가치를 의미하는 1월 미 달러화 지수는 그 전달과 비교해 오히려 0.3% 떨어졌지만, 원/달러 환율 수준은 더 높아진 것이다. 정치 불확실성 등 국내 특수성으로 인해 원화 가치가 유독 크게 떨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외환보유액은 유가증권 3620억2000만달러(88.1%), 예치금 252억9000만달러(6.2%),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한 특별인출권(SDR) 147억2000만달러(3.6%), 금 47억9000만달러(1.2%), IMF포지션 41억9000만달러(1.0%)로 구성됐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12월 말 기준으로 세계 9위 수준이다. 1위는 중국으로 3조2024억달러를 보유했다. 이어 일본(1조2307억달러), 스위스(9094억달러), 인도(6357억달러), 러시아(6091억달러), 대만(5767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4366억달러), 홍콩(4215억달러) 순이었다.

외환보유액 감소 추이가 일시적으로 끝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환율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1462.9원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 부과를 한달 간 유예하면서 그 전 거래일 보단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1460원을 넘어서는 높은 수준이다.

특히 중국과의 관세 전쟁 불씨가 여전하단 점에서 우려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상품 전체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도 미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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