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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자연과 스마트한 도시가 공존하는 캘거리 |
[헤럴드경제(캐나다 알버타주 캘거리)=함영훈 기자] 캐나다 알버타주 캘거리는 로키의 관문이면서도, 3만~1000년 전 꾸준히 아메리카를 개척하며 드넓은 북미에서 다양하게 분화하며 살아오던 선주민과 17세기 이후 본격화된 유럽발 이주민의 여러 문화가 비교적 잘 보존된 도시이다. 북미 어느 도시 보다도 선주민에 대한 존경심을 잘 발휘하는 곳이다.
북미 선주민이 동북아시아에서 출발해 옥저(오츠크)해, 쿠릴열도, 알류산열도, 캄차카 반도, 베링해를 통해 북아메리카로 건너왔다는 학설은 이제 정설이 됐고, 한민족과 연결돼 있다는 이론도 자주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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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의 캘거리 프린세스 중 선주민 대표가 한국인 탐방단에게 싸인을 해주고 있다. |
▶수만년 구대륙을 신대륙이라고 400년간 사기친 유럽인들
“옥저(‘오츠크’) 바다를 건너 유콘(‘웃강’)을 지나 유타(‘웃터’)로 왔다. ‘모인 데가 강’인 부족은 모이강(모히간)으로 부르게 되었다.”(따옴표 안의 뜻은 모두 북미 학자들이 선주민 탐문연구를 통해 정리한 정설)
북미 선주민 중 꽤 큰 민족인 모히간의 호텔 자본은 해외 첫 지점으로 한국 인천을 선택, 모히간 인스파이어를 지었다. 모히간 영종도의 명물은 거대 미디어아트 회랑인 ‘오로라’인데, 북미 선주민이 늘 즐기던 자연의 신비이다.
캘거리에서 가장 가까운 로키의 관문 카나나스키스는 ‘(도끼에) 까인 아 새키들’이라는 뜻이다. 그렇게 치명상을 입고도 용맹한 면모를 보인다는 뜻이라고 현지 가이드는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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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촬영지인 캘거리 근교 카나나스키스는 도끼에 머리 맞은 선주민이라는 뜻인데, 한국어 ‘까인 아 새키’로 해석되기도 한다. |
캐나다와 알래스카의 북위 60도 지역에 거주하던 선주민 ‘에스키모(아새끼먹)’는 여러 뜻풀이가 있는데, 육고기나 물고기를 사냥하면 가장 먼저 어린이 부터 준다, 즉 ‘아 새끼 먹인다’는 뜻이라는 해석도 있다. 초기 유럽이주민들이 ‘날고기를 먹는 족속들’이라고 비하했던 표현이기 때문에, 요즘 이 단어를 쓰면 야만인 취급 받는다.
광활한 북미에 수백만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선주민의 후손이 소수민족으로 전락하는 과정에는 구대륙 아메리카를 신대륙이라고 둔갑시킨 이주민의 ‘역사 청소’, ‘인종 차별과 학살’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알고보니, 10여차례 아메리카 원정과정에서 스페인 여왕과 약속한 ‘새 식민지 실태조사 및 시장개척’이라는 성과를 올리지 못한 채, 선량한 원주민을 납치해 남유럽 노예로 팔아넘기는 사업을 했던 컬럼버스가 자신이 처음 도착한 북미-중미 사이 지역 어느 섬이 아시아의 인도(India)인줄 잘못 알고 현지 주민을 인디언이라 부른 것은 무지의 소치로서 전 세계인의 실소를 유발한다. 북미 선주민을 ‘인디언’이라고 부르는 것도 요즘 금기어이다.
이 ‘인디언’ 단어가 20세기까지 500년 가까이 북미 선주민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었으며, 말년에 스페인 여왕의 버림을 받고 실종된 컬럼버스를 뜬금 없이 신격화, 우상화하는 과정, 아시아 인도사람을 제대로 인디언이라고 불렀을 때 더욱 어색하게 느끼는 현상을 곱씹어 보면, 16~20세기 유럽의 불청객들이 벌인 ‘구대륙인 아메리카에 대한 수만년 역사 왜곡과 말살’이 얼마나 집요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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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버스 무장 상단은 선주민을 납치해 남유럽에 노예로 팔았다. 컬럼버스 배가 귀환했던 스페인 바요나의 아메리카 선주민 조각상. 이곳엔 아메리카 출신 노예의 슬픈 모습의 조각품도 있다. |
▶선주민 주류는 동북아 출신. 일부는 대양주 출신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역사책에서 사라진 옥저(오츠크), 동예+맥(이)족 즉 예맥의 일부는 각각 북미, 멕시코로 이주했고, 이들 지역 선주민이 쓰던 언어는 우리말과의 유사성이 적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는 학자들이 많다. 배제대 손성태 교수가 대표적이다.
북미 선주민 중 하나인 체로키(최고로 치는 새키) 부족의 국가(國歌)에 등장하는 ‘낙원조선 이뤄지라’, ‘오등(五等:우리들)’, ‘니가’, ‘우연’, ‘자비 내려 치유’, ‘외침(침략)’, ‘아니’ 등의 단어는 발음과 의미 모두 한국어와 동일하다.
비슷한 해석들을 살펴보면, 대서양에 접해 이방인들의 유입 통로가 되었던 매사추세스는 ‘맞아주세’, 유럽 학자들의 고증결과 ‘많은 언덕의 섬’이라는 뜻을 가진 맨하탄은 ‘많은 땅’, 물이 좋다는 뜻의 미네소타는 ‘믓(우리말 고어로 물) 좋다’ 등이다. 멕시코의 선주민 발음은 ‘맥이고’이고 ‘맥(이)족이 사는 곳’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발음과 의미 모두 우리말과 일치한다.
멕시코 문화유산도시인 ‘아스땅’은 고조선의 수도 아스달의 변형된 형태로 풀이된다. 멕시코에는 높은 산을 ‘테베’라고 하고, 고조선의 한 연방이자 고구려의 이웃이던 돌궐족이 서진해 세운 튀르키예는 높은 곳에 지은 신전을 테페라고 부른다. 한국과 중국에는 ‘태백’이 여러 곳에 있다. 공통된 의미는 신령스런 산 또는 신전이 있는 산이라는 뜻이다.
북미 선사-고대 연구가들은 캐나다 선주민 중 일부 부족에게서 한민족에게만 보이는 상투와 볼연지 풍습이 발견됐다는 고증결과를 내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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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들의 이주 초기 캘거리 모습 기록화 |
옥저(오츠크)해-베링해를 건너온 선주민은 17~18세기까지 드넓은 북미대륙에서 수천~수만년 간 거점별로 나뉘어 살면서 분화됐고, 동북아시아 출신이 아닌 민족, 즉 경로가 다른 선주민 중에는 대양주에서 차모로 민족과 경쟁하던 에보리진도 있다.
북미 지명 중, 로키, 캐스케이드, 루지애나는 프랑스어에서 왔고,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콜로라도, 네바다는 스페인어를 어원으로 한다. 버지니아, 뉴욕 등 영국 기원 지명은 예상 보다 적다고 한다.
▶선주민을 대하는 영-불-캐-미 4국의 태도
북미 지역에서 총-균-쇠를 지닌 유럽발 이주민이 선주민을 강압하며 우세를 점한 이후, 17~18세기 북미는 유럽 여러 나라의 땅 따먹기 전장으로 바뀐다. 영국 대(vs.) 프랑스+선주민 연합군 간의 전쟁에서 영국은 1760년 몬트리올(불어로 왕의 산)에서 최후 승리를 거둔다.
이에 앞서 프랑스로부터 루지애나를 넘겨받았던 스페인은 영국의 대세 장악 기류를 목도하더니, 전쟁을 피한 채 플로리다를 영국에 선물한다. 스페인은 그러나, 독립한 미국이 팽창하던 시기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해 북미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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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주민+프랑스 연합군과 영국군 간의 전쟁때 최후 격전지였던 몬트리올 |
프랑스와 연대했던 선주민 군단은 동맹인 프랑스가 몇몇 국지전에서 영국을 이기고도 그냥 살려 보내는 것(승패와 영토구획 만 가린 뒤 인명피해 없이 헤어지는 신사협정 비슷한 관례)에 불만을 품고, 퇴각하는 영국군을 기습하기도 했다. 이는 권토중래 재기한 영국군이 북미에서 대세를 장악한 후, 미국 지역을 중심으로 선주민들을 대거 학살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했어도 선주민에 대한 핍박을 이어갔지만, 다민족 국가를 스스로 경영해나가기 시작하던 캐나다에선 선주민에 대한 핍박이 미국보다는 훨씬 덜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물론 수백명 단위의 학살이 몇몇 있었기에, 몇 해전 캐나다 총리가 눈물로서 참회하고, 중요 행사 때 마다 선주민에 대한 감사 인사를 공식 의례 처럼 행하고 있다. 호주도 캐나다와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캐나다 제1도시인 토론토를 기준으로 서쪽지역(국토의 2/3)은 안내표지판에 불어를 병기하는 곳이 더러 있으나 일상 대화는 전면적으로 영어를 쓴다. 이에 비해 몬트리올을 기준으로 동쪽지역은 일상대화에서 불어를 쓰는 사람들이 절반에 육박한다.
몬트리올 시민들은 대체로 영어와 불어를 모두 구사하며, 일상어는 영어가 많다. 퀘벡주는 프랑스의 핵심 요새가 있던 곳으로 지금도 영국에 대한 주민들의 감정이 좋지 않고, 일상 언어도 불어가 영어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제1도시 토론토와 수도인 오타와는 영어를 사용하되 시내 전역에 불어가 병기돼 있고 안내방송도 영어-불어가 기본 공용어이다. 한때 캐나다 수도였던 몬트리올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인구 면에서 토론토를 많이 따라갔다는 소식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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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산맥 알버타주 방향의 밴프국립공원 |
서부의 알버타(AB)주와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는 이름 속에 이미 완연한 영국색이다. 알버타는 해지지않는 영국을 건설한 빅토리아여왕이 그토록 사랑했던 남편 알버트의 여성형 명칭이고, 넷째 딸 이름이기도 하다. BC주와 AB주는 초기 유럽 탐험가로부터 “알프스 매력의 50배”라는 평가를 받았던 로키를 각각 동서로 공유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