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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배우 임지연은 조선시대에서 가장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로 남을 것이다.
JTBC 토일드라마 ‘옥씨부인전’이 지난 1월 26일 13.6%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는데도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연출,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OTT에서 상위에 랭크돼 있다.
‘옥씨부인전’은 이름도, 신분도, 남편도 모든 것이 가짜였던 외지부 옥태영(임지연)과 그녀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던 예인 천승휘(추영우)의 치열한 생존 사기극을 담은 사극이다.
여기서 임지연은 노비 구덕으로 태어났지만 당시의 한계를 돌파했다. 글을 배워 실력을 갖춰 억울한 사람들을 변론해주는 외지부가 되어 이웃과 함께 하는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진취적 인물이다. 그 과정에서 가짜 신분인 옥태영 역으로 살게되면서 제2의 삶을 더욱 빛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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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씨부인전 |
“구덕이는 노비로 태어났지만 시대와 당시 한계를 이겨내고 진취적인 삶을 살았다. 자신을 도와준 사람을 도와주면서 결국 해내고마는 구덕이가 마음에 들었다. 사극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아 걱정도 됐지만, 사극 대사를 소화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사극을 저자거리에서 해봤으니 이제 궐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
임지연은 사극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이제 여유까지 생긴 것 같다. 극 후반부 옥태영이 구출한 노비와 농민들에게 노회(알로에)를 나눠준다. 그것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노회라는 식물은 강인함과 재생력을 상징한다. 그걸로 인해 마을이 다시 살아난다. 처음에는 바닷가에 집을 짓고 아버지와 함께 사는 소박한 꿈을 꾸면서 시작된 삶이지만, 자신의 꿈을 버리면서 노비들을 도와주고, 결국에는 자신의 소박한 꿈이 실현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대본에서 이런 엔딩을 보고 만족스러우면서도 뭉클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오늘날 변호사와 같은 외지부로서의 활약이 가장 중요했다고 한다. 외지부의 변론은 매회 대사량만 3~4페이지에 달해 대사 암기만도 어려웠다.
“처음에는 내 주위에 있는, 유일한 동무(백이)와 유일한 어머니 같은 존재(막심) 등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는 게 목적이었지만, 점차 핍박받는 약자를 구원하는 일이 중요했다. 내가 노비로 살며 겪어받으니 이런 사람들을 구원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톤도 신경을 썼다. 그렇게 연기하면서 점점 능숙해지고 다양한 판결을 잘라서 요령있게 전달하게 됐다. 판결신만은 최선을 다했다.”
임지연은 광산에 아이들을 납치해 착취하는 짓부터 악행의 가장 높은 곳에는 항상 박준기 대감(최정우)이라는 빌런이 있었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병조판서의 손발로 권모술수에 능하고 표리부동한 박준기는 계속 꼬리를 잘라가며 나쁜 짓을 하는 게 어떤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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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 |
임지연은 ‘더 글로리’에서 강렬한 연기로 ‘연진’으로 불렸지만 이번에는 ‘구덕이’와 ‘옥태영’으로 불리게 됐다.
“식당에 가면 어머니, 아버지들이 예전에는 연진이로 부르다가, 요즘은 구덕이, 태영이라고도 많이 불러주시더라. 저는 작품 배역으로 불려서 좋다. 배우가 극중 인물로 대중에게 불린다는 건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임지연은 함께 연기한 상대배우 추영우가 26세인데도 성숙한 느낌의 연기를 했고, 능청스럽게 인물을 자기화하고 매력화하는 스킬이 좋았다고 했다.
임지연은 ‘더 글로리’때 한께 연기한 차주영과 비슷한 시기 사극 여주인공 자리를 꿰차 화제가 되기도 했다. 차주영은 tvN X TVING 오리지널 드라마 ‘원경’에서 원경왕후를 맡았다.“‘원경’을 즐겨본다. 차주영과 대본, 연기, 고민 등을 얘기하고 공유하는 게 많다. ‘원경’ 첫방을 볼 때는 내가 더 떨렸다. 고생한 흔적이 느껴졌다. 차주영이라는 친구가 멋져보였다.”
임지연은 남자친구인 이도현도 본방을 보면서 응원해주었다고 했다. 또 ‘옥씨부인전’ 시즌2를 대비해, 감독에게 “저를 죽이지 마세요”라고 말했다고 했다.
임지연은 2014년 영화 ‘인간중독’으로 데뷔한 이후 쉴새없이 작품에 도전했다.성장하기 위해 어려운 작품도 마다하지 않았다.
“작품들이 쌓이고 쌓여 ‘옥씨부인전’이라는 기회가 찾아왔다. 과거 방황하고, 좌절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런 경험이 있어 지금의 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는 노력파다. 배우로서 제가 가장 자신 있는 건 노력, 끈기, 집요함이다. 그렇게 해서 할머니가 되어서도 연기하고 싶다.”
임지연은 올해 tvN 예능 ‘언니네 산지직송2’에 출연한다. ‘산지직송’ 팬으로 재밌게 봤는데, 염정아 선배가 연락이 왔다고 한다. 임지연은 “예능 욕심보다는 힐링을 하고 싶다. 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MBC ‘손현주의 간이역’도 시즌2를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명예 역무원이 되어 지역 간이역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힐링 예능을 통해 지역 특색이 있는 음식을 먹는 게 너무 좋았다고 했다.
임지연은 “‘상류사회’ 같은 로맨틱 드라마에 또 도전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무거운 멜로 보다는 가볍고 평범한 로코도 하고싶다. 주연이라면 항상 강렬한 성격만 있는게 아니라 조연도 잘 끌고가는 그런 역할을 맡고싶다”고 얘기했다.
임지연은 올해 소속사 이사인 배우 이정재와 신작 ‘얄미운 사랑’을 촬영할 예정이다. ‘닥터 차정숙’ 작가가 쓰는 이 작품에서 임지연은 연예부 기자를 연기한다. 이날 인터뷰에서 기자를 관찰하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