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편 관세’에 중국 ‘표적 관세’ 개시…전면전 양상

미, 작년 대중 적자 430조원…10% 부과

중국, 미국 석탄·LNG 15% 대형차·픽업 10%

2018년 1기땐 갈등 18개월 만에 봉합

양측 협상 여지 남겨 합의 모색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추가 10% 관세 부과에 맞선 중국의 보복 관세 조치가 10일(중국 베이징 시간) 정식 발효하면서 미중 무역전쟁 2라운드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사진은 미국 오클랜드 항에 정박한 컨테이너선 위에 적재된 수많은 컨테이너들 [게티이미지]

10일 중국이 미국의 대중국 10% 보편 관세 인상에 맞서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2차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무기화’에 따른 미중간 통상갈등이 퇴로 없는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다만 미국과 중국 모두 타격이 덜하고, 대화의 여지를 열어둔 만큼 협상 가능성도 남은 상황이다.

▶미·중 정상간 통화 불발…무역전쟁 ‘2라운드’ 점화=미국의 대중(對中) 10% 보편 관세는 미 동부시간으로 지난 4일 0시부터 발효됐다. 이에 중국은 베이징 시간 10일 0시(미 동부시간 9일 오전 11시)부터 맞대응 조처를 시행했다.

이날부터 시작된 중국의 대미 관세는 미국으로 가는 전략 물자를 제한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 6일 중국 정부는 미국산 석탄·액화천연가스(LNG)에는 15% 관세, 원유·농기계·대형차·픽업트럭에는 10% 관세가 부과한다고 밝혔다.

또 구글 반독점법 위반 혐의 조사와 텅스텐 및 텔루륨 등 광물 수출 통제, 캘빈클라인의 모회사인 패션기업 PVH 그룹과 생명공학업체 일루미나 제재 같은 다른 다수의 보복 조치도 함께 꺼내 들었다.

미중 2차 무역전쟁의 포문을 연건 미국이다. 미국은 지난 4일(미국 동부시간)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의 보편 관세 인상 조치를 적용하고 있다.

10% 비율은 낮지만 이미 높은 관세를 유지하고 있는 주요 분야 관세율은 더 상승했다. 중국의 대표 수출 상품인 전기차(100→110%)를 비롯해 태양광 웨이퍼(50→60%), 전기차 리튬배터리(25→35%) 등 핵심 기술 제품의 관세가 상승했다.

미 상무부가 지난 5일 발표한 지난해 무역수지 현황에 따르면 미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2954억 달러(약 430조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견딜만하다…미·중 “대화 신중모드”=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함께 캐나다·멕시코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가 이 조치를 한 달 유예했는데 중국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미 없이 관세를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동시에 관세 인상 표적으로 삼은 캐나다·멕시코와는 대화를 거쳐 본격 시행을 한 달 유예하면서도 중국과의 대화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역시 지난 6일 상무부 브리핑에서 “주동적으로 무역 분쟁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고, 대화와 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할 의향이 있다”고 했을 뿐 현재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진핑 국가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서둘러 통화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기업 경영자 마음가짐으로 움직이는 트럼프 대통령은 단기간 내 관세 문제 합의를 바라고 있지만, 시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는 세부 의제를 먼저 정리하지 않고 고위급 통화를 진행하는 데 신중하다는 것이다.

또 중국이 과거보다 관세 전쟁을 잘 견뎌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도입된 관세로 이미 중국이 미국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현저히 감소했다.

프레데릭 노이만 HSBC 홍콩 지부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2년간 중국의 수출 가격이 경쟁 생산업체보다 훨씬 많이 하락했기 때문에 중국 기업이 상품에 부과된 10%의 관세를 부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10%의 관세만 부과하고 그대로 두었다면 많은 투자자가 더 편안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이것이 더 큰 무역 전쟁의 서막이라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1기땐 18개월 만에 갈등 봉합…“더 큰 무역전쟁 서막” 우려도=트럼프 대통령도 테무 등을 겨냥한 소액 면세 조치도 일단 유지하면 한발 물러선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국 10% 관세를 부과하면서 ‘최소 기준 면제’까지 폐지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7일 중국에서 수입되는 소액 상품에 대해서는 면세 조치를 일단 유지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당장 미국 내 소매·운송업체 등에서 혼란이 생기자, 기업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행정명령에는 상무부가 완벽한 관세 징수 시스템을 갖출 때까지 중국에 대한 ‘개인이 사용하기 위해 수입하는 800달러 미만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 최소 면세 조치’를 유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국의 협상 여지는 남은 만큼 앞으로 합의점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에는 무역전쟁 개시 18개월 만인 2020년 1월 양국이 이른바 ‘1단계 무역 합의’에 서명하면서 갈등이 봉합된 적이 있다.

당시 중국은 2020∼2021년까지 미국 제품 구매를 최소 2000억 달러 늘리기로 했고,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중국의 대미 수입 확대를 대가로 광범위한 중국 상품에 대한 추가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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