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부터 다르다”…봉준호 ‘미키17’과 원작 ‘미키7’ 비교 포인트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원작은 수 백년전 지구 멸망
7→17로 늘면서 미키의 죽음도 열 번 더 추가
원작의 음식·무기·토착생명체 시각화 돼 흥미 자극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 스틸컷. 미키18과 미키17이 나란히 서있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이미 지구라는 행성은 아주 예전에 그 쓰임을 다했고, 인류는 디아스포라(이주민 집단)되어 여러 행성에 나누어 정착했다. 그러고도 인류는 계속해서 산소, 질소, 물을 가진 또다른 행성 ‘니플하임’을 찾아 개척을 떠난다.

에드워드 에슈턴이 쓴 원작 소설 ‘미키7’의 배경은 이미 다른 행성으로 옮겨 온 지구인들이 또다른 대안인 니플하임을 찾아 나서지만,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은 망해가는 지구에서 곧장 ‘니플하임’으로 향한다. 때문에 영화에선 원작에서처럼 ‘지구인’이 상상 속 옛 존재까지는 아니다. 또 이제 막 닥치려는 지구 멸망을 앞두고 누가 우주선 ‘드라카’에 탈 것인지 궁금해진다. 같은 듯 다른 원작과 영화, 그 차이를 살펴보자.

망해가는 지구에서 탈출…10번의 죽음 추가


원작에선 7번째 목숨으로 사는 중인 미키 반스가 니플하임 행성을 탐사하던 중 깊고 깊은 크레바스(골짜기에 형성된 깊은 균열)에 빠진다. 그 전까지 그의 생은 우주선 밖에서 고장난 선체를 수리하다 방사선에 타거나, 무심코 우주에서 헬멧을 벗었다가 몸이 터지거나, 바이러스를 몸에 주입해 실험하다 생사의 고비를 못넘기는 등의 이유로 끝이 났다.

죽음이 두렵지는 않았다. 죽고 나면 단백질과 칼슘 반죽으로 재생기계에서 프린트돼 나와 새 삶을 살 수 있어서다. 그리고 니플하임의 단 하나의 ‘익스펜더블’(위험 임무에 투입돼 죽음에 이르면 미리 디지털업로드된 신체 정보를 바탕으로 재생산되는 존재)로서 또다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소설이 영화화하면서 ‘미키17’이 되니 당연히 영화에선 더 많은 미키가 죽음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극중에서 미키17은 구사일생으로 돌아왔으나 이미 지휘부는 그가 죽은 것으로 간주하고 새로운 미키18을 재생기계에서 뽑아냈다. 원작에서 미키7과 미키8이 ‘중복’을 숨기고자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는 것처럼 미키17과 미키18 역시 껄끄러운 관계로 재현될 것이다.

인물들은 어떻게 변했는가. 미키는 원작에서 그의 외양이 세세하게 묘사된 바는 없지만, 표현이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이뤄지다 보니 자연스레 원작자와 비슷한 백인 남성이 머리 속에 그려진다. 또 미키의 이전 직업은 역사학도이기에 운동이나 무술과는 담 쌓은 호리호리한 체형이 기대됐다.

극중에서도 ‘해리포터’와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유명해진 꽃미남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정말 가엾도록 뼈만 앙상하게 마른 채 영화 예고편에 등장하는 등 원작과 다르지 않았다.

한국계 스티븐 연이 베르토 역…논란의 그 장면 들어갔나


원작에서 미키가 3세대 개척행성 ‘미드가르드’에서 살던 시기부터 인연을 맺은 친구 베르토는 원작에선 키가 2m에 달하는 빨간머리 백인이다. 각종 운동, 비행기 조종을 손쉽게 섭렵하는 그는 신체 능력이 월등하다. 영화에선 키 175cm의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븐 연이 베르토 역을 맡았다. 크게 몸을 부풀리지 않고 배우 본연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드라카의 총사령관이자 니플하임의 임시 통치자인 마샬은 미키를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인물로, 원작에서 그를 묘사하는 분위기는 고압적이고 딱딱한 군인의 면모를 떠올리게 했다. 반면 마크 러팔로가 연기하는 마샬은 그보단 조금 더 연극적 행동을 하는 정치인에 가깝다. 어떻게 미키들을 가혹하게 몰아붙일지 러팔로의 마샬이 기대된다.

미키의 유일한 아군이자 연인인 나샤는 원작에선 ‘조금 피부가 어두운’으로 모호하게 표현됐는데, 영화에선 흑인 배우 나오미 아키에가 등장한다. 나샤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따로 있다. 원작 소설에서 미키7과 미키8, 나샤가 ‘쓰리섬’을 하는 장면이 나와서다. 이 파격적 장면을 과연 영화에서 살릴지, 생략할지 정확한 언급이 안나오고 있는차, 원작 팬들은 의심반 기대반으로 내기 중이다.

[황금가지]


원작을 읽으며 그 무엇보다 영화에서 어떤 비주얼로 표현될지 기대되는 부분은 바로 개척민들이 먹는 음식이다. 죽은 미키의 사체가 ‘사이클러’라는 거대한 분쇄기로 들어가는데, 영화에서는 시뻘건 불이 끓는 용광로의 이미지로 보여준다. 이 사이클러에 들어간 유기체들은 단백질 페이스트가 되어서 다시 개척민들의 값싼 식사로 제공된다.

즉 미키는 늘 자기의 과거 신체가 분해된 물질로 끼니를 때우는 셈이다. 봉 감독의 전작 ‘설국열차’에서 바퀴벌레로 만든 양갱을 가뿐히 넘어서는 충격적인 사실이라 할만 하다. 배급을 풍족히 받는 개척민들은 단백질 페이스트는 눈길도 안 준다. 대신 귀뚜라미 구이, 토끼 뒷다리 요리, 얌 샐러드 등을 먹는데 이 음식들도 스크린에 어떤 비주얼로 나타날지 무척 기대되는 부분이다.

니플하임의 토착생명체 크리퍼는 원작과 마찬가지로 영화에서도 거대한 거미처럼 묘사가 된다. 다만 이 크리퍼에 맞서는 무기가 다소 수정된 것처럼 보인다. 원작에선 선형 가속기로 크리퍼를 산산조각 낸다. 반면 영화에선 미키17과 미키18의 손에 모두 마체테 칼이 들려 있는 걸 보아 무기류는 다소 각색을 한 것으로 보인다.

봉준호 표 SF 결말 어떨까…베일에 싸인 후반부


‘미키17’의 국내 및 해외 예고편을 봐도 후반부 줄거리를 유추하기가 어렵다. 봉 감독의 전작 ‘기생충’의 결말이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던 만큼 ‘미키17’ 역시 상당한 각색을 통해 아주 새로운 결말을 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원작의 결말은 잔잔한 편이다. 마샬은 미키7과 미키8을 한꺼번에 제거할 요량으로 버블 폭탄 가방을 들려 크리퍼들의 굴 속에 밀어넣는다. 일종의 자살특공대이다. 여기서 미키8은 이 굴 안에서 크리퍼의 급습에 당해 사망하지만, 미키7은 무사히 굴을 빠져나온다. 그리고 기지로 돌아와선 자신이 양측의 평화를 중재할 수 있는 유일한 외교관이라고 허풍을 떨면서 소위 ‘까임방지권’을 얻는다. 미키는 나샤에게만 특급비밀을 공유하면서 둘의 키스로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그간 봉 감독은 원작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좀 더 씁쓸하거나, 좀 더 슬프거나, 좀 더 분노케 하는 결말로 극적인 감정을 선사했던 만큼 ‘미키17’ 역시 같은 결의 결론으로 마무리 할 것으로 보인다.

원작자 애슈턴과 봉 감독의 인연은 2019년 말 브래드 피트의 영화 제작사인 ‘플랜 비’의 제레미 클라이너에게 원고가 전달되면서 시작됐다. 앞서 ‘옥자’를 같이 제작한 플랜 비가 봉 감독에게 원고를 보내면서 두 사람은 영화화에 대한 긴 이야기를 나누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애슈턴은 “플랜 비는 봉 감독이 계급 담론을 영화로 잘 표현한다고 생각해 ‘미키7’을 스크린에 소환할 적임자라고 생각했다”며 “봉 감독이 제 이야기로 어떤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아주 기대가 크다”고 밝힌 바 있다.

봉준호표 할리우드 SF는 오는 28일 한국에서 최초로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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