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지옥’ 형제복지원 피해자에 국가 1억 배상하라…소멸시효 적용 안 돼 [세상&]

1년 3개월 간 불법구금·강제노역
1심 “인간 존엄성 심각하게 침해”
“중대 인권 침해 사건, 소멸시효 적용 안 돼”


법원.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에게 국가가 1억원을 손해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0~1980년대 국가가 피해자들을 부랑인으로 지목해 강제수용한 사건이다. 뉴욕타임즈는 이곳을 살아있는 지옥이라 표현하기도 했다.

11일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부산지법 민사7단독 김유신 판사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A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같이 판시했다. 법원은 “국가가 1억원을 지급하라”며 A씨 측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1984년 7월께 강제로 형제복지원에 수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소대장 등에게 수시로 구타와 가혹 행위를 당하며 강제노역에 동원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약 1년 3개월 동안 불법구금과 강제노역을 당하다 탈출했다. 이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의해 진실 규명대 상자로 인정됐다.

공단이 A씨를 대리해 진행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도 A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형제복지원에 강제로 수용돼 지속적인 감시와 통제 속에서 생활하며 강제노역에 동원되는 등 신체의 자유를 박탈 당하고 행복추구권 및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침해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는 형제복지원의 실상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별다른 구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 강제수용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객관적인 주의의무를 소홀히 해 정당성을 상실한 위법한 직무행위에 해당하므로 국가는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훈령은 법률의 위임 없이 헌법이 정한 기본적인 신체의 자유, 거주 및 이전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단속대상인 부랑인의 정의가 추상적이고 모호해 명확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아직 소멸시효도 완성되지 않았다고 봤다. 1심 법원은 “이 사건은 과거사정리법상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 및 중대한 인권 침해 사건으로 분류돼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단은 형제복지원 사건에서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피해자들의 소송을 돕고 있다. 곧 법률지원단 누리집을 통해 추가 피해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로부터 진실규명 결정을 받은 사람은 A씨를 포함해 지난 1월 기준 490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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