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요르단 정상회담…가자 美인수 구상 발표 후 아랍 정상과 첫 회동
압둘라 “중동 차원 협력 계획 검토…가자 어린이 2000명 우선 수용”
반대에서 입장 전환…트럼프 “이집트도 협력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의 회담에서 자신이 일주일 전 처음 공개한 미국의 가자지구 인수 및 개발 구상을 재차 강조하면서 가자지구 주민 수용을 요르단에 압박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모두 인접국가로 이주시키고, 미국이 가자지구를 소유해 개발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일부 호응한 모습이다.
회담을 본격 시작하기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 앞에서 미국이 가자지구를 어느 권한(authority) 하에 둘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미국의 권한”이라고 답한 뒤 현지에 호텔, 사무실 빌딩, 주택 등을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자지구를 미국의 권한 하에 두겠다는 발언은 미국이 가자지구를 개발하는 동안 가자지구에서 미국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또 “우리는 (가자지구를) 살(buy) 이유가 없다. 사지 않을 것이며, 가질 것”이라고 밝힌 뒤 가자지구 개발을 통해 중동 지역에 평화와 일자리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밝힌 미국 주도 가자지구 개발 구상의 최대 난제인 팔레스타인 주민 이주와 관련, “요르단과 이집트의 일부 땅과 그외 다른 지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요르단에 가자 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 수용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요르단과 이집트에 많은 자금을 기여한다”고 밝힌 뒤 “우리는 협박을 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 수준을 뛰어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2023회계연도(2022년 10월∼2023년 9월)에 요르단에 17억 달러(약 2조5000억원), 이집트에 15억 달러(약 2조2000억원)의 원조를 제공한 바 있다. ‘협박’은 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미국의 지원을 거론한 것 자체가 은근한 압박으로 해석된다.
압둘라 2세 국왕은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개발 구상에 대해 “나는 우리가 이집트와 아랍 국가들의 계획이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집트가 (트럼프 대통령 구상에) 어떻게 협력할지에 대한 계획을 내놓을 것”이라며 “지켜보자”고 말했고, 기자의 관련 질문에 “오늘 (트럼프 대통령과)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압둘라 2세 국왕은 또 “우리가 지금 바로 할 수 있는 일은 암에 걸리거나 매우 아픈 가자지구의 아이 2천명을 최대한 신속히 요르단으로 데려오는 것”이라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아름답다”고 화답했다.
이날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미국 인수 및 개발 구상’(가자 구상)을 공개한 이후 아랍 국가 정상과 처음 대면 회담하는 자리였다.
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요르단 측에서 후세인 왕세자 등이 배석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의제는 자신의 가자지구 개발 구상의 핵심인 가자 주민 이주 계획과 관련해 요르단의 협조를 확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에서 가자지구 인근 국가인 요르단과 이집트가 가자지구 주민 수용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원조를 보류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두 나라와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날 압둘라 국왕은 기자들 앞에서 트럼프 구상에 대해 의견 표명을 피했지만, 회담에서는 자국내 반발 기류를 전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구상 가운데, 특히 가자 주민을 가자 지구 밖으로 영구 이주시키는 구상에 대해 이스라엘을 제외한 중동 전체가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한 뒤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가자 지구 내 팔레스타인 주민을 인근 국가로 이주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뒤 “미국이 가자지구를 인수할 것”이라면서 가자지구를 미국이 소유해 해안 휴양도시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10일 방송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해 가자지구 밖에 “아름다운 공동체들(거주지역)”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지구로 돌아올 권리를 가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아니다. 그들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가자지구 밖에서) 훨씬 더 좋은 거주지를 가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