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세·쿼터제·우방국도 ‘예외 없이 적용’
K-철강, 패널티 안고 경쟁 불가피…수익성 악화
캐나다·멕시코 경쟁사들 조건 같아, ‘반전’ 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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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가동을 시작한 포스코 AAPC의 미국 앨러배마주 1공장 전경 [포스코AAPC 홈페이지] |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0일(현지시간)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예외 없이 관세 25%를 부과하는 포고령을 발표했다. 이에 국내 철강·알루미늄 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당장 올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철강의 경우 국산 철강업계가 받아왔던 연 263만톤 규모의 면세 쿼터가 사실상 폐기되는 것이 이번 조치의 골자다. 다만 우리와 미국 현지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캐나다와 멕시코 등 우방국들도 똑같은 조치를 받게 되는 만큼 업계에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12일 미국 국제무역청(ITA)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미국 철강 수입시장에서 9%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캐나다(23%)·멕시코(11%)·브라질(9%)에 이은 4위를 기록했다.
국내 철강업계의 대미 수출량은 연간 기준 약 240만톤에서 270만톤 사이인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지난 3년(2022년~2024년) 기준 수출 규모는 액수 기준 각각 52억7100만달러, 45억9800만 달러, 43억4700만 달러 수준이었다. 연간 기준 6조원에서 7조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인 셈이다.
철강업계가 미국 시장에서 현재의 판매 규모를 갖춘 배경은 지난 2018년 트럼프 정부 당시 무역확장법 232조의 적용과 관련 일부 국가에 주어졌던 면세 쿼터제의 영향이 컸다.
1기 집권 시절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 철강재가 미국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명목 아래 철강은 25%, 알루미늄은 10%의 관세를 각각 부여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당시 한국 정부와 무역·철강업계가 적극 협상에 나서 면세 쿼터를 받아냈다. 철강 주요 수출국 중 우리와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일부국가들에게만 주어진 혜택이다.
당시 EU(유럽연합)와 일본 등 다른 우방은 면세 쿼터보다 한 단계 혜택이 낮은 저율할당관세(TRQ·기본 관세보다 낮은 과세율 부과)를 얻어내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미국이 지난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시행하기 전인 2017년 354만톤(관세청 기준)에 달했던 대미 철강 수출량은 쿼터제 여파로 2018년 254만톤, 2019년 222만톤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특히 셰일가스 혁명을 타고 매년 200만톤 넘게 미국으로 향하며 ‘수출 효자종목’으로 여겼던 강관재의 경우 232조가 시행되면서 2018년에는 89만7000톤 수준으로 수출량이 급감했다. 이는 당시 트럼프 행정부와 진행된 쿼터 협상에서 강관품목의 경우 할당량이 연간 100만톤 수준으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반면 선재와 열연·냉연류 품목들은 쿼터제 범위 안에서 수출량이 매년 증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2기 정부의 이번 조치 역시 우리 철강 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현지에서 생산돼 물류비용이 적은 미국산 철강과 비교했을 때, 우리 제품이 갖게 되는 가격경쟁력이 줄어들게 된다는 점에서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우리 철강업계는 쿼터제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분명한 혜택을 봐 왔다”면서 “일부 품목들이 쿼터제 범위 안에서 수출량이 매년 증가해 온 만큼 이번 포고령에 걱정이 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다만 이번 조치가 캐나다와 멕시코 등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대상국가도 포함시키는 조치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현재 미국 철강시장은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산에 대한 제약이 많아, 멕시코·캐나다산 제품의 영향력이 막대하다. 지난 2018년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이후 멕시코로부터는 1678%, 캐나다로부터는 564% 수입량이 각각 증가했다.
이들 국가에서 수입되는 철강은 우리처럼 쿼터제의 제한을 받지 않고, EU나 일본처럼 TRQ의 적용을 받지도 않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상당량의 공급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번 포고령으로 오히려 한국과 동일한 경쟁 조건이 주어지게 된다. 미국의 민간싱크탱크인 PPI가 미 지질조사국 통계를 기반으로 추산한 미국의 철강 소비량은 약 9300만톤에서 1억톤 수준이다. 하지만 누코어와 US스틸 등 현지업체들이 생산가능한 물량은 현재 7500만톤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수입산 철강재를 들여와야 미국 전체 산업이 가동될 수 있는 구조에서 멕시코·캐나다산과 동등한 관세조건에서 경쟁이 가능한 점은 메리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도 포고령 공개 직후 철강업계와 가진 간담회에서 “대미철강 수출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면서도 “주요 철강 수출국 경쟁조건 동일화로 기회요인도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 간 협상과 현지 투자 확대 등 추가적인 대응책 마련은 여전히 필요할 전망이다. 백악관도 이번 포고령 참고자료를 통해 “최근 현대제철이 미국에 철강 공장 건설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해서 “(양국 간 빅딜 가능성과 관련)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면서도 “다만 최근 호주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통해 경제 문제와 관련된 긍정적인 메시지를 나눈 만큼, 우리 정부도 철강 문제에 대해서 미국 정부와 협상해 볼 여지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는 이번 조치를 내달 12일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향후 고위급 인사의 미국 방문 계기에 우리 업계의 입장을 적극 피력하고, 앞으로도 우리 업계 이익 보호를 위해 적극 협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