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대미투자 검토’ 다시 언급
해외기업 미국내 투자유치 등 홍보
감세정책 따른 재정적자 관세로 벌충
정치·외교 지렛대, 지지세력 공고화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 백악관 집무실로 정부효율부(DOGE)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왼쪽) 테슬라·스페이스X CEO를 불러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 자리에서 머스크와 DOGE에 연방정부 인력 감축과 관련한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머스크가 우스꽝스런 표정으로 목마를 태운 아이는 그의 아들 엑스 애시 에이-트웰브(X Æ A-Xii)다. 머스크는 3명 이상의 여성에게서 11명 이상의 자식을 뒀다. [AFP]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확전일로인 가운데 교역 상대국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비등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미국 산업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정작 미국 기업과 소비자들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와 관련 지난 2일(현지시간)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고통이 따를 수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눈부실 것”이라며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어 미국내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 부과를 공식 발표한 10일에는 상대국의 보복 가능성에 대해 “신경 안 쓴다”면서 추가 관세 가능성을 시사했다.
![]() |
미국 무역적자 |
관세전쟁이 미국 경제에 ‘부메랑’이 될 것이 자명한데도 관세를 밀어붙이는 트럼프의 의도에는 손해보기 싫어하는 사업가적 본능과 함께 ▷무역적자 해소 ▷감세정책에 따른 재정적자 축소 ▷해외 기업의 미국내 투자유치 ▷정치 외교적 협상카드 ▷국내 지지세력 공고화 등 다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시킨 글로벌 관세전쟁이 도리어 미국인들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11일 미 CNN방송은 보도했다.
CNN은 도이체방크 보고서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도입하면 미국이 수입품에 부과하는 실질 관세율은 2022년 기준 1.5%에서 4.8%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짚었다. 이는 미국 전체 수입의 70%를 차지하는 주요 수입국 10개국을 기준으로 가중 평균 관세율을 추정한 결과다.
이렇게 되면 고스란히 수입품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 중국, 멕시코, 캐나다, 일본, 베트남 등이 미국이 대규모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주요 수입국에 포함된다.
특히 해외에서 만드는 것이 더 저렴하거나 자국에서 만들기 불가능한 상품을 수입할 때는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 더욱 불리해진다고 CNN은 덧붙였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미국프로풋볼리그(NFL) 결승전인 슈퍼볼에 참석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AFP] |
전문가들은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와 상호관세가 미국의 핵심 인플레이션 척도인 개인소비지출물가지수(PCE)를 0.4%포인트 높일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멕시코와 캐나다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30일 유예 이후 발효된다면 인플레이션이 3.5%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저스틴 와이드너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는 “더 저렴한 대체 제품을 선택할 수 없다면 결국 미국 소비자들이 관세 비용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또 관세 부과에 따른 비용의 일부를 각 기업들이 흡수할 수 있는지도 중요한 변수”라고 분석했다.
미국 기업가들도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에 대해 “미 자동차 업계에 많은 비용과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솔직히 말해 장기적으로 볼때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미 자동차 업계는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포드의 철강과 알루미늄은 대부분 국내에서 조달되지만 자동차 제조업체에 이러한 자재를 해외에서 조달하는 공급업체가 있어 비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제임스 퀸시 코카콜라 CEO도 “콜라 캔에 사용하는 알루미늄 대부분이 캐나다에서 수입한다”며 관세에 따른 가격 인상이 없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퀀시 CEO는 알루미늄 사용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일 철강·알루미늄 25% 관세에 이어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에 대해서도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국내 기업들이 초비상에 걸렸다. [헤럴드DB] |
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을 언급한 기업도 있다. 세계 최대 규모 에어컨 업체인 캐리어의 CEO 데이비드 카틀린은 이날 회사 실적 발표에서 “우리(회사)가 모르는 게 너무 많다”며 “관세가 실제로 시행될지도 모르겠고, 관세를 면할 방법이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시러큐스대 패트릭 펜필드 교수는 “상호 관세 정책이 시행될 경우 어떤 제품이 더 비싸질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관세가 높아지면 기업들이 더 저렴한 공급업체를 찾으려 할 것 같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공급업체는 단번에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존에 체결했던 계약이 걸려있을 수 있으며 공급망이 특정 지역이나 공급업체에 의존하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높은 관세로 국민이 단기적으로 고통을 겪겠지만 장기적으로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를 관세 부과의 대표 명분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그는 “만성적인 무역 적자는 미국 경제를 저해한다. 이를 바로잡을 것”이라며 상호 관세를 언급했다. 현재 관세 대상국으로 언급된 멕시코, 캐나다, 중국, 유럽연합(EU)에 대해서도 무역적자 해소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여기에는 관세 수입을 늘려 재정적자를 막아보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10년간 4조6000억달러 규모의 감세 정책을 추진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로 세수 감소분을 벌충하겠다는 계산이다.
![]()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 백악관 집무실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
또한 트럼프는 관세효과를 홍보하면서 미국으로의 투자를 늘렸다는 점을 내세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기업의 행보를 언급하며 미국 산업을 강화하고 일자리를 늘린다고 홍보하고 있다. 11일 백악관은 보도 참고자료에서 트럼프 정부 1기 때의 철강·알루미늄 관세로 “미국 전역에서 투자 붐이 일어났다”고 평가한 뒤 “최근 현대제철이 미국에 제철소 건설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발표가 있었다”고 언급했다.
백악관은 앞서 지난 2일에도 배경설명자료를 통해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 LG전자 관련 사례를 소개하며 관세부과를 적극 홍보한 바 있다.
또 트럼프는 관세를 정치·외교적 협상카드로도 활용하고 있다. 캐나다·멕시코·중국에 관세를 부과한 이유와 관련 “(이 세 나라의) 불법 이민자와 치명적인 마약, 특히 펜타닐이 우리 시민들을 죽이는 심각한 위협 때문”이라고 말한 것도 연장선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마약, 이민, 무역 문제의 해결보다는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신호를 보내려는 의도가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발표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기 트럼프 정부 시절 관세가 트럼프의 공표한 의도는 달성하지 못했으나 공화당 지지자들을 늘리는 정치적 승리를 안겼다.
히더 헐버트 전 무역 당국자는 “1기 정부를 거치면서 관세가 주목을 끄는데 대단히 효과적임을 모든 정치 세력이 깨달았다”고 지적했다. 정목희·김빛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