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위해 ‘신고 의무화’ 지적에도
국토부, 수분양자 반발에 ‘불가’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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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주택과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음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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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A아파트. 총 220여가구로 2023년 4월 분양 승인이 났는데, 2년이 다가오는 최근까지도 분양 중이다. 해당 아파트의 미분양 물량이 심각하다는 소문은 있지만 이에 대해 지방자치단체나 정부가 정확한 숫자를 파악해 대책을 마련할 방법은 없다. 현행법상 사업주체가 지자체에 미분양 물량을 신고하지 않아도 이를 강제할 수 없어 건설회사가 신고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서구 B 아파트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해당 아파트는 2022년 12월 준공이 완료돼 입주를 시작한 지 2년이 넘었다. 그런데 여전히 분양광고가 진행되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있는 것으로 짐작될 뿐, 수치는 여전히 모른다. 이곳 역시 사업주가 신고를 거부하는 상황이어서 정확한 미분양 물량을 집계할 방법이 없다.
주택 경기 침체로 미분양 주택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미분양 주택 신고를 의무화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 지방은 물론 서울에서도 주인을 찾지 못한 물량이 쌓이고 있는데, 부정확한 통계로는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7만173가구로 집계됐다. 미분양 물량은 2021년 12월에 1만 7710가구에서 2022년 12월에 6만8148가구로 급격히 늘어나더니 2023년 12월에도 6만2489가구로 6만~7만가구에 머물다가 지난해 급증했다.
하지만 대한주택건설협회 등 건설업계에선 국내 미분양 주택이 이미 10만 가구를 넘어섰다고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현재 미분양 주택의 집계는 매달 초 각 지역의 시군구에서 건설사들에게 공문 또는 유선 전화를 통해 집계한다. 건설사의 자발적 신고 없이는 파악이 어렵다.
문제는 미분양 물량이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서는 관련 대책이 명확히 나오기 어렵단 점이다. 이에 주택법에 미분양 물량 신고를 의무화하도록 개정하다는 건의는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는 2023년 2월 국토부에 ‘사업주체는 입주자 모집공고 후 월별 미분양 현황을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하며, 시장·군수·구청장은 이를 공개하여야 한다’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을 요청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비수도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한시적 완화와 관련해서도 지역에 따라 미분양 편차가 큰 만큼 맞춤형으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통계가 기반이 돼야한다”고 지적했다.
금융 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정리와 재구조화에도 부정확한 미분양 집계는 부실 리스크 파악을 어렵게 한다.
하지만 국토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실패한 사업이라는 ‘낙인 효과’를 우려하는 건설업계의 반발은 물론 수분양자들 역시 반대가 극심할게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신고를 의무화하는 개편안 적용시 통계의 연속성이 사라져 시계열 비교가 어려워진다는 이유도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미분양에 따른 가격하락을 우려하는 수분양자들 반발이 심할 것”이라면서 “과거부터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미분양) 추세를 보는 데는 큰 문제가 없는 만큼 입장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