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얼빈 동계AG에서 금3 은5 동4 획득
차세대 스타·리빙 레전드 활약 성과
이승훈 이후 중장거리 세대교체 실패
어두컴컴하고 노후한 훈련장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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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현 [연합] |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장거리 종목을 뛰기 위해선 많은 훈련을 해야 하는데, 필요한 훈련 전체를 다 하는 선수가 없습니다. 저를 넘어설 선수가 보이지 않아 아쉬운데, 언젠가 제 기록을 깨는 후배가 꼭 나오길 바랍니다.”(동계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리스트 이승훈)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이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당초 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성공적인 피날레를 장식했다. 당초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2개를 목표로 삼았지만 금메달 3개, 은메달 5개, 동메달 4개를 수집하며 12일 금의환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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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선 [연합] |
차세대 스타가 탄생했고 살아있는 전설의 기량은 눈부셨다.
‘신 빙속여제’ 김민선이 여자 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깜짝스타 이나현이 여자 100m에서 김민선을 0.004초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김민선 이나현 김민지가 팀 스프린트에서 금메달을 합작하면서 김민선·이나현은 대회 2관왕에 올랐다. 특히 이나현은 500m 은메달, 1000m 동메달까지 휩쓸어 출전한 전종목 메달을 따내며 차세대 빙속스타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장거리 간판’ 이승훈은 정재원, 박상언과 함께 남자 팀 추월 은메달을 획득, 한국 선수 역대 동계 아시안게임 최다 메달리스트가 됐다.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와 2017년 삿포로 대회에서 금메달 7개, 은메달 1개를 땄던 이승훈은 9번째 메달을 목에 걸었다.
남자 단거리 간판 김준호는 500m와 100m에서 동메달을 딴 뒤 차민규, 조상혁과 팀 스프린트 은메달을 획득했다. 차민규는 장비 문제를 안고도 남자 1000m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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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연합] |
빛나는 영광 뒤에 짙게 깔린 그림자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중장거리 종목 세대교체가 시급하다. 한국은 이승훈 김보름을 잇는 중장거리 선수를 수급하지 못하며 세대교체에 실패했다. 이번 대회 금메달 3개도 모두 여자 단거리 종목에서 나왔다. 최장거리 종목인 남자 5000m에서 이승훈이 4위를 한 걸 빼면 중장거리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빙속강국 일본이 2진급을 파견한 가운데 거둔 성적이라 더욱 씁쓸하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부터 뛰었던 37세 이승훈이 15년간 장거리 에이스로 군림하는 사실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이승훈도 “많은 유망주가 훈련량이 많고 힘든 중장거리를 꺼린다”고 안타까워 했다.
남자 단거리에 이렇다할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여자 단거리가 ‘빙속여제’ 이상화 시대에 이어 김민선의 독무대로, 그리고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김민선-이나현의 투톱 에이스 시대로 성공적인 흐름을 이어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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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국제스케이트장 [대한빙상경기연맹 제공] |
훈련 환경 개선도 시급하다. 세계 정상급 기량의 선수들이 노후화된 빙상장에 매일 부상 위험과 싸우며 훈련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스피드 스케이팅 훈련을 할 수 있는 경기장은 서울 태릉 빙상장 뿐이다. 태릉이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됨에 따라 2027년 빙상장 철거가 예고됐으나, 문화체육관광부의 제동으로 대체지 선정이 중단됐다. 이에따라 제대로 된 보수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채 훈련은 계속되고 있다.
선진국형 환경을 원하는 선수들은 일말의 기대를 품은 채 어두컴컴하고 을씨년스러운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훈련을 이어가고 있다. 이나현은 “태릉빙상장은 많이 노후했다. 웨이트 훈련장은 매우 춥고 빙질 상태가 좋지 않은데, 이런 점이 개선된다면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이 많이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차민규도 “경기장이 개선되면 스케이팅 인구가 늘고 선수들도 좋은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