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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세계 무역 파트너를 대상으로 ‘상호 관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하면서 글로벌 무역전쟁의 전장을 무한정 확장하는 모양새다. 특히, 트럼프식 상호 관세는 기존 개념과 달리 비관세 장벽과 환율, 역외세금 등까지 고려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임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대미(對美)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재지정된 한국도 사정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 1,2위 자동차와 반도체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추과 관세 부과 품목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만큼, 해당 섹터뿐만 아니라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주요 종목들의 주가엔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서명한 ‘상호 교역과 관세’ 대통령 각서를 통해 행정부에 각 교역 상대국의 관세, 세금, 비관세 장벽, 환율 정책, 기타 미국 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는 불공정한 관행 등을 조사해 그에 상응하는 상호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관세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에 부담이 되고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이라고 판단되는 상대국의 모든 정책과 규제 등을 문제 삼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처로 한국을 비롯해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거의 모든 국가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사정권 안에 놓이게 됐다.
특히 한국의 경우 작년에 역대 최대 규모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한 데다가 미 재무부로부터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재지정된 상태여서 이번 상호 관세 조처에서 예외가 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자신들의 무역 파트너 중 무역적자액 ‘톱 10’ 안에 포함돼 있다. 한국은 중국, 멕시코, 베트남, 아일랜드, 독일, 대만, 일본 등에 이어 무역흑자 8위에 자리해 있으며, 작년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액은 557억 달러(약 81조원)에 달한다.
실제로 미국 고위 당국자는 사전 브리핑에서 “중국 공산당 같은 전략적 경쟁자이든 유럽연합(EU)이나 일본이나 한국 같은 동맹이든 상관 없이 모든 나라가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이용하고 있다”며 한국을 특정해서 언급했고, 검토 과정에서 (미국의) 무역적자가 가장 많고 문제가 가장 심각한 국가들을 먼저 들여다볼 방침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추가로 관세를 부과할 품목으로 예고한 자동차, 반도체의 경우 각각 한국의 대미 수출 품목 1, 2위에 올라 있어 추가 타격도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각서 서명 때 배석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지명자가 “관세 부과를 국가별로 다룰 것”이라며 “4월 1일까지 핸정부 내 연구를 거치겠다”고 설명한 만큼, 한 달 반가량의 대응 시간을 벌어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관세 협박’에 피해가 예상되는 섹터의 종목 주가엔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반도체 섹터의 경우 ‘상호 관세’ 문제에 앞서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미국내 투자 기업에 미국 정부가 지급하기로 한 보조금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재협상을 추진 중이며 관련 지출 일부를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로이터 통신의 보도도 악재로 꼽힌다.
로이터 소식통 중 한 명은 백악관이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은 뒤 중국 등 다른 국가진출 계획을 발표한 기업들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보조금 수혜 기업 중 중국에 투자한 사례로 인텔, TSMC와 함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꼽았다.
이런 로이터 보도 내용대로라면 미국 정부로부터 반도체법 보조금을 받기로 하고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미 텍사스주 테일러에 총 370억달러(약 53조4000억원) 이상 투입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며, 미 상무부에서 이를 지원하는 보조금 47억4500만달러(약 6조8000억원)를 받기로 계약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기로 하고, 미 상무부는 여기에 최대 4억5800만달러(약 66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계약한 상태다.
이 같은 보도가 현실화될 경우 최근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전날 종가까지 각각 6.49%(5만2400→5만5800원), 4.67%(19만9200→20만8500원) 씩 오른 바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최근 기관 수급이 개선된 점과 자사주 매입 등이 주가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모양새다. 기관 투자자는 2월 들어 삼성전자 주식 115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특히, ‘연기금 등’이 2813억원이나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였다. 자사주 매입으로 추정되는 기타법인의 순매수액도 2617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출시한 갤럭시 S25 시리즈의 흥행 조짐과 레거시(범용) 반도체 회복 가능성 등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2차 자사주 매입안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투심을 부른 요인으로 분류된다.
SK하이닉스는 ‘딥시크 쇼크’에서 벗어나고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 주가의 강세에 힘입어 ‘20만닉스(SK하이닉스 주가 20만원 대)’를 탄탄히 다지며 21만원 대를 향해 상승 중이다. 엔비디아의 최신 AI 칩 블랙웰이 본격적으로 기업 서버에 탑재됐다는 소식은 SK하이닉스엔 추가적인 호재로 꼽힌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자사가 생산 중인 최신형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사실상 엔비디아에 독점적으로 공급 중이다.
한편, 미국 측의 상호 관세 검토가 진행될 4월 초까지 한미간 협상을 통해 리스크가 해소될 가능성도 현재로선 낮아보인다. 한국이 해당 시점까지 대통령 권한 대행 체제를 해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양국 정상간의 소통을 통한 정치적 타결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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