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일본 등 관세 전쟁 예외 자신감
한국, 교섭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
“일본이 (미국과의 사이에서) 문제가 있는 나라와 동일하게 취급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호주의 철강·알루미늄 면제를 고려 중임을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데 동의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각국 정상들이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시바 총리는 미일회담에서 ‘아부 외교’의 정수라는 평가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춤형 선물을 대거 풀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호주도 우방국으로서 관세 면제를 얻기 위한 물꼬를 텄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다른 나라들의 행보를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우리의 속내는 착잡하다. 정부는 미국의 조치를 분석하고 대응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지만, 교섭 가능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협상테이블에도 없는 우리나라는 무방비 상태로 ‘관세 폭탄’을 맞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고대로 상호 관세 조치를 발표한 가운데 구체적인 협상 시기는 4월 1일로 열어뒀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우리나라도 부과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폭주에도 우리나라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현상 유지’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국회 본회의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트럼프 정부와의 소통에 대해 “장관급-고위 실무급에서 협의는 계속 되고 있다”면서도 “대행 체제로 여러 가지 제약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대행체제의 한계를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미국 정부 또한 한국 측에 관세 조치와 관련한 사전 통보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외교부는 “미국 측 발표에 대한 상세 내용을 분석하고 업계 및 유관 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 미국은 당장 다음 달 12일부터 한국,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에 대한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25% 대폭 인상하는 조처를 단행한다. 외교가에서 나온 ‘관세 전쟁 사정권에는 들었지만 후순위가 될 것’이란 예상이 뒤집힌 것이다.
이에 당장 이번 주말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하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발걸음이 무겁다. 조 장관은 회의 참석 중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첫 대면 회담에 나선다. 다만 다자회의 계기에 열리는 양자회담 특성상 주요 의제에 대한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하는데 그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 속에 전세계는 각국의 살길을 모색 중이다. 이웃 나라인 일본의 이시바 총리는 일본이 관세전쟁에서 다른 나라와 다른 지위를 가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11일 보도된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 명분인 ‘무역 적자’와 관련해서도 “일본의 노력도 있어, 미국의 무역적자에서 차지하는 일본의 비율은 상당히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도 ‘25% 관세’ 대상에 포함됐지만, 발효까지 한 달의 시간이 남은 만큼 협상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일회담 결과에 대해 “미일 동맹 수준이 (우리나라보다) 높았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데다가 일본이 미국에 안긴 선물도 크다”고 평가했다. 일본에 준해 거래 성과를 판단한다면, 후발주자로 트럼프 정부와 거래해야 하는 우리의 부담감이 더 클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호주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와 통화한 뒤 관세 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을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인도와 무역적자·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협상에 도달했다고 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지 못한 상태다. 백악관은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미국을 이용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로 우리나라를 언급하기도 했는데, 이같은 압박에 제대로 대응할 만한 체계가 마련되지 못한 실정이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한미 외교장관이) 관세 관련 논의는 하겠지만, 이미 상호관세가 결정된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다만 “나라 별로 조정이 있을 것 같다는 식의 발표가 있었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의 큰 틀 안에서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정책을 펴 달라고 협상해야 한다”면서 “정상 간 논의보다는 효과가 떨어지겠지만 외교부, 산업부, 국회 등 모든 계기를 동원해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 당시에도 경제 정책 관련 행정 명령을 발표하면서 관계가 좋은 나라에는 특혜를 주는 경우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 또한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역으로 후발주자의 이점을 노려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우리가 꼭 일본처럼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일본처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면서 “일본이 어떻게 주고받는지를 보고 난 다음 전략을 짜도 된다”고 했다. 서정은·문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