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빛의 속도…” 작년 빚 못갚은 자영업자 35%껑충, 60대 이상은 52%↑

채무불이행 자영업자 보유대출 30조 돌파
“내달부터 연체·폐업위기 자영업자 지원”

[헤럴드경제=권남근 기자] 지난해 금융기관에 진 빚을 갚지 못하는 자영업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대출금리속에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다. 채무불이행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만 30조원을 넘어섰다.

높은 대출금리 속에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채무불이행 자영업자의 숫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16일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에 제출한 ‘개인사업자 채무불이행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자영업자·기업대출을 보유한 개인) 335만8956명의 금융기관 대출금액은 1122조7919억원으로 전년보다 7719억원(0.1%) 늘어났다.

지난해 말 개인사업자 중 금융기관에 진 빚(대출액)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이들은 15만5060명으로 1년 전보다 4만204명(35%) 급증했다. 이들이 진 빚은 30조7248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7조804억원 늘었다.

이는 고금리 속에 내수 침체의 장기화의 영향이 컸다.

이혁준 NICE(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코로나19 이후 손님들이 100%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금리가 치솟자 그동안 빚이 많아진 자영업자들이 이를 감당하지 못했고, 이에 연체율이 올라가고 폐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전통시장 소상공인의 폐업 안내문. [연합]


특히 고령층 자영업자의 대출부담은 더욱 심각하다. 작년 말 60대 이상 개인사업자의 금융기관 대출잔액은 372조4966억원으로 1년 전보다 24조7303억원이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20대 이하(-1조9030억원), 30대(-6조4589억원), 40대(-12조9124억원), 50대(-2조6843억원) 등 다른 연령대에서 대출잔액이 모두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고령층 채무불이행자 수와 이들의 대출 잔액도 다른 연령대보다 가파르게 증가했다.

1년 사이 60대 이상 채무불이행자 수는 2만795명에서 3만1689명으로 52.4% 늘었다.60대 이상 채무불이행자가 보유한 대출금액 역시 1년 새 5조1840억원에서 7조8920억원으로 52.2% 급증했다. 고령층은 생계형으로 창업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다 보니 경기 침체 국면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다음 달부터 연체·폐업위기 자영업자들을 위한 지원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중이며 이르면 이달 말부터 신청받을 예정이다.

이에앞서 은행권은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올해 연체나 폐업 위기 등 자영업자 25만명에게 연간 7000억원, 3년간 2조원 안팎 규모의 금융지원에 나선다고 지난해 말 발표한 바 있다.

지금은 정상적으로 대출을 상환하고 있지만, 상환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차주는 다음 달부터 금리감면 등 최장 10년까지 천천히 나눠 갚을 수 있도록 소상공인 맞춤형 채무조정을 받을 수 있다.

사업을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소상공인들은 큰 부담 없이 사업을 정리하고 남은 대출금을 천천히 갚아나갈 수 있도록 다음 달 ‘폐업자 저금리·장기 분할 상환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된다. 정상 상환 중인 개인사업자 대출을 대상으로 최장 30년까지 장기 분할 상환을 지원해주며, 최대 1년간 상환유예, 최대 2년 거치 상환도 가능하다. 금리는 잔액 1억원 이내 대출의 경우 3%의 저금리로 지원하되, 대환에 따른 중도상환수수료는 면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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