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이달 첫 상품 출시 ‘포문’
KB손보 데이터 활용 상품 검토 중
시장 규모 60조…업계 확산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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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화재가 국내 최초로 지수형 항공기 지연 보험 특약을 출시하면서, 보험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KB손해보험은 지수형 보험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지만, 향후 세계 시장 규모가 6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면서 보험사들의 진출이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가 이달 지수형 보험을 선보인 이후 보험사들은 지수형 보험 후속 상품 출시를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지수형 항공기 지연 보험을 벤치마킹해 유사한 상품을 내놓을지, 혹은 새로운 형태의 지수형 보험을 개발해 차별화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특히 KB손해보험은 삼성화재에 이어 지수형 보험 출시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현재 제공되는 데이터를 어떻게 상품에 적용할지 고민 중이며, 지수형 보험 출시를 검토하는 단계”라며 “보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완성도 높은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수형 보험은 사고 발생 시 사전에 정한 지수(Index)나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약정된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해외에서는 자연재해나 기후 변화 등으로 발생하는 피해에 빠르게 대응하고 복구하기 위해 적극 도입되고 있다. 과거에는 자연재해·기후 문제 등과 관련된 데이터가 부족했지만, 최근 데이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객관적인 지표를 기반으로 신속한 보상이 가능해졌다.
기존 실손형 보험은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여러 증빙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지수형 보험은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자동으로 보험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신속하고 투명한 보장이 가능하다.
국내에선 삼성화재가 처음으로 항공기 지연 시간을 기준으로 보장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보험개발원이 지난해 7월 지수형 항공기 지연 보험에 대한 참조요율을 산출해 각 보험사에 제공했고, 삼성화재는 이를 바탕으로 상품을 개발했다. 상품은 항공기 지연 시간에 따라 4만~1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며, 공공데이터와 연동해 자동으로 고객에게 알림톡이 발송된다. 고객이 안내에 따라 탑승권 사진만 올리면 보험금이 즉시 지급되는 방식이다.
현재 산출된 보험료율은 항공기 지연과 관련된 상품에 한정돼 있지만,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위기관리 필요성이 커지면서 지수형 보험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세계 시장 조사 전문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수형 보험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23년 148억달러(약 21조5000억원)에서 2032년 393억달러(약 57조700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연평균 성장률 11%를 웃도는 수준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지수형 보험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정확한 분석과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적은 금액의 보험 상품에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지만,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보험금 규모가 커질 경우 실손 보장 원칙을 위배할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권순일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수형 보험은 자연재해 위기관리 부문에서 가장 큰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단, 실손 보장 원칙과 충돌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만큼 더욱 정밀한 분석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지수에 해당한다고 해도 개별적인 손실 규모는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손해 정도를 자세히 분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