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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클라호마에 발생한 토네이도로 인해 부서진 집과 차.[AP]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전쟁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
올해 큰 규모의 ‘기후재난’ 피해를 예고하는 전 세계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심지어 전쟁이나 정치적 위기보다 더 큰 위험으로 ‘기후재난’이 꼽히고 있다.
이는 지난해 여름 지구에 ‘최악의 폭염’이 닥친 데 이어, 겨울 한파와 가뭄 등 이상기후로 인한 대형 피해가 잇따른 영향이다. 최근 서울 면적의 3분의 1가량을 불태운 미국 LA 산불이 대표적 예다.
전문가들은 올해 기온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이상기후 발생 빈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니다. 비교적 ‘안전지대’로 여겨지는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폭염, 홍수 등 이상기후 현상이 점차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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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으로 갈라진 땅.[게티이미지뱅크] |
세계경제포럼(WEF)는 최근 발표한 ‘세계위험보고서 2025’를 통해 장기적으로 가장 강력한 파괴력을 가진 위험 요인으로 ‘극한 기상현상’을 꼽았다. 이는 산불, 홍수, 폭염 등 이상기후로 인한 재산파괴, 인명 손실 등 피해를 의미한다.
WEF는 지난해 위험보고서에서도 극한 기상현상이 향후 10년 안에 가장 치명적인 위험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유독 여러 기관에서 이상기후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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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산불로 주민들이 대피한 가운데 차량과 주택이 불타고 있다. [로이터] |
매년 전 세계 위험요인 순위를 산출하는 프랑스 보험협회는 올해 처음으로 ‘기후변화’를 1순위로 꼽았다. 정치적 대립이나 경제 환경의 변화는 되레 후순위로 선정했다. 글로벌 보험사 알리안츠 또한 올해 기후변화의 위험도를 역대 최고 수준으로 책정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올해 이상기후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은, 지난해 유독 큰 규모의 기후재난이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요인이 ‘폭염’이다. 2024년은 공식적으로 기온 관측이 시작된 1880년 이후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며 역대급 인명·경제적 피해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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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네이도로 인해 넘어진 나무에 깔린 차.[게티이미지뱅크] |
WWA(세계기상기여조직)에 따르면 지난해 기온 상승으로 인해, 평년에 비해 폭염 일수가 41일가량 늘었다. 이같은 기후변화로 인한 사망자만 최소 3700명으로 추정된다. 추산되지 않은 소규모 섬나라와 개발도상국 등을 고려하면, 사망자는 최대 수십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태풍, 홍수 등 극단적 이상기후 현상도 4000건 이상 기록됐다. 지난해 11월에는 태평양 유역에서 총 5개의 태풍이 필리핀을 강타해, 총 3000만명이 직·간접적 피해를 입었다. 미국에서는 140개 이상의 토네이도가 발생해, 총 8조원 이상의 재산 피해를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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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스앤젤레스 라크레센타 한 주택 뒷마당의 나무가 바짝 말라 있다.[연합] |
동시에 브라질 등 남아메리카에는 극심한 가뭄이 닥치며, 커피 등 농작물 피해가 지속됐다. 유럽에서는 홍수로 인한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서울 면적의 3분의 1을 불태운 LA 산불은 기후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수개월째 이어진 이상 가뭄 현상에 따른 피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이같은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는 올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원인으로 지적되는 온난화 현상이 이어지면서다. 영국 기상청은 2025년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최대 1.53도 상승하며, 2024년에 이어 1.5도 이상 상승세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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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대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에 있어 비교적 ‘안전지대’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옛날얘기다. 최근 발생하는 폭우·폭염 등으로 피해는 사상자에 이어 막대한 재산 피해를 남기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폭염으로 응급실을 방문한 온열질환자 수는 총 3704명으로 2023년(2818명)과 비교해 31.4% 늘었다. 사망자 수 또한 34명으로 6.3% 늘었다. 이는 2018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2023년 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 폭우로 인한 사상자 발생도 잇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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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 남성사계시장에서 상인들이 수해로 피해입은 상점을 복구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뚜렷하게 기후변화 피해로 여겨지지는 않지만, 연관이 적지 않은 사고도 벌어진다. 예컨대 올해 어선 전복 사고가 잇따르며, 이미 26명이 죽거나 실종됐다. 지난해 어선 사고로 인한 사망·실종자도 119명으로 1년 만에 41명 늘었다. 이상기후 현상에 따라 풍랑이 잦아지며 피해가 가중된 결과다.
한편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이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함께 발간한 ‘기후의 역습, 10년간 연도·지역별 기후재난 피해 양상 분석’ 정책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11년간 기후재난으로 피해액은 약 15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인명 피해 규모 또한 점차 우상향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8년 전인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평균 기후재난 인명피해 수는 4명이었으나, 2018년부터 2022년까지는 평균 57명으로 14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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