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지 않고 이겨낸 징표”“K-호킹스들 ‘특별한 졸업식’

생명보험재단, 강남세브란스와 협력
근육병 등 희귀난치성환자 응원 차원
‘특별한 졸업식, 희망의 입학식’ 행사
졸업생 표정환 씨 “작가 목표 도전”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희귀난치성 신경근육 질환자들을 위한‘특별한 졸업, 희망의 입학식’에 참석한 대학교 입학·졸업생들과 의료진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제공]


“고된 시련을 잘 이겨냈다는 징표입니다.”

대학 졸업장을 받은 표정환(22) 씨가 전한 소감이다. 누군가엔 평범한 졸업이지만, 표씨에게는 더 특별하다. 남들 다하는 ‘호흡’도 힘겨운 희귀난치성 신경근육 질환, 근육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근육병 환자들의 대학 생활은 도전의 연속이다. 점차 몸을 가누기 어려워지고, 거동이 힘들어 통학부터 벅차다. 과제, 팀 프로젝트 등 모든 활동에서 장애가 발목을 잡는다. 흔한 졸업장이지만, 남보다 더 많은 땀, 노력, 애환이 담겨있는 셈이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생명보험재단)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희귀난치성 신경근육 질환자들을 위한 ‘특별한 졸업식, 희망의 입학식’ 행사를 개최했다. 호흡재활센터에서 치료받으며 학업을 이어온 환자들을 응원하는 의미의 행사다.

생명보험재단은 2008년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이하 센터) 설립을 지원해 근육병, 루게릭병 등 신경근육 질환자 1만5975명에게 호흡재활 전용 병실을 제공하고 치료하는 등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

행사에서 졸업생으로 자리한 표씨는 올해 한경대 미디어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표씨는 생후 18개월께 진단을 받고, 2019년부터 센터에서 치료를 받았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희귀난치성 신경근육 질환자들을 위한 ‘특별한 졸업, 희망의 입학식’에 참석한 근육병 환자 표정환(오른쪽) 씨와 어머니 양희연 씨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광우 기자


그는 “호흡재활을 꾸준히 이행한 덕분에 대학 입학부터 졸업까지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순탄한 과정은 아니었다. 중·고교 생활과는 또 달랐다. 바로 곁에서 도움을 주는 이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막연한 두려움에 누리지 못한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표씨는 행사 후 헤럴드경제와 만나 “행복한 대학생활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쉽지는 않았지만 (대학 생활이) 힘들었다고 표현하기는 어렵다”며 “몸이 불편한 것보다 휠체어 타는 모습에 시선을 보내는 것 자체가 불편했지만, 결국 이겨내고 많은 것들을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졸업을 한 표씨의 고민은 ‘취업’. 여타 졸업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전공을 살려 ‘작가’를 목표로 도전할 계획이다. 하지만 장래 희망일 뿐, 꿈은 아니다. 표씨의 꿈은 끝까지 침몰하지 않는 것이다. 인생을 즐기겠다는 것이다.

표씨는 “제가 쓴 소설 안에 ‘적어도 내가 탄 배가 침몰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구절이 있다”며 “비록 장애가 있더라도, 결국 침몰하지 않을 거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행사에서는 부산대 사회학과 입학을 앞둔 근위축증 환자 이지성(19) 씨의 소감 발표도 있었다. 이지성씨는 “호흡재활치료를 통한 노력과 의료진의 도움으로 일상과 학업을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며 “향후 미래의 근육병 환우들을 도울 정책을 고안하겠다”고 말했다.

근육병을 앓는 두 아들의 어머니 이명자 씨더 보호자 대표로 나와 관계자들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씨가 담담한 목소리로 환자들과 보호자들을 격려하자, 참석자들은 하나같이 눈시울을 붉혔다.

이명자씨는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안 좋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센터를 통해 조금씩 일상을 회복하는 아이들을 보며 이겨냈다”며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행사 마지막 순서로 은퇴를 앞둔 강성웅 전 센터 소장(강남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에 대한 감사 인사가 있었다. 강 교수는 2000년 근육질환자의 호흡근육을 살려 호흡을 가능케 하는 ‘호흡재활치료’를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이후 30여 년간 관련 질환 환자들을 돌보며, 일상 회복에 기여했다.

강 교수는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환자들이 고비를 넘기고 회복하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며 “행사를 통해 환자와 보호자의 노고를 알리고 용기를 줄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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