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중국과 관계 필요”…EU에 대중국정책 ‘미국 패싱’ 제안

“중국을 파트너로 활용해야”

트럼프 안보 정책에 유럽 외면 중

중국과 관계 놓고 EU 회원국 간 의견 엇갈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 [AFP]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안보·경제 사안에서 오랜 동맹인 유럽을 무시하고 있는 가운데 스페인이 유럽연합(EU)이 미국에 따라가지 말고 독자적인 대중국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호세 마누엘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이하 FT) 인터뷰에서 “유럽은 중국이 언제 파트너가 될 수 있고 언제 경쟁자가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라며 “당연한 동맹이라고 생각하는 미국과 물론 대화를 할 수 있지만 유럽은 스스로 판단을 내려야 한다”라고 밝혔다.

알바레스 장관은 “(중국과)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면 이를 활용하고, 우리가 경쟁자가 된다면 우리의 시민과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구와 규모 측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기후 변화와 같은 중요한 문제에 있어 필수적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라며 “따라서 관계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EU 27개 회원국 사이에 단일한 대중국 입장은 없다. 자국 상황에 따라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 회원국은 미국을 고려해 중국에 매파적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또 다른 회원국들은 중국과의 경제 관계 악화를 경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스페인에서 먼저 미국과는 별개의 대중국 정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2023년과 지난해 연이어 중국을 방문해 중국 기업의 스페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려 했다. 그 결과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인 중국 CATL은 다국적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함께 스페인 사라고사에 대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세우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다른 EU 국가에서는 스페인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이 성급한 결론이라고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EU 국가 간 의견 분열은 중국 정부의 전략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2기 취임과 동시에 동맹인 유럽을 경시하는 만큼 유럽 국가들은 홀로서기를 고민해야 할 처지가 놓이게 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와 양자회담으로 진행하고 있다. 협상에서는 유럽 동맹국들도 제외됐다. 이후에도 러시아 쪽에 편향된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을 상대로 관세 카드를 꺼내 드는 등 무역전쟁까지 현실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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