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늘려 대미흑자 일부 조정 필요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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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무역 갈등이 심화하면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이 1.4%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26일 한은의 ‘미국 신정부 관세정책의 글로벌 및 우리 경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확인된 미국 신정부의 관세정책 강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전인 지난해 11월 한은의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서 펼쳐지고 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추가 10%의 대중(對中) 관세는 기존 전제와 비슷하지만, 캐나다·멕시코에도 불법 이민·마약 유입 등을 명분으로 25%의 높은 관세를 이른 시기에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전망 땐 중국을 제외한 나라엔 보다 유연한 관세 정책을 가져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현실은 캐나다 등 우방국에도 예외 없는 관세 포문을 열었다는 설명이다.
이를 고려해 한은은 관세전쟁 상황별로 새로운 성장률 시나리오 경로를 설정했다. ‘비관적 시나리오’는 미국이 올해 말까지 중국을 포함한 주요 무역 적자국에 관세를 높여 부과한 뒤 2026년까지 유지하고, 다른 나라들도 미국에 고강도 보복관세로 대응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이 상황에선 세계 경제 성장률이 기본 시나리오보다 올해 0.1%포인트, 내년 0.4%포인트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미국 성장률 역시 0.4%포인트, 0.8%포인트씩 타격을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경제 성장률도 올해 0.1%포인트, 내년 0.4%포인트 추가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다. 기본 시나리오에서 1.5%, 1.8%였던 성장률이 모두 1.4%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은은 “미국과 여타국 간 상호 보복 조치가 반복되는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세계 교역이 급격히 위축되고 무역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져 국내 수출과 투자가 크게 둔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낙관적 시나리오’에서는 올해와 내년 한국 성장률이 기본 시나리오보다 0.1%포인트, 0.3%포인트씩 상승할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발 관세 충격이 생각보다 약하다면 2025년 1.6%, 2026년 2.1% 성장이 가능한 셈이다.
낙관적 시나리오는 미국이 중국에 현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주요 무역 적자국에 중국보다 상당 폭 낮은 관세를 매겼다가 2026년 모든 국가에 점진적으로 관세를 낮추는 상황을 말한다.
‘기본 시나리오’는 미국이 중국에 현 수준의 관세를 2026년까지 유지하고 다른 주요 무역 적자국에는 그보다 낮은 관세를 올해 중 부과하지만, 협상 진전에 따라 2026년부터 점진적으로 관세가 인하되는 경우로 상정됐다.
전날 한은이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올해 성장률 1.5%와 내년 성장률 1.8%는 이 기본 시나리오가 적용된 수치다. 이 시나리오 내에선 올해 세계·미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작년 11월 당시 예상보다 각 0.1%포인트, 0.3%포인트 더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내년엔 세계 경제 성장률이 0.1%포인트 더 깎일 것으로 봤다. 다만, 미국 경제 성장률은 0.2%포인트 오히려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미국에서 수입을 늘려 역대 최대로 커진 대미(對美) 흑자를 일부 조절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은은 “미국 관세정책의 전개 양상과 관련해 불확실성이 큰 만큼, 세계시장에서 미국을 대체할 수출처를 모색하는 동시에 미국 정부와의 관세 협상에 주도적이면서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에서 에너지와 농산물 등의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태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