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들도 탄핵 찬성 입장 저보다 먼저”
“尹, 어차피 탄핵이지만…몇번이고 부결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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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저서 ‘한동훈의 선택, 국민이 먼저입니다’ 표지 [메디치미디어 제공] |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26일 출간한 자서전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등 당초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던 광역단체장들도 탄핵 찬성 입장을 오히려 저보다 먼저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자신의 책 ‘한동훈의 선택, 국민이 먼저입니다’에서 “대통령이 질서 있는 조기퇴진을 거부한 그 시점에서는 저만 탄핵에 찬성한 게 아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 전 대표는 책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 김영환 충북지사 등 국민의힘 광역자치단체장들 역시 지난해 12월12일 국민의힘 당론으로 탄핵을 찬성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며 “여권의 주요 정치인들 가운데 탄핵소추안 통과의 책임을 한 대표에게만 전가하려는 것은 국민의 눈높에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14일 두 번째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찬성 204표로 가결되면서 한 전 대표의 책임론이 불거졌고, 이는 지도부 붕괴로 이어졌다. 한 전 대표는 “그전에도 이미 ‘‘김옥균 프로젝트’니 뭐니 해서 지도부를 붕괴시키고 싶어 했다”고 했다.
이어 “저도 탄핵안이 통과되면 제가 축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면서도 “자리에 연연하진 않지만, 그 상태에서 제가 나와버리면 당이 불법게엄을 옹호하는 상황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다”고 적었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질서 있는 조기 퇴진’ 무산이라는 게 한 전 대표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이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몇번이고 탄핵을 계속 부결시켜 달라”고 했다는 이유에서다.
한 전 대표는 대통령실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난해 12월 10일 “마지막 기회를 갖고 싶다”, “결국 탄핵으로 가겠지만 당이 도저히 막을 수 없을 때까지 몇 번이고 탄핵을 계속 부결시켜 달라”는 대통령의 진의를 전해 들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7일 “정국 안정 방안을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는 대국민 담화를 한 뒤 입장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당내에 ‘정국안정화 TF’를 만들고 대통령의 자진 사퇴 방안을 조율하던 시기다.
한 전 대표는 “사퇴하지 않고 탄핵 절차를 통해 끝까지 다퉈보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총리와의 공동담화 등을 통해 대통령의 약속 이행을 압박하려 했을 정도로 걱정했던 것이 현실화된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질서 있는 조기퇴진 방안은 물 건너가는 것”이라고 적었다.
이어 한 전 대표는 “결국 지난 토요일(2024년 12월 7일) 오전의 대국민 약속은 그날 오후 탄핵안이 가결되지 않게 하기 위해 당과 국민을 속인 것 아니냐고들 했다”며 “결국 직무정지를 위해 탄핵 표결로 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책에 썼다.
2023년 12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여의도에 발을 내딛은 한 전 대표는 당시 윤 대통령으로부터 총선 불출마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대통령은 당시 ‘당이 어렵다, 지금 당신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꼭 비대위원장 역할을 맡아달라’며 강하게 부탁했다”며 “당시 여당 분위기는 매우 좋지 않았다. 희생과 쇄신이 필요하다고 봤다”고 비대위원장 직을 받아들인 까닭을 설명했다.
다만 총선 불출마에 대해서는 “제 결정이었던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온전히 저만의 뜻은 아니었다. 대통령이 저에게 지역구든 비례든 불출마할 것을 직접 요구했다”고 적었다. 당시 김기현 전 대표는 총선에 출마하면서 국민의힘 당 대표 직을 내려놨던 상황이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그래야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취지”라며 “제 거취에 대해서는 총선이 끝나고 ‘다시 내각으로 오면 되지’라고 했다”고 했다. 다만 그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장관 하다가 비대위원장하고, 또 내각으로 돌아가면 그걸 민심이 동의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후 비대위원장에 임명되지 않은 시점에 사퇴 요구가 있었다고도 했다. 한 전 대표는 “조선일보 보도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을 총선 이후에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여권 관계자의 멘트를 대통령이 제가 한 것으로 잘못 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전 대표는 “사퇴 요구를 받고 나서 몇 시간 뒤 김건희 여사가 ‘잘못 알았고, 미안하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러면서 사퇴 표명을 없던 일로 해달라고 했다. 뒤늦게 제가 한 말이 아니란 걸 알게 된 것 같았다”고 적었다.
김건희 여사의 문자에 답변하지 않았다는 이른바 ‘읽씹 논란’에 관해 한 전 대표는 “김 여사와 비대위원장인 제가 정치 이슈 등 공적인 대화를 주고받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과거 장관이나 검사로 일할 때도 아는 사람이 부적절한 요구를 문자로 하면 대화를 멈추고 답을 안 했다. 잠깐은 불편할 수 있어도 오해의 소지를 줄일 수 있다”며 “일부 정치인들, 공직자들이 김 여사와 계속 소통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은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행동”이라고 적었다.
한편, 지난 13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김 여사와 조태용 국정원장이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조 원장이 12월 2일 오후 두 차례 김 여사로부터 문자를 받았고, 다음 날 오전 답장을 보낸 통화내역이 제시됐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20일 탄핵심판 10차 변론에서 “제 처와 국정원 간에 휴대폰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부분에 대해서 저도 알 수 없는 부분”이라며 “내용이 어떤 건지 사실 궁금하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