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잠룡들 윤석열 탄핵책임론 서로 손가락질

홍준표 “한동훈, 탄핵정국 책임 똑같이 져야”

한동훈 “오세훈 시장이 먼저 탄핵 찬성했다”

반탄 여론 구애…“경선 시 분열 불가피” 관측

 

홍준표(왼쪽) 대구시장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김해솔 기자] 여당 대권 잠룡들이 탄핵책임론에 빠졌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혼란한 정국의 책임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 찾고, 한 전 대표는 오세훈 서울시장 등 시도지사들이 먼저 탄핵에 찬성했다고 반격한다. 국민의힘 대권주자들이 대통령 탄핵에 대한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면서 경쟁구도가 가열되는 모습이다.

홍 시장은 26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이 사태까지 오게 된 게 누구 책임인가”라며 “결국 탄핵이 오고 정국에 혼란이 온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도 있지만 한 전 대표도 똑같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여당 대표가 됐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대통령과 어떤 식으로든 협력해 힘을 모아 갔어야 한다”며 “사사건건 충돌하고 어깃장 놓는데 대통령이 어떻게 정국 운영을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한동훈이라는 사람은 윤 대통령이 만들어 준 인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또 “법무부 장관도 ‘깜’이 됐나”라며 한 전 대표가 법무부 장관 퇴임 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된 것을 놓고도 “뭐 (국회의원) 선수가 있었나”라고 꼬집었다.

108석에 그친 총선의 책임도 한 전 대표에게 돌렸다. 홍 시장은 “그런 애를 앉히고 키우니 총선 때 어떻게 했나. 돌아다니면서 셀카만 찍었다”라며 “그래서 총선을 완전히 말아먹었다. 역사상 그렇게 망한 총선이 어디 있나”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반면 한 전 대표는 탄핵정국의 책임을 본인에게만 지우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같은 날 출간한 자서전 ‘한동훈의 선택, 국민이 먼저입니다’에서 “오 시장 등 당초 탄핵을 반대하던 광역단체장들도 탄핵 찬성 입장을 오히려 저보다 먼저 공개적으로 밝혔다”고 썼다.

이어 “대통령이 질서 있는 조기퇴진을 거부한 그 시점에서는 저만 탄핵에 찬성한 게 아니었다”며 “오 시장과 유정복 인천시장, 김영환 충북지사 등 국민의힘 광역자치단체장들 역시 지난해 12월12일 국민의힘 당론으로 탄핵을 찬성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유력 대권주자들 사이에서 탄핵 책임론이 불거진 건 상대 주자를 견제하는 동시에 탄핵 반대 지지층을 끌어안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0~21일 1006명을 대상으로 헌법재판소의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탄핵 인용(파면)’은 52.0%, ‘탄핵 기각(직무복귀)’은 45.1%로 집계됐다.(응답률 7.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와 달리 기각을 원하는 여론이 40%를 차지하는 만큼 이들을 지지층으로 흡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결국 ‘친윤에 대한 구애’로 봐야 한다”며 “당내 경선을 넘어서려면 광장에 나와 탄핵에 반대하는 핵심 지지층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각 주자가) 탄핵 반대표 흡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며 “경선에서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분열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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