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선관위는 독립기관…감사원 직무감찰은 위헌” [세상&]

선관위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 아냐”
감사원 “선관위 부적절한 운영 행태 파악·개선해야”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헌법재판소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므로 대통령 직속인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 결론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전·현직 고위직 자녀의 특혜채용 의혹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에 반발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8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감사원의 선관위 직무감찰은 위헌으로 보고 권한쟁의를 인용했다. 권한쟁의심판이란 국가기관 간의 권한 다툼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어디까지가, 어느 기관의 권한인지 가리는 소송이다.

이번 판단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간 윤 대통령 측은 “선관위의 부정선거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계엄군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헌재는 “선관위는 독립기관이므로 대통령의 영향력을 제도적으로 차단해야 한다”고 일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헌재는 “선관위에 대해 감사원이 실시한 직무감찰은 헌법에 의해 부여받은 선관위의 독립적인 업무수행에 관한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같은 결정 이유에 대해 헌재는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허용하는 것은 선거관리에 대통령 등 행정부의 영향력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고자 한 헌법개정권자의 의사에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행정부의 부당한 선거 간섭을 배제해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선관위가 선거사무 자체는 물론 이를 수행하는 데 필수적인 인사 조직·운영 사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대통령은 특정 정당의 당원으로서 정당의 정책·이익과 밀접하게 관련될 가능성이 있는데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의 직무감찰을 허용하면 선거관리의 공정성과 중립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훼손될 위험도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23년 5월 선관위 고위 간부들의 자녀가 경력직 채용과 관련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서 시작했다. 선관위는 자체 검사를 벌인 뒤 이들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당시 선관위는 국회의 국정조사, 수사엔 성실히 임하겠지만 감사원의 직무 감찰은 거부했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므로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이후 선관위는 ‘부분 수용’으로 입장을 바꿨지만 감사 범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2023년 7월 이번 소송을 냈다. 감사원은 지난해 4월, 직무감찰을 벌인 결과 “조직 전반에 채용·인사 법규를 무시하는 관행이 있다”고 밝혔다.

이후 헌재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두 차례 공개변론을 열어 양측의 주장을 들었다.

1차 변론기일에서 청구인(선관위) 측은 “선관위는 업무수행의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며 “감사원의 직무권한이 남용됐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를 거론하기도 했다.

당시 선관위 측은 “3·15 부정선거 이후 60여년간의 노력 끝에 이젠 공평한 선거 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는 성숙한 민주사회가 됐다는 믿음이 모두에게 당연하게 여겨졌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 12월3일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몇 분 만에 계엄군이 투입돼 선관위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청사를 폐쇄했으며 서버실에서 사진을 찍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관위가 독립적으로, 공정하게 사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감사원은 감사원법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당시 감사원 측에선 “이번 감사는 선관위의 부적절하고 불공정한 채용 실태를 파악하고 개선을 위한 것”이라며 “선관위의 합법적이고 합목적성을 갖춘 독립적 업무 수행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은 2차 변론 기일에서도 치열하게 다퉜다. 당시 선관위 측은 최후변론에서도 윤 대통령을 언급했고, 감사원 측은 “윤 대통령의 지시로 감찰이 진행된 게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당시 선관위 측은 직무감찰의 근본적 계기는 윤석열 대통령의 ‘부정선거 음모론’이라고 주장했다.

선관위 측은 “감사원의 직무감찰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맹신한 윤 대통령과 관련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선관위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에 가장 먼저 움직인 게 감사원”이라고 했다. 이어 “부정선거의 단서를 잡을 수 없었던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으로 계엄군을 동원해 선관위 장악을 시도했다”고 강조했다.

반면 당시 감사원 측에선 “감사원은 윤 대통령의 부역자가 아니다”라며 “계엄 당일 계엄군이 선관위에 갔을 때 별도의 방호원 없이 당직자 5명만 있었던 것을 보면 선관위가 기관 운영을 얼마나 방만하게 하고 있는지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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