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웰 110억弗 “1분기 크게 증가”
“하반기 울트라 출시…내년엔 루빈”
AI가속기 진화, HBM 탑재도 늘어
SK하이닉스, HBM4 선점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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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6월 대만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4에서 차세대 GPU 블랙웰 플랫폼을 소개하고 있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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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최신 인공지능(AI) 가속기 ‘블랙웰(Blackwell)’에 대해 “수요가 엄청나다(amazing)”고 밝히며 1분기에도 블랙웰의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발열 문제로 블랙웰의 대량 양산이 지연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황 CEO는 “완전히 회복했다(fully recovered)”고 강조하며 올해 하반기 더욱 강력한 성능을 갖춘 차세대 ‘블랙웰 울트라’의 출시까지 예고했다.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저비용 추론 AI 모델 ‘R1’의 등장으로 엔비디아의 고가 AI 가속기 사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에 대해 황 CEO는 “추론 AI가 또 다른 확장 법칙을 추가하면서 블랙웰에 대한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엔비디아의 블랙웰 수요 전망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을 주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2분기부터 본격 납품을 추진 중인 삼성전자도 수혜가 예상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26일(현지시간) 2025회계연도(2024년 11월~2025년 1월) 4분기 실적 발표를 겸한 콘퍼런스 콜에서 블랙웰의 4분기 매출이 내부 기대치보다 높은 110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블랙웰에 대해 “회사 역사상 가장 빠른 램프업(생산량 증가)을 달성했다. 속도와 규모 면에서 전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당초 지난해 3분기 블랙웰 출시를 예고했지만 발열 문제 등으로 연기한 바 있다. 그러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에서 블랙웰 매출이 본격 발생하면서 호실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황 CEO는 “첫 블랙웰은 장애물 때문에 몇 달을 허비했지만 완전히 회복했다”며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웠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현재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MS 애저, 오라클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 등이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에 엔비디아의 그레이스 중앙처리장치(CPU) 1개와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 2개를 결합한 GB200을 도입하고 있다.
크레스 CFO는 “4분기 데이터센터 매출은 1년 전보다 116% 증가했고, 전 분기 대비 18% 증가했다”며 “블랙웰에 대한 수요와 (호퍼 기반의) H200 제품의 지속적인 성장에 힘입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황 CEO는 이날 콘퍼런스 콜에서 블랙웰보다 성능이 개선된 ‘블랙웰 울트라’를 하반기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차세대 AI 가속기로 명명한 ‘루빈(Rubin)’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다음달 17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행사 ‘GTC 2025’에서 블랙웰 울트라와 루빈을 비롯해 추론 AI, 피지컬(물리적) AI 제품 등에 대해 소개할 것이라고 밝혀 새로운 제품의 ‘깜짝 공개’ 가능성을 시사했다.
엔비디아가 빠르게 차세대 AI 가속기 출시를 예고하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AI 가속기의 세대가 진화할수록 더 많은 HBM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현재 블랙웰 기반의 AI 가속기 B100과 B200에는 SK하이닉스의 HBM3E 8단 제품 8개가 들어간다. 향후 블랙웰 울트라에는 HBM3E 12단 제품 12개가 탑재될 예정이다.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100에는 6세대 HBM인 HBM4 12단 제품 8개, 루빈 울트라에는 HBM4 16단 제품 12개 탑재가 예상된다.
지난해 3월 업계 최초로 엔비디아에 HBM3E 8단을 공급한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 HBM3E 12단 제품을 업계 최초로 공급하며 시장 선도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 중 40%가 HBM3E에서 발생했다. 올해 상반기 전체 HBM3E 출하량의 절반 이상을 HBM3E 12단 제품이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흐름이 블랙웰에서 루빈으로 옮겨가면서 주력 HBM 세대도 HBM3E에서 HBM4로 이동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이에 맞춰 올해 HBM4 12단 제품의 개발과 양산 준비를 완료하고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시점에 맞춰 적기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3분기부터 AMD 등에 HBM3E 8단·12단 제품을 양산해 판매 중이지만 아직 엔비디아에는 납품을 성사시키지 못한 상태다.
현재 진행 중인 HBM3E 성능 개선 작업을 거쳐 1분기 말부터 공급을 계획하고 있다. 개선된 HBM3E의 공급이 본격 증가하는 시점은 2분기로 보고 있다. HBM3E 수요가 8단에서 12단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개선 제품을 고객 수요에 맞춰 램프업해 올해 전체 HBM 비트 공급량을 전년보다 2배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날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는 올 1월 중국발 ‘딥시크 쇼크’ 이후 처음으로 나오는 성적표인 만큼 여느 때보다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 실적 향방을 좌우할 엔비디아의 1분기(2~4월) 실적 가이던스에 관심이 쏠렸다.
앞서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오픈AI의 챗GPT보다 낮은 비용으로 유사한 수준의 성능을 구현한 추론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발표하면서 빅테크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비싼 AI 칩 구매를 줄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엔비디아의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 속에 엔비디아가 제시할 1분기 실적 가이던스마저 시장 예상치를 밑돌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됐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1분기에도 블랙웰의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 실적 전망을 밝혔다. 엔비디아는 아울러 1분기 전체 실적 가이던스도 시장 기대치보다 높은 수준을 제시했다.
황 CEO는 콘퍼런스 콜을 마무리하기 전 “블랙웰 수요는 엄청나다(extra ordinary)”고 재차 강조하며 “AI는 인식과 생성 AI를 넘어 추론 AI로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딥시크를 언급했다. 그는 “딥시크는 전 세계의 열정을 불러일으켰다”면서 “더 중요한 것은 오픈소스이며 세계적 수준의 추론 AI 모델이라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래의 추론 모델은 훨씬 더 많은 컴퓨팅을 소비할 것”이라며 “블랙웰은 (이전 세대인) 호퍼(Hopper)보다 더 빠르게 추론 AI 모델을 처리할 수 있다”고 강조해 추론 AI 시장에서도 블랙웰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견조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현일·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