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학번 새내기에 휴학 압박하는 의대 선배들

선후배 단톡방 통해 동맹휴학 권유
정부 “수업 거부시 구제 없다” 강경
신입생 “피해 책임 누가 지나” 분통



“뭘 어찌해야될 지 모르겠습니다. 정부는 (학교에) 나오라 하고, 선배들은 나오지 말라 하고. 오랫동안 꿈꿔온 길인데 설렘을 느낄 새도 없네요.”

올해 수도권 의과대학 진학을 앞둔 A씨는 답답함을 토로한다. A씨는 간절히 원하던 의대에 합격했지만 계속되는 의정 갈등의 여파로 마음이 편할 날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초대된 선후배 의대생 단체 대화방에서 휴학과 관련된 이야기가 오가는 것을 보고 더욱 심란해졌다”면서 “정부와 선배들 싸움에 우리(신입생들) 등이 터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전국 대다수 의대 개강이 일주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올해 입학하는 25학번 의대 신입생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24학번 등 선배 의대생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맞선 ‘동맹휴학’을 압박하고 있지만 정부와 대학은 올해만큼은 신입생 휴학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어서다.

수도권 의대 합격생 B씨도 “대학생이 됐지만 대학생이 아닌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B씨는 “선배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서도 주된 관심사는 휴학뿐인 것 같아 불안한 마음만 든다”면서 “얼른 의학 공부를 하고 싶은데 뭐가 맞는 건지 도통 판단이 서질 않아 막막하다”라고 하소연했다.

올해 지방 사립대 의대를 들어가게 된 C씨는 선배들의 휴학 움직임에 동조하지 않으면 ‘족보’를 받지 못하는 등 학교 생활에 지장이 생길까봐 두려움이 크다고 했다. 의대는 6년 동안 수업을 같이 듣고 ‘족보’를 공유하는 폐쇄성이 강하며, 졸업 이후 전공의 등 활동에서도 선배와 동기의 영향력이 막강해 선배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C씨는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했는데 ‘정부와 선배 중 한 쪽을 택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너무 부담스럽다”라고 말했다.

일부 의대에선 선배 의대생들이 OT에 온 신입생들에게 의대 증원의 비합리성과 필수의료 패키지 등을 설명하고 휴학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와 대학은 올해 신입생 휴학은 절대 불가능하며 휴학 시 작년과 달리 구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의대 총장과의 간담회에서 “대부분의 대학에서 신입생 휴학을 허용하지 않으니 신입생이 수업에 불참할 경우 학칙에 따라 엄격히 조치하라”고 언급했다. 대학들 역시 “올해 입학한 학생들까지 휴학하면 내년에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없다. 신입생들은 반드시 수업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대와 건양대를 제외한 전국 의대는 학칙에 따라 예과 1학년이라면 반드시 수업을 듣도록 규정했다. 만약 개강 이후 일정 시점이 지나도록 수업을 거부하면 출석 일수 미달과 시험 성적이 없는 이유 등으로 F학점을 받게 된다. 이 경우엔 유급이 불가피한데, 한 학년이 과목을 같이 들어야 하는 의대 특성을 고려하면 유급은 1학기가 아닌 1년이 된다.

이에 비싼 등록금을 날릴까봐 걱정하는 신입생들도 있었다. 25학번이 휴학을 하게 되면 학사 경고 조치를 받거나 1학기에 낸 등록금을 통으로 날리는 피해를 입게 된다. 비수도권 의대 합격생 김모 씨는 “등록금이 한두푼도 아니고, 장학금이 걸린 친구도 있을텐데 선배들이 이걸 책임질 거냐. 휴학하라고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라고 말했다.

일부 신입생들은 억울함을 넘어 분노하기도 했다. 재수 끝에 의대에 합격한 이모 씨는 “결국 의대 증원된 틈으로 내가 의대생이 될 수 있었던 것”이라면서 “선배들이 (의대 증원에) 반대해 휴학했으니 날 막았던 것 아니냐. 무작정 같은 행동을 하고싶지 않다”라고 했다. 안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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