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석 광주과학기술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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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석 광주과학기술원 명예교수 |
전쟁 후 1955년, 베이비붐으로 광주·전남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행정 분리가 요구되었다. 1995년 광주광역시가 출발하며 지방 자치가 본격적으로 시작하였고, 2005년에는 전남도청을 광주에서 무안으로 옮겼다.
행정의 분리로 지방 자치가 활성화되어 지역의 특성을 살리고 주민들의 목소리 반영 등 주민 직접 참여 기회의 증가로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다. 그러나 지역 간 경쟁과 중복 투자, 행정의 비효율성과 같은 문제점도 나타났다. 광주·전남의 경우, 역사적, 문화적으로 하나의 생활권임에도 불구하고 행정구역의 분리로 인해, 공공기관 이전, 지역 공항의 활성화, 광주와 지역, 목포와 순천 지역 간 통합적 발전 전략을 수립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베이비붐 세대를 지나 현재 대한민국의 출생률이 0.8을 밑돌고 있어서,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특히 농촌 지역은 인구 감소로 지역소멸이 가시화하고 있다. 향후 30년 이내에 전남 22개 시군 가운데 18곳이 소멸위험 지역에 포함된다는 한국고용정보원의 연구보고서가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분리된 행정구역의 통합이 논의되고 있다. 시도가 원래 하나였다는 정서적 문제보다는 인구 감소로 인한 지역 경쟁력 저하 때문에 시도 통합이 요구되고 있다.
대구·경북은 2006년부터 경제통합을 논의해 오다가, 최근 정부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행정통합을 위해 2026년 7월 ‘대구경북특별시’ 출범을 서두르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은 대한민국 제2의 발전 축으로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을 추진하였다.
최근 부산·경남만으로 공론화위위원회를 구성하여 메가시티와는 다른 별도의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충청권은 ‘충청지방정부연합’을 통해 광역생활경제권 구축을 구상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수도권에 집중하는 경제권에 대응하는 광역경제권 구축뿐 아니라, 지역의 효율적인 교통체계를 선언하고 있다. 특히 지역소멸 및 수도권 집중 극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장 인구가 적어 지역소멸에 가장 먼저 다가가고 있는 광주·전남의 통합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재임 시, ‘공공기관 지방이전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광주·전남 행정통합’에 관한 화두를 꺼냈다. 시장 재임이 안 되어 그 논제는 지속할 수 없었다. 전라북도는 2024년 1월 18일 특별자치도를 출범하고 독자적인 행보를 하고 있다.
전라남도도 특별자치도의 꿈을 꾸고 있어서, 광주·전남·전북의 통합은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광주광역시는 전라북도를 포함하는 통합을 구상하고 있지만, 현재 특별자치도를 출범한 전북과의 통합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지자체장들은 개인의 생각보다 미래의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혁신적인 리더쉽을 발휘해야 한다.
지자체장의 생각이 반영된 정책이 당연히 추진되기 쉽다. 그래도 시민, 도민의 생각을 물어보는 공론화를 거쳐, 민심을 이해하고 정책 방향을 정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광주·전남의 통합 지역 인구 350만, 지역내총생산 120조 원 규모의 광역경제권이 붕괴돼서는 안 된다. 또한 지역 소멸로부터 회생시킬 방향으로 행정통합을 구상하여야 한다. 그동안 행정분리로 인한 비효율화를 막고, 상생하지 못한 정책을 활성화해야 한다. 목포·순천 간 고속철도, 고속도로망, 서남권 관문공항 등 사회기반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광주·전남이 같이하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인공지능, AI반도체특화산업, 첨단의료복합산업, 탄소중립산업, 우주산업, 농수산업, 에너지산업, 문화관광산업, 전통한국식품산업 분야에서 공동으로 인재를 육성하고 활용해야 한다.
다행히도 광주·전남에는 한국에너지공과대학과 광주과학기술원 등 연구중심대학과 거점대학이 있다. 광주·전남은 힘을 합쳐 정부와 협상할 때, 현재보다 많은 정부 투자와 높은 지위의 지자체 체제를 상향 유지할 수 있다.
미래에 살아가야 할 후손에게 옳은 길을 제시하는 것은 지역 리더들의 몫이다. 마침 지난달 행정안전부에서는 ‘지방행정체제 개편 권고안’을 발표하였다. 광주·전남에서는 권고안만 따르는 것보다 민의를 반영한 광주·전남 통합 방향을 결정하여야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