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변화 후행 특성에 2금융 차주 리스크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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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에도 보험회사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 모습. [헤럴드DB] |
[헤럴드경제=박성준 기자] 보험회사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가 3개월 연속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보험사의 신용대출 금리는 10%를 웃돌기도 했다. 이는 은행권과 다른 금리산출 방식과 차주 특성 등이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3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일반신용대출(무증빙형)을 취급하는 생명보험회사의 금리는 지난 1월 기준 연 8.42~10.4%, 평균 9.42%로 집계됐다. 직전 달(9.2%)보다 0.22%포인트(p) 상승한 수치다. 생보사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해 10월(8.96%) 이후 3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총 0.46%포인트 올랐다.
손해보험회사의 신용대출 금리도 지난 1월 평균 9.15%로, 전월 대비 0.11%포인트 뛰었다. 이는 지난해 11월(8.81%) 이후 2개월 연속 오름세다. 생보사 중에서는 미래에셋생명(10.4%)이, 손보사 중에서는 DB손해보험(10.57%)이 가장 높은 대출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평균 10%에 육박하는 보험사 대출금리는 최근 주요 은행이 대출 금리를 인하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지난달 예금은행 일반 신용대출 금리는 연 5.58%로, 한 달 새 0.57%포인트 하락했다. 또한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이달 중 대출금리를 더 낮출 계획이다.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더불어 금융당국의 압박이 작용한 결과다.
보험사의 무증빙형 신용대출은 소득 증빙 없이 개인 신용점수, 보험료 납부 실적 등 간단한 정보만으로 콜센터를 통해 가능하다. 급전이 필요한 고객에게 유용할 수 있지만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보험사의 신용대출 금리가 높아지는 것은 시장금리를 후행하는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기준금리가 변동될 때 빠르게 대출 금리에 반영하는 반면 보험사는 공시이율, 회사채 금리, 국고채 금리 등 여러 지표를 기준금리로 삼는다. 특히 공시이율은 시중금리를 반영하지만 변동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려 금리 조정이 지연되는 경향이 있다.
제2금융권 차주 특성도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보험사는 금융채, 국고채,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코픽스), 신잔액코픽스 등 회사별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금리를 산출한다. 이때 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운 취약 차주가 몰리는 경향이 있어 부실 관리를 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설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특히 올해는 ▷자본조달비용 상승 ▷유동성 리스크 확대 ▷신용대출 부실 등에 대비한 건전성 관리가 보험 업계에 최대 화두로 올라선 만큼 선제적인 금리 관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전반적인 금리 인하 기조가 형성된다 해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보험사 대출 금리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가계부실 우려가 커진다면 금리가 더 높아질 여지도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사 대출 금리는 구조적으로 시장금리를 후행하는 성격이 있어 단기간 내 하락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