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커머스·쿠팡에 짓눌린 대형마트…홈플러스가 뇌관 건드렸나

“2020년 기점으로 쿠팡과 격차, 회복 불가능 수준 벌어져”
의무휴업일 지정, 대법원 통상임금 판결도 대형마트 ‘발목’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터질 게 터졌다.” 홈플러스 사태를 바라보는 국내 유통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사모펀드(PEF) 운영사 MBK파트너스의 전례 없는 고점 인수가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지만, 국내 대형마트 업계 불황이 그 시점을 앞당겼다는 평가다.

국내 대형마트 업계의 본격적인 위기는 2021~2022년부터 시작됐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쿠팡과 네이버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면서 국내 대형마트가 설 자리를 잃었고 뒤늦게 온라인 전환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홈플러스 회생 절차 원인의 절반은 과도한 부채 때문이지만, 쿠팡이 우리나라 국민의 소비 성향을 완전히 바꾼 것도 (원인의) 30~40%를 차지한다”며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0년을 기점으로 대형마트와 쿠팡의 격차는 회복 불가능 수준으로 벌어졌다”고 말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도 “기존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시점도 늦었고 가격 측면에서도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나 쿠팡을 따라잡을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들은 쿠팡에 맞서기 위해 이커머스의 약점인 ‘신선식품’을 앞세워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마트는 ‘푸드마켓’, 롯데마트는 ‘그랑그로서리’, 홈플러스는 ‘메가푸드마켓 라이브’ 등 신선식품 특화 점포를 선보였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주요 유통업체의 오프라인 매출 신장률이 떨어지고 있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7.5%, 8.9%를 보였지만 2023년 3.7%, 2024년 2.0%로 꺾였다. 특히 대형마트는 지난해 유통 채널 중 유일하게 매출이 감소했다. 백화점(1.4%), 편의점(4.3%), SSM(4.6%) 등 유통 채널의 매출이 증가한 데 반해 대형마트는 0.8% 줄었다.

각종 규제도 국내 대형마트의 발목을 잡았다. 의무휴업일 지정이 대표적이다. 2012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은 윤석열 정부의 1호 과제로 꼽혔지만 탄핵 여파로 논의가 중단됐다. 현행 유통법은 공휴일 중 매월 이틀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로 정하도록 했다. 영업제한시간(0~10시)과 의무 휴업일에는 온라인 배송도 금지된다.

업계에서는 시대착오적 규제를 손질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하지만 반영될 지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의무 휴업일에는 온라인 배송도 막히기 때문에 매출 손실이 배로 늘어난다”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대한 국민 인식이 변화했기 때문에 최소한 온라인 배송이라도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에서 한 직원이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실제 대법원 판결로 일회성 비용이 증가하면서 국내 대형마트의 지난해 수익성은 동반 악화했다. 영업시간이 길고 휴일에도 근무하는 마트업의 특성이 작용했다. 이마트는 별도 기준 지난해 121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는데 통상임금 판결로 인한 1398억원의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다. 롯데쇼핑도 지난해 46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통상임금 등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실질 영업이익은 687억원이다.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의 32%(222억원)가 지출됐다.

업계는 올해는 일회성 비용이 사라져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내수가 부진하고 경쟁이 심화한 상황에 인건비까지 늘어나 기업별로 비용 절감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는 주요 사업부의 올해 신규 투자를 조이고 있다. 롯데 유통군은 최근 백화점, 마트, 슈퍼, 이커머스 등 각 사업 부문 임원단에 대규모 신규 투자를 신중히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롯데쇼핑은 올해 롯데백화점 잠실점 리뉴얼에 나설 계획이지만, 11월에 착공 예정이다. 국내 경기가 악화를 거듭하는 만큼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반영됐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대형마트들이 오프라인 매장으로 차별화에 나서지만 쿠팡보다 편의성을 갖추기 쉽지 않다”며 “오프라인 시설 투자를 통해 고비용 구조를 저비용 구조로 바꾸는 것, 오프라인만의 차별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관건이지만 전망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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